[보도자료] 심상정 상임대표, 친일파 서훈 취소 정책발표 기자회견
일시: 2017년 2월 28일 오후2시
장소: 서대문형무소
‘친일반민족행위자 훈장 박탈’로 역사를 바로 세우겠습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저는 오늘 아흔여덟 번째 3.1절을 맞아 민족의 한이 서린 서대문형무소에 왔습니다. 이곳에서 나라를 되찾기 위해 헌신한 애국 영령들의 절절한 목소리를 듣습니다. 해방 후 70년이 더 지났지만, 아직도 가해자와 피해자가 뒤바뀐 왜곡된 역사를 뼈저리게 떠올립니다.
정부 차원의 역사 바로 세우기 노력은 아주 뒤늦게 시작됐습니다. 2004년 노무현 정부에서 친일반민족행위 진상규명위원회가 정부 공식기구로 발족했습니다. 2009년 이명박 정부 아래서 친일반민족 행위자 1,006명을 최종 확정해 발표하였습니다.
그리고 7년이란 시간이 지났습니다. 하지만 친일반민족행위자들의 이름만 발표됐지, 일부 재산환수를 제외하고 후속조치는 전무했습니다. 친일반민족행위에 대한 기록이 역사 교과서에 반영되지도 않았습니다. ‘친일반민족 역사관’도 설립되지 못했습니다. 무엇보다 친일파에게 국가가 준 ‘훈장’도 박탈되지 않았습니다. 정부의 명백하고 충격적인 직무유기라 할 것입니다.
훈장이 무엇입니까. 그 나라 국민의 자랑입니다. 누구에게 왜 훈장을 수여했는가에 공동체가 지향하는 가치가 달려 있습니다. 그런데 해방 후 새로 건설된 나라는 우리가 진정으로 자랑스러워하는 분들이 아니라, 그들을 형무소에 가두고 핍박했던 이들에게 훈장을 주었습니다.
친일반민족행위자 가운데 국가의 서훈(훈장, 포장)을 받은 사람의 수는 정부의 공식 집계로도 44명, 78건이나 됩니다. 한 언론이 취재한 숫자는 222명에 440여건에 달합니다.
이승만, 박정희 두 대통령이 친일파에게 수여한 훈장은 모두 368건입니다. 대한민국 정부 전체 친일파 서훈의 84%를 차지합니다. 뿐만 아니라 12.12 내란과 5.18 광주에서 학살을 저질렀던 이들 22명도 여기에 포함돼 있습니다.
친일반민족행위자가 매달고 있는 훈장은 역사의 치욕입니다. 우리 스스로 역사를 부정하는 일입니다. 애초에 친일파들에게 서훈이 부여된 것도 폭압적인 권력이 불의한 권력을 유지하는 차원에서 이뤄졌습니다.
수구특권층은 오늘 또 다시 서훈 박탈을 가로막고 있습니다. 요 몇 년 우리는 그들이 대한민국 역사를 어떻게 난도질 하는지 똑똑히 지켜봤습니다.
굴욕적 위안부 합의, 국정 역사교과서 추진, 건국절 논란 등 21세기 대한민국에서 가능할 것으로 생각하지 않았던 일들이 우리 눈앞에서 벌어졌습니다.
역사를 왜곡하여 국민들을 뻔뻔스럽게 기만하려 했던 기득권 세력들도 똑똑히 보았습니다. 지금 이 시간, 박근혜 정권의 국정농단의 실체를 밝히고 있는 특검 연장을 반대하고 있는 이들이 바로 그들입니다.
저는 수구특권세력이 중단시킨 역사바로세우기 노력을 다시 재개하겠습니다. 그래서 친일잔재를 청소하고 헌법유린의 역사를 끝내겠습니다.
첫째, 친일반민족행위자에 대한 훈장을 박탈하겠습니다. 친일파는 서훈 대상에서 원천적으로 배제하겠습니다. 나아가 헌법유린 행위자의 훈장도 모두 박탈하겠습니다.
① 먼저 서훈 박탈 기준을 ‘행위’가 아니라 ‘사람’으로 변경하는 내용으로 상훈법을 개정하겠습니다. 이를 통해, 친일반민족행위자는 물론, 인권유린과 폭력·학살·의문사 사건 가해자 등 헌법 유린 행위자의 서훈을 모두 박탈하고, 원천적으로 배제하겠습니다.
② 총리실 산하에 (가칭)‘서훈 재조사위원회’를 설치해 서훈 대상자 중 친일반민족행위자와 헌법유린 행위자에 대한 전면적인 재조사를 실시하겠습니다.
③ 국가공권력이 자행한 반인권적 범죄, 국제법상 반인도적 범죄에 대한 공소시효를 폐지하여 헌법정신을 준수하고 민주주의와 인권을 존중하는 정의로운 대한민국을 만들겠습니다.
둘째, (가칭)친일반민족역사관을 설치해 생생한 역사교육 현장으로 만들겠습니다. 지난 노무현 정부에서 시작되었으나 박근혜 정부가 중단시킨 친일반민족행위 진상규명 활동에 이어, 친일 행위 피해와 친일행위자를 온 국민이 쉽게 알고, 그러한 행위가 되풀이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역사교육 현장을 전국 곳곳에 설치 운영하겠습니다.
중국은 1937년 일제가 저지른 남경(난징)대학살을 기억하고자, 1985년 난징대학살 희생자 기념관을 세워 ‘청소년 등 시민교육의 장’으로 삼고 있습니다. 기념관에는 “앞일을 잊지 않아야 뒷일의 스승이 되며, 역사를 거울로 삼아야 미래를 열어 만들 수 있다”는 경구를 새겨 치욕의 역사도 교훈으로 삼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중국의 노력에서 우리도 배워야 합니다.
존경하는 국민여러분,
지금 대한민국의 국민들은 대한민국의 정의로운 미래를 위해 싸우고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과거가 정의로울 수 있느냐 아니냐는 오늘 우리가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있습니다.
2019년이면 3.1운동이 일어난 지 100년이 됩니다. 지금부터라도 역사바로세우기 노력을 다시 시작해야 합니다. 친일 잔재를 말끔히 청산하고 나라를 되찾기 위해 헌신한 애국지사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나라를 만들겠습니다. 특권 세력과 불의한 자들이 차지한 훈장을 박탈하여 우리 후손들에게 정의로운 나라를 물러주겠습니다.
감사합니다.
2017년 2월 28일
정의당 대변인실
※ 첨부자료 : 역사 바로 세우기, 『친일파 서훈 박탈』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