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옥 한국장학재단 신임 이사장님께...
안녕하세요?
저는 서울에 살고있는 평범한 취업 준비생입니다.
요새 청년 실업률이 사상 최고치를 갱신했다고 하는데.. 그래서인지 대학을 졸업하고 나서도 취직이 참 쉽지 않네요. 저도 하루 빨리 취직해서 결혼도 하고 애도 낳아 부모님께 효도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습니다.
저는 평범한 가정에서 태어나 평범하게 살아오면서 부모님 외에 다른 남에게 손을 벌려본 적은 없었습니다. 그런데 저에게는 취업과 동시에 갚아나가야 할 빚이 2천만원쯤 있습니다.
대학에 다녔던 시절 대학등록금과 생활비 약간을 한국장학재단에서 대출받았기 때문이지요.
뭐 사람마음이 다 그렇듯이 대출 받았을 때는 고마운마음이 먼저 들더군요. 저같이 목돈없는 청년이 수백만원의 등록금을 당장 해결하면서 한국장학재단이란 곳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이사장님께서 지난 4일 기자들 앞에서 하신 말씀을 보고 솔직히 적잖이 놀랐습니다.
‘학생들이 빚이 있어야 파이팅을 한다’
제 무릎을 탁 쳤습니다.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았던 존재의 이유를 알게 되었습니다.
제 주변 대다수 청년들이 이렇게 파이팅 넘치는 이유가 모두 빚때문이었다니..
졸업하기 전에 토익, 인턴, 해외유학 등등의 스펙을 쌓아 이력서를 수백장 써내고, 수백대 일의 경쟁속에서도 꿋꿋하게 고시촌에서 시험준비에 여념이 없는 청년들의 이 파이팅이 바로 빚 때문이었다니..
제 아버님께서는 술을 한잔 하시면 가끔 옛날 기억을 떠올리시며 연대보증을 이야기 하셨습니다. 자세한 내막은 알 수 없지만 이사장님의 지론에 따르면 결국 아버님이 이렇게 일밖에 모르는 사람이 된 것도 결국 빚때문아닌가... 빚은 삶을 살아내는 파이팅을 불어넣는 마법과도 같은 존재인가 봅니다.
이사장님께서는 이어서 ‘빚이 있어야 파이팅을 한다’는 진단에 걸맞게 장학금은 줄이고 대출은 확대하겠다는 운영 방향을 제시하신 것으로 압니다. 청년들이 더 많이 빚쟁이로 살아게끔 설계해주신다니... 확고한 교육철학에 감탄사가 나옵니다.
이 시점에서 궁금해집니다. 이사장님께서는 빚이 얼마나 되시는지..
공공기관 이사장이라는 자리에 오르기 위해서는 많은 파이팅이 필요할것 같은데 어느 정도의 빚을 지셨길래 이렇게 파이팅 넘치게 살아오셨는지 말입니다.
저를 비롯한 많은 한국의 청년들에게 안양옥 이사장님의 이름은 널리 회자 될 것 같습니다.
인생은 실전이라는 것을 명료한 한문장으로 정리해주신 이사장님의 노고에 감사드립니다.
한동안 제가 대출을 갚아 나갈 방법은 없기에 이시간 파이팅 넘치게 살아보렵니다.
강녕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