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소녀상 옆 대학생 농성단” 외로운 소녀상, 외롭지 않은 그들
매일 바쁘게 움직이는 광화문 거리, 번쩍이는 LED전광판, 황량한 불빛을 지나면, 한 명의 소녀가 앉아있습니다. 봄, 여름, 가을. 겨울 할 것 없이 같은 자세로, 언제나. 이루지 못한 할머니들의 꿈을 간직한 채로.
“반갑습니다.”
늦은 오후 4시경 도착한 일본대사관 앞, 비슷한 나이 또래의 대학생들이 옹기종기 담요 속에 모여 앉아있었다. 서울시 체감 온도 영하 25도라는 언론 보도가 나왔던 그 날, 그들은 변함없이 소녀상의 옆을 지키고 있었다. 오들오들 떨면서도 입가에 밴 미소는 생전 처음 본 사람인 나에게도 기분 좋게 만들었다. 다른 곳에서 모여 하나를 지키고 있는 그들이 궁금해졌다. 나는 그들에서 우리가 되기로 결심했다. 인사를 하고 같이해도 되냐고 물어봤다. 웃으며 환영해줬다. 아무런 연식도 없던 사람들과 소녀상 사이에 자그마한 자리를 얻을 수 있었다. 대학생 단체, 동아리들이 연합하여 지난 달 28일 이후로 돌아가며 23일 째였다. 마침 8명의 대학생이 종로경찰서에서 조사를 받고 왔던 날이기도 했다. 칼바람이 볼을 스치고 지나갔다. 하지만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온기에선 훈훈함을 넘어 따뜻함이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