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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 정책논평/브리핑

  • [정책논평/브리핑] [01.22 정책논평] 대화를 포기하고 제재만 강화하겠다는 정부, 북핵 해결을 포기하겠다는 것인가?

[정책논평] 대화를 포기하고 제재 강화만 하겠다는 정부, 북핵 해결을 포기하겠다는 것인가?

 

 

외교-통일-국방부 합동업무보고 자리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6자회담 무용론을 제기하고, 북한을 뺀 5자회담과 강력한 제재의 추진으로 북한을 압박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성공할 가능성이 매우 희박한 정책이고, 이로 인해 결과적으로 북의 핵능력 증강을 막지 못해 안보위기도 심화시키고, 중국 등과의 외교관계도 위기에 봉착하게 할 수 있는 어리석은 대책이다.

 

박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외교부 등 3개 부처로부터 합동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6자회담을 열더라도 북한 비핵화에 도움이 되지 못한다면 실효성 문제가 제기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한다. 그러나 6자회담이 열리는데도 북한 비핵화에 도움이 되지 않은 것이 아니라 6자회담이 난관에 봉착하거나, 장기간 열리지 않는 동안 북의 핵실험이 전개되었고 북의 핵능력이 크게 증강된 것이 역사적 사실이다. 1차 핵실험만 하더라도 2005년 9.19공동성명의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미국 주도로 실시된 BDA(방코델타아시아은행) 계좌에 대한 동결 등 압박에 북이 크게 반발해 6자회담이 난항하던 2006년 10월에 실시되었다. 그후 미국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의 참패 이후 네오콘이 물러나자 6자회담은 순항해 2.13합의, 10.3합의 등의 성과가 있었다. 그러나 2008년 12월에 북핵 검증의정서 채택 실패 이후 북한과 미국 어느 한쪽이 6자회담 무용론을 제기하거나 전제조건을 내걺으로써 회담 자체가 열리지 않았다. 6자회담이 공전되는 가운데 2009년 5월에 2차, 2013년 2월에 3차 핵실험이 실시되었다. 그때마다 유엔차원의 제재결의안이 통과되었지만, 북의 행동을 변화시키지 못했다. 2008년 12월 이후 북은 비핵화에 대한 약속 등에 구속되지 않고 감시 인력과 장비 등을 해체시킴으로써 아무런 방해 없이 핵능력을 차근차근 강화해갔다. 6자회담이 열리는데 북의 비핵화에 실효성이 없었던 게 아니라 6자회담이 열리지 않음으로써 북의 핵능력 강화를 맥없이 지켜보고만 있었던 것이다.

 

5자회담의 경우 이명박 정권이 북에 대한 압박을 강조하며 추진했던 바 있으나, 중국과 러시아 등이 호응하지 않아 한 번도 열린 바 없는 이미 실패한 정책이다. 중국은 그 동안 일관되게 6자회담 재개 필요성을 주장해왔다. 북한의 4차 핵실험 이후에도 중국과 러시아의 입장과 태도가 크게 변하리라고 볼 근거는 전혀 없다. 심지어 미국의 고위관리도 6자회담 무용론에 대한 질문을 받고 ‘6자회담이 한계는 있으나 북한의 도전에 응하는 구조로서 이미 확립되어 있고, 계속 이용할 것’이라는 취지의 답변을 했다고 한다.

 

강력한 제재의 경우, 결국 중국의 적극적인 동참이 관건적인 요소일 것이다. 그런데 중국 고위관리들은 북의 핵실험에 대해 비판하고 유엔 차원의 제재에 동참할 것이라고 밝히면서도 그것이 북한 체제를 뒤흔들 정도의 것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취지의 입장을 계속 밝히고 있다. 19일 청융화 주일 중국대사는 “유엔의 제재결의는 북한의 비핵화, 핵확산 방지, 동북아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지키는 선에 이야기해야 한다. 중국만의 책임은 아니다”고 했다 한다. 왕이 외교부장 등이 이미 천명했듯이, 미국 등이 제기하는 중국 책임론에 대해 정면 반박하면서 중국 역할론에 대해서도 일정한 선을 긋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도 대통령이 앞장서서 중국에 대한 섭섭함을 토로하며 강력한 압박에 동참할 것을 계속 요구하고 있다. 한편으로는 중국이 싫어할만한 한미일 안보협력 강화와 사드 배치 가능성마저 거론한다. 대통령과 참모들은 그게 중국의 강력한 제재 동참을 이끌어내리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이명박 정부 시기 위태로워진 한중관계를 어렵게 복원한 것마저 위태롭게 할 가능성이 높다.

 

박 대통령 스스로 “관련 당사국이 있어서 쉬운 문제는 아니겠지만…”이라고 언급했다는데, 안 되는데도 의지를 갖고 해보라는 것인가? “진심을 가지고 열심히 하면, 온 우주가 도와줄 것이다.”는 대통령의 철학이 사생활에 그치는 것은 개의치 않겠다. 하지만 그것이 국가 정책, 특히 가장 냉철하고 현실적인 정책이 필요한 외교와 안보 정책에도 적용되는 것은 국가적 위기를 낳는 것이기에 결코 좌시할 수 없다.

 

정부는 이제라도 북핵 문제에 대한 실효성 있는 대책을 강구하고 실천해야 한다. 핵을 대북 확성기로 막을 수는 없다. 이미 고립될 대로 고립되어 있는 북의 정책 변화를 이끌어내는 것은 대북 압박과 제재가 아니라, 북을 국제사회와의 대화와 협력의 장으로 이끌어내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북이 빠진 5자회담 추진이 아니라 북한과 미국 등이 빨리 6자회담의 장으로 나오게끔 최선의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 일단 대화를 재개해 북의 핵실험과 핵활동 중지를 이끌어내야 한다. 그리고 6자회담이 실효성 있게 전개되도록 하기 위해서도 정부 스스로 천명한 ‘북핵과 북한 문제에 대한 총체적 접근’에 입각해 북한이 이야기하는 미국과의 적대적 관계의 청산과 평화협정 체결 등에 대해 보다 전향적 정책을 제시해야 한다. 그런 접근법, 혹은 문제해결의 원칙은 사실 9.19공동성명에 이미 들어있지 않은가? 이 정부가 실천하지 않아서 생기는 문제를 눈감고, 되지도 않을 정책을 하려들지 마라. 북의 핵능력 증강에 대한 무대책에 그치지 않고 외교도 그르치고, 한국으로서는 최악인 한-미-일 대 북-중-러의 대결구도를 우리가 앞장 서 만들어가는 어리석은 정책은 당장 관둬야 한다.

 

2016년 1월 22일

 

정의당 정책위원회(의장 김용신)

 

* 문의 : 김수현 정책연구위원 (02-788-3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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