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2 부동산 대책>의 문제점 및 향후 대응방안
1. <9.2 부동산 대책> 주요 내용
- 정부는 지난 9월2일 ‘저소득층 1인가구에 대한 맞춤형 주거지원 강화, 뉴스테이 사업 본격화’를 제목으로 한 <서민·중산층 주거안정강화 방안>을 발표하였음.
2. 정부 대책의 한계와 문제점
□ 전월세난 대책은 어디로? 알맹이 없는 서민 주거 대책
- 정부는 이번 대책의 추진 배경을 ‘전세가격 상승, 빠른 월세 전환으로 인한 서민·중산층 주거비 부담 증가’라고 밝혔음. 정부의 상황 인식은 올바른 것으로 보이나 문제는 정작 대책에서는 전월세난을 극복하기 위한 내용이 없다는 점임.
- 그나마 전월세 대책으로 보이는 첫 번째 내용은 내년 매입·전세임대 공급을 기존 계획 4만 가구에서 4만5천호로 늘리겠다는 것임. 아래 표에서 나와 있듯이 우리나라의 장기공공임대주택 비율은 2013년 현재 5.4%로 OECD 평균 11.5%의 절반 수준에 그치고 있으며 최근 5년간 공급되는 물량도 크게 늘어나지 못하고 있음. 전월세난이 장기간 지속되면서 안정적인 거주를 원하는 임차 수요가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5천호 증가는 수요를 충족하기는커녕 공공임대주택 확충에 대한 정부의 박약한 의지만 드러낸 것에 불과함.
- 두 번째 전월세 대책은 가을 이사철을 맞아 올해 공급 예정인 매입·전세임대 4만7,000가구 중 남은 물량 2만3,288가구를 차질 없이 공급하되 오는 11~12월 입주 예정이던 3,000가구의 입주 시기를 8~10월로 앞당기겠다는 것임. 원래 정부가 해야 할 일인 계획 목표 달성이 대책으로 제시된 것은 논외로 하더라도 현재 월 평균 전월세 거래 물량이 12만건이 넘는 상황에서 고작 3,000호를, 그것도 추가 공급이 아닌 공급시기를 조정함으로써 가을철 전월세난을 해소하겠다는 것은 불가능함.
□ 서민 주거비 부담 해소와 상관없는 뉴스테이 활성화
- 정부 핵심 대책 중 하나는 뉴스테이를 활성화하여 2만호까지 늘리겠다는 것임. 이를 위해 정부는 각종 규제완화와 세제 혜택 등을 기업들에게 보장해 준 바 있음. 문제는 이렇게 정부가 막대한 공적 자원을 투입하여 중산층의 주거비 부담을 완화하겠다고 했지만 뉴스테이의 임대료가 중산층이 실질적으로 감당하기 불가능하다는 점임.
- 지난 5월 정부가 서울 지역에서 추진하기로 한 뉴스테이의 임대료를 살펴보면 신당동 59㎡의 경우 보증금 1억원/월세 100만원이며, 대림동 44㎡의 경우 보증금 1,000만원에 월세가 110만원임. 아래 표에 나타나있듯이 이 임차료를 기준으로 국토교통부가 중산층으로 밝힌 중소득층(5~8분위)의 월소득대비 임대료 비율(RIR)을 산출하면 소득이 가장 낮은 5분위의 경우 월소득의 절반 가까이(40.2%~55.0%)를 월세로 내야 됨. 소득이 높은 8분위에서도 RIR이 최소 25.0%에서 최대 36.8%에 달함.
- 통상 OECD 등 국제적인 관례에서 권고하는 적정 RIR 지수가 20% 이하인 점을 감안하면 뉴스테이는 사실상 고소득층(9~10분위)만이 입주할 수 있는 고가 월세 주택에 가까움. 이미 비싼 월세가 넘치고 있는 시장 상황에서 중산층에게 기존 가격과 별 차이가 없는 또 다른 월세로 옮길 것을 요구하는 것에 불과하며 오히려 주거비 부담이 늘어날 가능성이 높음.
□ 무분별한 재건축·재개발 규제 완화, 오히려 전월세난을 심화시킬 것
- 전월세 대책이라고 밝혔지만 정부 대책의 초점은 재건축·재개발 사업 규제 완화로 보는 것이 타당해 보임. 정비사업 규제 합리화라는 명목으로 △정비사업 동의요건 완화(2/3→1/2) △정비구역 지정권한 이양(도지사→시장·군수) △기반시설 기부채납시 현금납부 대체 허용 등 굵직굵직한 정비사업 관련 규제들이 대폭 완화되기 때문임.
- 정비사업 규제 완화는 무분별한 재건축·재개발 사업을 부추겨 전체 주택 시장을 왜곡시킬 가능성이 큰 위험한 정책으로 전월세 대책이 아니라 인위적인 부동산 부양 정책이라 할 수 있음. 수혜 대상도 일반 서민·중산층이 아닌 특정 지역 주민들로 국한되며, 투기 증가로 인한 집값 상승 등 주택 시장 불안 요인이 증가할 수 있음. 과거에도 강남 등 사업성이 높은 재건축·재개발 지역의 일반 분양가가 주변 아파트 시세보다 높게 책정되면서 결국 전체 주택 가격을 끌어올리는 악순환이 벌어진 바 있음. 더군다나 올해 들어 강남 재건축 이주 수요가 전월세난의 주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상황에서 추가적인 재건축·재개발 사업의 가속화는 전월세난을 더욱 악화시킬 가능성이 높음.
3. 향후 대응 방안
□ 더욱 악화되고 있는 전월세난, 세입자 보호를 위한 실효성 있는 대책이 시급함
- 2009년 3월 시작된 전세값 상승이 78개월째 이어지고 있음. 특히 가을 이사철을 앞두고 전세물량이 거의 없는 가운데 월세 전환 속도가 더욱 빨라지고 있음. 월세 비중이 높아지면서 통계청이 집계한 올해 2~4분기 가계 실제 주거비 지출은 1년 전보다 21.9%나 오른 월평균 7만3,900원으로 사상 최고 수준을 기록하고 있음. 8월 서울의 아파트 매매가격 대비 전세가율은 70.9%에 다다렀고, 일부 지역은 80% 선을 넘어섰음.
- 지금 서민·중산층이 가장 힘들어 하는 주거 문제는 전세값 폭등과 급격한 월세 전환으로 인한 주거비 부담 증가로 요약될 수 있음. 따라서 이에 곧바로 대응할 수 있는 대책이 실효성 있는 전월세 대책이라고 할 수 있음. 그 핵심은 지난해 말부터 서민주거복지특위를 통해 논의되고 있는 전월세 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임. 이를 도입하여 서민·중산층의 주거비 부담을 줄이고 최소한의 거주기간이 보장되도록 해야 함.
- 하지만 정부·여당은 여전히 임대료 규제 정책이 시장원리에 어긋난다며 반대하고 있음. 이와 관련한 외국 사례를 살펴보면 지난 6월30일 미국 뉴욕시는 임대 기간이 1년인 아파트 임대료는 동결하고, 2년 임대는 임대료 상승 폭을 2%로 제한하기로 했다고 발표했음. 또한 지난 6월 1일에는 독일 베를린시가 주택 임대료를 지역 평균가의 10% 이상 올리지 못하도록 하는 임대료 상한제를 전면 도입한바 있음. 서민의 생계와 직결되는 임대료를 규제하는 것은 결코 ‘반시장’적인 정책이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 사례라 할 수 있음.
□ ‘싱글족’ 500만 시대, 1인 가구에 대한 대책이 마련되어야
- 지난 8월 발표된 현대경제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2000년 226만가구(전체 가구의 15.6%)였던 1인 가구는 올해 506만가구(26.5%)로 2배 이상 늘어났으며, 2035년에는 763만가구(34.3%)에 달할 것으로 예상됨. 1인 가구의 대부분은 경제적으로 어려운 계층에 속해 있음. 서울시의 경우 1인 가구의 49.9%가 월평균 소득이 93만원 미만인 최저소득계층이었으며, 월평균 소득 179만원 이하(소득분위 4분위 이하)가 78.7%에 달함.
- 따라서 이번 정부 대책에서 그동안 주거복지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던 저소득층 독거노인, 대학생 등 1인 가구를 정책 대상에 포함시킨 것은 의미가 있음. 하지만 대안으로 제시된 <집주인 리모델링 임대사업>의 경우 집주인의 예상 수익률이 2%대에 그치는 반면 임대료 제한, 의무 임대기간(8년~20년)이 부여되어 집주인들이 임대사업에 참여할 유인이 희박함. 1인 가구 대상 공급 물량도 새롭게 늘어난 건 5,000가구 수준이어서 별다른 정책 효과를 얻지 못한 채 말 그대로 ‘시범사업’으로 그칠 가능성이 높음.
- 본격화된 1인 가구 시대에 대비한 해법 마련을 위해서는 저소득층의 소득 향상, 고령층 일자리 창출, 사회적 돌봄서비스 확충 등 가구구조 변화를 감안한 다양한 사회경제적 대응을 고려하여야 할 것임. 다만 주거 정책으로 국한시켜 보면 우선적으로는 1인 가구가 안정적으로 거주할 수 있는 소형임대주택의 공급 확충이 필요함.
- 이를 위해 현재 시행되고 있는 임대주택 공급 정책 범위 내에서 소형임대주택을 늘릴 수 있는 입법 대안을 제시할 필요가 있음. △현행 85㎡로 되어있는 국민주택규모 단일기준을 폐지하여 소형임대주택 공급을 활성화 △소형임대주택 입주자 선정 시 청약가점제 상 ‘부양가구수’ 적용을 배제 △현 주택공급제도에서 1세대에 1주택만 공급할 수 있도록 한 것을 1주택에 다수 세대가 거주 가능하도록 변경함으로써 Share-House(공유주택) 등 1인 가구의 수요에 부응하는 주택 공급을 보장하는 내용 등을 고려할 수 있음.
- 공공기관의 부채 누적, 사업성 등을 이유로 공공을 통한 소형임대주택의 공급이 점점 줄어들고 있는 점을 감안했을 때 협동조합, 비영리기업, 공익재단이 건물을 짓거나 사들여 주거취약계층에 공급하는 <사회주택> 활성화를 대안적 주거 모델로 고려할 필요가 있음. 최근 Share-House 등 1인 가구의 주거 수요 충족을 위한 공동체 주거형태가 사회적 관심 속에 점차 증가하고 있으며, 사업을 수행하는 비영리단체들의 활동도 활발해지고 있는 추세임. 사회주택을 뒷받침하기 위한 법적·제도적 대안 마련과 함께 사업 주체들과의 공동활동 등을 모색할 필요가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