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논평] 2015 박대통령 신년기자회견 관련,
알맹이없는 경제정책방향은 위기의 한국경제를 해결할 대안이 아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12일 신년기자회견에서 ‘경제’란 말을 무려 42번이나 강조한 것을 보면 현재의 한국경제가 어렵다는 것을 인식하고는 있는 듯하다. 박대통령이 기자회견을 통해 밝힌 경제정책의 방향은 크게 세 가지다. “공공부문과 시장의 잘못된 제도와 관행을 바로잡아 기초가 튼튼한 경제를 만들고, 창조경제를 통해 역동적인 혁신경제로 탈바꿈시키며, 내수·수출 균형경제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또한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을 추진하면서 ‘공공, 노동, 금융, 교육 등 4대 부문 구조개혁을 강행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그리고 FTA를 더욱 확대하고 농업개방과 의료서비스 개방도 확대할 뜻을 내비쳤다. 덧붙여 여러가지 그럴듯한 말 포장과 함께 몇 가지 국제비교 수치를 들이대며 온갖 자화자찬을 늘어놓았다. 너무나 한가하고 낙관적 전망에 근거한 것들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현재의 경제상황에 대해 얼마나 안일한 인식을 하고 있는가를 알 수 있는 대목은 이미 1,060조원이 넘는 심각한 가계부채 문제에 대해서 언급조차 없었다는 것이다. 국내외 경제전문가들이 한국경제의 위험 1순위로 거론하면서 심각하게 제기하고 있는 것이 바로 ‘가계부채 폭탄’이다. 또한 저성장 · 저물가 기조가 장기화되어 디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증대되고 있는 상황이다. 그리고 2015년 한국경제에 매우 큰 어려움을 줄 대외충격요인 즉, 유가하락과 러시아 등 신흥국 금융위기, 미국의 금리인상 시점, 일본의 엔저 지속, 중국의 경제성장 둔화리스크 등에 대해 충분한 대처가 필요한 시점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경제정책 방향은 MB정부시기부터 요란하게 외쳐온 ‘474 구호’의 반복에 다름 아니다. ‘잠재성장률 4%, 고용률 70%, 국민소득 4만달러’를 지겹도록 외치면 한국경제가 활력을 얻고 노동자 서민을 비롯한 국민들의 삶이 저절로 나아지기라도 한단 말인가.
그러나 암울한 경제 현실에 고통 받고 있는 국민들이 대통령의 기자회견에서 경제가 나아질 것이라고 기대하거나 새로운 희망을 찾기는 어렵다. 기자들의 질의·응답시간에 ‘기업인 가석방’ 에 우호적 입장을 내비친 박대통령의 입만 쳐다보고 있던 대기업 총수일가가 아니라면….
정의당은 몇 차례 정책논평을 통해 박근혜 정부의 경제정책이 진단은 그럴듯한데 처방은 거꾸로 가는 것에 대해 수차례 경고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아예 알맹이조차 없다. 박근혜 정부가 취임초부터 강조한 창조경제는 아직도 그 실체가 모호하다는 게 중론이다. 공공부문의 생산성을 높인다는 것도 공무원연금 등 공적연금을 손대는 것이거나, 공공부문 노동자들의 복리후생을 낮추는 것이 대부분이다.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혁 또한 비정규직 차별해소 및 정규직화 보다는 정규직에 대한 노동유연성 확대가 속내임을 이미 내비친 바 있다. 금융부문 개혁 또한 점점 커지고 있는 외환 및 자본유출 우려에 대한 적극적 대응은 고사하고 규제완화만 외치고 있다.
주택거래량이 최대치에 달하면서 부동산 시장이 회복되고 있다고 말하지만 이는 서민들의 고통을 모르는 것이다. 부동산 시장이 매매에서 임대시장으로 전환되면서 전월세값이 가파르게 오르고 있지만 무주택 세입자들은 이를 감당할 능력도, 최소한의 권리도 없다. 주거비용을 대폭 낮춰 소비심리를 진작시키는 선순환의 기틀을 마련하는 것이 올바른 부동산시장 회복이다. 의료서비스 개방 확대는 의료민영화를 부추길 뿐이다. 선상도박 산업을 육성하는 법이 ‘경제활성화법’으로 둔갑하는 데는 아연실색할 뿐이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올해 한국경제는 세계경제와 대외 충격요인에 매우 취약할 수밖에 없다. 유가하락, 일본의 엔저지속, 미국의 금리인상시기 임박, 중국경제 성장율 둔화 등에 대해 보다 능동적으로 대처할 정책수단을 마련해야 한다. 이러한 대외충격이 실물과 금융부분에 한꺼번에 와서 한국경제의 가장 큰 위험인 ‘가계부채’로 전달된다면, 내수 침체로 인해 한국경제는 마이너스 성장은 물론 장기침체의 늪으로 급속하게 빠져들게 될 것이다. 지금이라도 시급하게 과도한 환율변동성 및 자본유출을 통제하는 시스템을 구축해서 거시경제를 안정화시키고, 내수진작과 민간소비를 높여야 한다.
이를 위해 최저임금인상, 노동 및 복지분야 예산확대, 가계소득 증대, 기업의 사내유보금이 투자로 이어져 양질의 고용창출로 이어질 수 있는 정책 등이 패키지로 필요하다. 그런데 이런 정책에 대해서는 애써 외면하면서 최근 몇 년간 한 번도 달성하지 못한 ‘잠재 성장률 4%, 고용율 70%, 국민소득 4만달러’ 구호나 외치면서 자화자찬을 일삼고 있으니 한심할 지경이다. 박근혜 정부의 경제정책의 획기적 전환을 촉구한다.
2015년 1월 12일
정의당 정책위원회 (의장 조승수)
문의 : 이승민 정책연구위원(070-4640-239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