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논평] 임대시장 활성화, 대기업과 투기자본에 대한 특혜 뿐
- 연간 임대료 인상률 제한 등 세입자를 위한 안전장치 마련이 필수적
- 시장 부양 정책에서 벗어나 전월세 상한제, 계약갱신청구권을 시급히 도입해야
정부는 22일 ‘2015년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하면서 ‘임대시장 활성화’를 주요 정책으로 발표하였다. 민간 임대시장 활성화를 위해 규제를 원점에서 재검토하고 세제·금융지원 등 종합적인 지원책을 동원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 공공기관이 보유한 미매각 토지를 싼값에 내놓고, 그린벨트 해제 요건 완화, 소득세·법인세 대폭 감면 등 각종 규제 완화책과 지원 방안을 제시하였다.
최근 전세가격이 급등하고 전월세 전환이 급속히 진행되는 상황에서 임대주택의 충분한 공급은 분명 필요한 일이고 시급한 과제이기도 하다. 하지만 정부의 이번 임대시장 활성화 대책은 이러한 임대주택의 공급을 빌미로 민간 임대사업자에게 과도한 특혜를 준 것에 불과하다. 공공기관의 미매각 토지, 개발제한구역내 토지는 국민 모두가 향유해야 할 공공 자산으로 아무리 정책 목표가 옳다 해도 함부로 민간에게 내어줄 수 있는 자산이 아니다. 이도 모자라 소득세·법인세 등을 대폭 감면해주겠다는 것은 결국 대기업과 투기자본의 이익을 보장해 주기 위해 기본적으로 지켜야 할 공공의 규제를 모두 해제하겠다는 말에 다름 아니다.
만약 정부가 진정으로 민간임대사업 활성화를 통해 임대차 시장을 안정시키고자 한다면 이와 관련된 세입자에 대한 대책도 같이 제시하여야 한다. 최소한 현재 준공공임대 주택에 적용되고 있는 ▲임대 의무기간 제한(10년) ▲최초 임대료 설정 제한(시세 이하) ▲연간 임대료 인상률 제한(연간 5% 이내) 등 의무 사항이 임대사업자에게 부과되어야 한다. 세입자를 보호하는 안전장치가 같이 마련되지 않고 이대로 사업이 진행된다면 민간임대주택 활성화 방안은 결국 대기업과 투기자본의 이익을 보장해주는 새로운 시장을 만드는 것일 뿐이다. 아울러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공공부문의 임대주택을 늘려서 서민들의 주거 안정을 도모해야 할 정부의 역할을 스스로 포기하겠다는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더 큰 문제는 우리나라 경제를 1년 동안 좌지우지할 경제정책방향이 발표되었지만 정작 많은 국민들이 고통 받고 있는 주택 등 부동산 문제를 해결할 의지도, 내용도 찾아볼 수 없다는 점이다. 전세값이 지속적으로 상승하면서 서울의 경우 매매 가격 대비 70%에 육박하고 있으며, 올해 11월까지 거래된 임대주택 중 월세 비중은 41.3%로 사상 처음 40%대를 넘어섰다. 하지만 집주인이 전세가격을 크게 올리고 월세로 전환을 요구하면 아무런 권리 행사도 하지 못한 채 울며겨자먹기 식으로 싼 집을 찾아야 하는 세입자의 현실은 변함이 없다. 임대차 시장에서 절대적 약자로 전락한 세입자의 권리를 보호하고 주거 안정을 보장하는 정책이 시급함에도 여전히 정부는 이를 외면하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 지속되어온 전월세 문제는 이제 우리나라 매매 시장이 더 이상 가격이 오르기 힘든 포화 상태에 이르렀음을 의미한다. 그리고 그동안 시장을 인위적으로 부양시키기 위해 수차례 내놓은 정부의 거래활성화 정책이 잘못된 처방이었으며 결국 한계에 다다랐음을 보여준다. 세입자의 주거권을 보장하기 위한 안전장치 마련 없이 민간임대시장을 활성화하겠다는 것은 집 없는 서민에게 집값 거품 폭탄을 돌리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이제라도 신기루와 같은 시장 부양 정책에서 벗어나 전월세난에 시달리고 있는 서민들을 위해 전월세 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을 시급히 도입하고, 공공임대주택 확충·주택바우처 대상 확대·공정임대료 도입 등과 같은 집값 안정을 위한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2014년 12월 23일
정의당 정책위원회 의장 조승수
문의 : 김건호 정책연구위원 070-4640-239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