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논평] 대법원 쌍용차 부당해고 판결 유감
오늘(2014.11.13) 대법원은 쌍용차 노동자들이 제기한 해고무효확인 소송의 원심을 파기환송하는 판결을 하였다. 지난 2월 서울고등법원이 정리해고 당시 근로기준법상의 긴박한 경영상의 어려움이 없었고, 해고회피노력도 다했다고 볼 수 없다며 해고무효확인 판결을 한 바 있는데, 대법원이 이러한 내용을 모두 부인하고 정당한 해고였음을 인정한 셈이다.
여러 석연치 않은 사유로 해고되었던 쌍용차 노동자들 당사자에게 안타까운 사건일 뿐만 아니라, 그동안 정리해고 요건을 지나치게 폭넓게 해석함으로써 정리해고를 사실상 용인해온 법원의 태도가 여전히 변함이 없다는 것을 일깨워 주었다는 점에서 매우 유감이다.
일단, 정리해고 인원 및 규모는 경영판단의 문제에 속하므로 이를 존중해야 한다는 것에 동의할 수 없다. 우리 법원은 노동문제에 있어서 지나치게 경영상의 판단을 존중하고 있다. 설사 회사의 경영과 관련되어 있는 부분이라고 하더라도 노동조건과 관련되어 있다면 노사간의 협의나 합의를 거치도록 하는게 마땅함에도 그러한 판단에까지 이르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우리 근로기준법 제24조 제3항에 따르면, 사용자가 정리해고를 피하기 위한 방법 등에 관해 노동자들과 협의토록 하고 있다. 어떠한 해고회피노력을 할 것인지를 결정하기 위해서는 해고의 인원 및 규모가 전제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현행법으로도 해고의 규모 및 인원이 경영판단의 문제만은 아니라는 점을 알 수 있다.
쌍용차의 자산 및 부채규모를 산정한 회계법인이 고의로 자산규모를 과소평가하여 쌍용차를 부실기업으로 만들었다는 점이 인정되지 않은 것도 매우 아쉽다. 쌍용차가 처한 경영위기가 부분적,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 계속적, 구조적이었다는 것인데, 사실이 그렇지 않음은 이후 쌍용차가 특별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무급휴직자를 복직시키는 등 정상화 과정을 밟았음을 보면 알 수 있다.
또한, 노동조합이 노동자들의 희생을 담보로 한 여러 해고회피 방안(퇴직금 담보 긴급자금 1000억원 조성, 임금을 50% 삭감, 노동시간을 단축을 통한 일자리 나누기, 비정규직 고용안정기금으로 12억원을 조성)을 제시하였음에도 쌍용차는 이를 전혀 수용하지 아니하였음에도 해고회피 노력을 다하였다고 인정한 것에 동의할 수 없다. 해고의 당사자인 노동자들이 자신들에게 매우 불리한 것들임에도 불구하고 여러 방안들을 제시하였고, 그러한 제안들이 실현되면 경영상 어려움을 타개하는데 상당히 기여할 것임이 예상되었다. 그럼에도 이를 무시한 회사가 해고회피노력을 다하였다고 인정하는 것은 어떠한 논리인가. 오히려 2심 판결처럼 “회사가 해고회피노력을 일정부분 했다고는 보이지만 가능한 모든 노력을 했다고 보기는 어렵고 더 많이 노력할 여지가 충분했다고 보인다”고 해석하는 것이 합당하지 않은가.
이번 판결을 볼 때, 현행법 안에서 사법부의 합리적인 판결로 정리해고의 남용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는 버리는 것이 좋겠다. 이제 국회가 나서야 할 때이다. 도산에 이를 정도의 경영상 어려움이 있어야 정리해고를 할 수 있고, 해고회피노력을 구체적으로 명시하여 기업이 최후의 수단으로만 해고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입법이 필요하다.
2014년 11월 13일
정의당 정책위원회(의장 조승수)
문의 : 정책연구위원 이희원(070-4640-239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