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자료]
심상정 원내대표 “새정치, 유가족.국민 곁 돌아온 것 다행... 이제 결단은 새누리 몫”
오늘(12일) 의원총회 모두발언 “박근혜 대통령, ‘국민 위해 무엇을 하고 있는가’ 자문해야”
- 일시 및 장소 : 2014년 8월 12일(화) 08:30, 국회 본청 원내대표실
(새정치민주연합 의총 결과 관련)
어제 새정치민주연합 의총은 지난 7일 양당 원내대표가 합의안 세월호 특별법안에 대해 사실상 거부하고 재협상을 추진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다시 협상한다는 애매한 표현을 했지만 유가족의 동의가 없는 세월호 특별법은 안 된다는 점을 확고히 한 것으로 이해합니다. 이로써 새정치민주연합이 유가족과 국민 곁으로 다시 돌아온 것을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이 과정에 오기까지 유족에게 깊은 상처를 주고, 국민의 뜻을 받들지 못한 점을 성찰하면서 성역 없는 진상조사를 위한 특별법 제정에 함께 총력을 다 해 나가야 할 것입니다.
새누리당은 새정치민주연합의 의총 결과를 겸허한 자세로 수용해야 합니다. 재협상 결정은 새정치연합이 했지만, 실질적인 수사-기소권이 보장되지 않는 8.7 합의를 거부한 것은 유족과 국민이기 때문입니다. 말하자면 국민 양당 합의를 파기한 것입니다. “유족의 의견이 가장 우선”이라는 박근혜 대통령의 공언이 빈말이 아니라면, 애초에 유족의 뜻과 어긋난 협상을 했던 새누리당이 유족의 거부에 대해 자숙과 성찰의 자세를 보여야 마땅한 일입니다.
양당 원내대표가 합의했던 안은, 애초부터 내용과 절차에서 심각한 하자를 지닌 것이었습니다. 내용적으로 정부의 입맛대로 임명될 특검이라는 문제를 지녔을 뿐만 아니라, 공론화 과정 자체가 배제된 채 밀실에서 진행되어 절차적 정당성도 갖추지 못했습니다. 유족의 뜻과 동떨어진 합의는 이런 밀실협의로부터 결과한 측면이 큽니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역사를 세월호 이전과 이후로 나누고” 세월호 이후의 미래를 약속한 바 있습니다. 4.16 참사의 철저한 진상규명을 통해서만이, 참사의 교훈을 얻을 수 있는 것이고, 이 교훈에 바탕을 둘 때만이 미래가 있습니다. 이제 ‘결단’은 새누리당의 몫입니다.
저와 정의당은 세월호 특별법 제정에 있어 세 가지 원칙을 제시한 바 있습니다. 첫째, 성역 없는 진상 조사가 이루어져하며, 둘째, 유족의 참여가 보장되어야 하고. 셋째, 모든 논의가 개방적인 공론화 절차를 통해서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우리 정의당은 이 원칙에 따라 새누리당이 핑계 대는 사법체계 논란을 피하면서도 유족의 뜻이 반영된 ‘진상조사위 추천 특검’을 법안으로 원내 정당들 중 가장 먼저 제출하였습니다. 그럼에도 법안 설명의 기회조차 박탈하고, 대국민 공청회도 생략하고, 속기록조차 남기지 않는 밀실협의가 더 이상 지속돼서는 안 됩니다. 이후에는 원내 제 정당이 참여하고, 국민공청회 개최 등 개방적 논의 절차를 통해서 세월호 특별법이 제정되어야 합니다.
우리 정의당은 안전한 대한민국으로 가기를 열망하는 모든 정당, 정치인, 시민사회계와 함께 특별법 제정을 위해서 나서겠습니다. 국민공청회를 비롯하여 1,000만 국민서명운동, 대국민연설회 등을 조직하는 데 모든 당력을 동원하여 성역 없는 진상조사-특별법 제정을 위한 범국민적 투쟁에 나설 것입니다.
(박근혜 대통령 발언 관련)
어제 박근혜 대통령이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정치가 국민을 위해 있는 것이지, 정치인들이 잘살라고 있는 게 아닌데 지금 과연 정치가 국민을 위해 존재하고 있는가 자문해봐야 할 때”라는 말을 하였습니다.
지금 무엇 때문에 국회가 공전하고, 세월호 유족이 한 달 가까이 곡기를 끊는 지를 대통령에게 되묻고 싶습니다. 국회가 잘한 것도 없지만, 세월호 특별법, 세월호 증인 문제 등 여야 협력 정치가 가로막히는 한복판에 대통령과 청와대가 있음을 부인하지 못할 것입니다.
세월호 특별법과 관련해서 대통령이 세 번이나 약속했고, ‘유족이 뜻이 먼저’라는 이야기를 했지만, 지금 새누리당은 청와대 방탄에 급급한 법안을 강요하고 있습니다. 청와대의 핵심증인은 4.16 당일 대통령이 7시간 동안 어디서 무엇을 하셨는지를 밝히기 위함입니다. 청와대가 스스로 밝히면 그만인 것을 은폐에만 급급하고 있기 때문에 국회가 소모적인 씨름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세월호 참사 직후, 박근혜 대통령은 책임자의 위치가 아니라 마치 심판자, 호통자의 위치에서 공무원들만을 질책하다가 국민적 지탄을 받고서야 한 달이 지나 사과 담화문을 발표한 바 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바로 본인 때문에 기인한 국정마비와 세월호 특별법 교착 상태를 풀어내기 위해 ‘결단’해야 할 장본인입니다. 그런 유체이탈 화법, 적반하장의 자세가 유족과 국민의 분노에 기름을 붓고 있다는 것을 분명히 깨닫기 바랍니다.
그리고 박대통령이 통과를 촉구하는 ‘경제활성화 법안’ 대부분은 ‘경제 활성’과 ‘민생’과는 동떨어진 내용으로 세월호 문제가 아니라도 함부로 통과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님을 지적해둡니다. 예컨대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은 국민 반대가 압도적인 ‘의료민영화’의 포석이 된다고 지목되는 법안이며, ‘크르주산업지원법’은 세월호 참사를 야기한 해상의 무분별한 규제완화와 맥을 같이 하는 것으로서, 오히려 세월호 교훈에 역주행하는 법안입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정치가 국민을 위해 존재하는가’라는 물음 대신, ‘대통령이 국민을 위해 무엇을 하고 있는가’라는 자문을 해주시기 바랍니다.
2014년 8월 12일
정의당 원내공보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