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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제남_논평] 임신을 이유로 부당 해고당한 비정규직 간호사의 힘겨운 복직 투쟁을 지지하며

 

임신을 이유로 부당 해고당한

비정규직 간호사의 힘겨운 복직 투쟁을 지지하며

 

- 임신과 출산으로 인한 차별과 부당한 해고는 더 이상 일어나지 않아야 -

- 복직 등 조속한 사태 해결과 여성 비정규직 고용여건 실태 개선 시급-

 

지난 2월 19일부터 지금까지 시청 앞에서 만삭의 몸으로 1인 시위를 계속해 온 한 여성이 있다. 보라매병원 수술실에서 비정규직 간호사로 1년 9개월을 근무해 오다 작년 12월 1일자로 해고된 그녀가 만삭의 몸에도 불구하고 1인 시위를 통해 요구하는 바는 단 하나, 바로 복직이다. 그녀는 자신이 임신을 사유로 부당하게 해고당한 비정규직 간호사였다는 사실을 알리고, 사랑하는 일터로 돌아가기 위해 홀로 힘겨운 투쟁을 해 왔다.

 

만삭의 무거운 몸에도 불구하고 복직에의 희망을 놓지 않는 그녀의 투쟁은 사회의 당당한 구성원으로서 경제적으로 독립된 주체이고자 열심히 노동하는 수많은 여성들을 배반하는 열악한 현실을 잘 대변한다. 이미 여성 근로자의 모성보호를 보장하는 다양한 법적·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현장에서는 여전히 불안정한 고용환경에서 임신과 출산 등을 이유로 부당하게 해고당하거나, 일을 계속 하더라도 회사 눈치를 보며 각종 모성보호제도를 충분히 사용하지 못하는 여성들이 부지기수다.

 

이와 같은 부당한 차별과 해고는 분명 법이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는지 관리감독을 소홀히 한 관련 부처와 법이 보장하는 여성 근로자의 권리를 침해하고도 부끄러움조차 없이 뻔뻔한 사용자의 책임이다. 그러나 과거에도 수많은 여성 노동자들의 차별시정 요구와 복직요구가 있었음에도 현실은 여전히 제자리걸음일 뿐이며 이러한 사실은 안타까움을 넘어 절망적이기까지 하다.

 

그러나 이 사건에 대해 보라매병원 측은 임신으로 인한 부당 해고가 아니라 해당 간호사의 낮은 근무평가로 인한 계약만료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즉, 해고된 간호사가 비정규직이었기 때문에 언제든지 계약만료로 인한 퇴사 가능성이 있었으며, 자격기준 미달로 인한 계약 만료는 부당해고가 아니라는 주장이다.

 

병원 측의 이와 같은 주장은 오히려 비정규직 여성의 불안정한 고용현실이 언제든지 임신과 출산 등으로 인한 부당 해고를 정당화하는 수단으로 사용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더구나 서울시가 서울대병원에 위탁하여 운영하는 보라매병원의 특성상, 공공의료서비스 기관 내 질 낮은 비정규직 여성 일자리는 그 자체로 시급히 해결되어야 할 문제이기도 하다.

 

보라매병원이 그동안 관행적으로 비정규직 간호사를 고용할 때 6개월 단위 심지어는 3개월 단위로 근로계약을 맺어 온 사실은 이미 확인되었다.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양질의 공공 의료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환자의 생명을 책임지는 병원 의료진의 고용여건이 이토록 불안정하다는 사실에 불안함과 놀라움을 감출 수 없다.

 

이번 사태를 통해 여성 비정규직 근로자의 불안정한 고용현실과 임신과 출산 등의 사유가 여성의 경력단절을 야기하는 계기인 것이 분명히 드러났다. 박근혜 정부는 연일 경력단절 여성의 재취업을 돕고, 여성 고용률을 70%대까지 끌어올리겠다며 시간선택제 일자리를 장려하고, 이를 공공부문에까지 확대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그러나 이번 사태에서 볼 수 있듯이 여성 고용의 질 개선은 불안정한 비정규직 여성 일자리의 근본적인 해결 없이는 불가능하다. 특히 지금처럼 임신과 출산 등이 여성의 불안정한 고용여건을 악화시키는 현실은 더 이상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

 

다행히 지난 3월 25일 고용노동부는 임신, 출산 및 육아 등을 사유로 여성 근로자를 부당하게 해고하는 사업장을 지도 점검하는 ‘2014년 여성고용환경개선 지도점검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박근혜 정부는 여성 비정규직 고용환경 개선 의지만 외칠 것이 아니라 철저하게 지도 점검을 하여 여성 비정규직 근로자의 고용 실태를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 또한 부당 해고가 적발된 사업장에 대해서는 강력한 제재를 가하는 조치가 시행되어야 한다.

 

곧 출산 예정일임에도 불구하고 1인 시위를 통해 비정규직 여성 노동자의 고용현실을 고발하고, 이에 용감하게 맞서 싸우는 강 간호사의 힘겨운 투쟁에 다시 한 번 깊은 지지와 응원의 마음을 보낸다. 보라매병원 측은 더 늦기 전에 본 사태의 해결을 위해 적극적인 태도로 대화에 임하여 강 간호사의 완전한 복직을 위한 노사간 협상을 조속히 진행해야 한다.

 

박근혜 정부는 경력단절 여성의 재취업 정책 등 생색내기용 여성 노동정책만 남발하고 있다. 본 의원은 여성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외치는 노동 현실에 귀를 기울이고, 조속히 현행 「근로기준법」과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지원에 관한 법률」, 그리고 관련 모성보호정책을 개선 및 보완하는 작업에 들어갈 예정이다. 마지막으로 너무도 당연한 말이지만, 우리 사회의 모든 임신한 여성 근로자는 근로계약형태에 상관없이 지속적인 고용안정성을 보장받고, 임신과 출산 기간 동안에는 법률에 보장된 근로자의 권리를 온전하게 보장받으며, 사업주로부터 모성보호를 위한 제도적·법적 지지를 완전히 보장받아야 한다.

 

2014. 4. 2.

 

국회의원 김제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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