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논평] 이기중 부대변인, 캄보디아 유혈사태 관련

[논평] 이기중 부대변인, 캄보디아 유혈사태 관련

 

최저임금 인상을 요구하는 캄보디아 노동자들의 시위를 정부가 강경진압 하면서 유혈사태까지 발생했다. 지난 3일 캄보디아 정부가 시위대 진압에 공수여단을 투입하고, 진압군이 발포하면서 5명이 사망하고 수십명이 부상당했다. 더 이상의 희생이 없길 바란다.

 

그런데 이번 유혈사태의 배경에 캄보디아에 진출한 한국기업들의 역할이 있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정부가 주도하는 최저임금 협상을 거부하고 강경진압을 요구한 사용자 단체인 캄보디아 의류생산자연합회(GMAC)에는 60여개의 한국기업이 참여하고 있다. 더군다나 평화롭게 진행되던 시위에 진압군이 발포한 곳은 한국계기업 앞이라고 한다.

 

캄보디아 노동자들의 요구는 최저생계비에도 못 미치는 최저임금을 두 배 인상해달라는 것이었다. 현재 캄보디아의 최저임금은 월급 80달러, 우리돈 8만5천원에 불과하다. 캄보디아 정부가 구성한 노동실태조사반에서도 최저임금 두 배 인상을 권고했다고 한다. 한국기업들이 참여한 사용자단체와 캄보디아 정부는 생계를 위한 최소한의 요구마저 폭력으로 짓밟은 것이다.

 

GMAC는 진압군의 발포는 정당했다고 옹호하며, 시위를 주도한 노조와 야당을 상대로 1000만 달러의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하겠다고 밝혔다. 노동자들의 요구를 묵살하고 강경진압을 초래한 것도 모자라 거액의 손해배상청구를 통해 노동운동을 무력화하겠다는 것이다. 이러한 태도는 국내에서 일어나는 노동탄압과 크게 다르지 않다.

 

노동자들의 파업과 시위에 강경진압으로 일관하고 거액의 손배소로 노동자들의 정상적인 생활마저 파괴하는 우리나라 정부와 기업들의 행태는 이미 국제노동기구(ILO)로부터 수차례 강력한 항의를 받은 바 있으며, 최근에는 OECD 제명까지 거론될 정도다. 이러한 반노동적 행태는 국내에서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문제가 되고 있다. 동남아, 남미 등에 진출한 한국기업들은 전근대적 노무관리와 반노동적 태도로 국제적인 비난을 초래하고 있다.

 

해외진출기업들의 반노동적 태도가 개선되지 않는 한, 이러한 사태는 끊이지 않을 것이다. 더 이상 한국기업이 갈등과 폭력의 당사자가 되고 우리나라의 국제적 위신이 추락하는 사태는 없어야 할 것이다. 최소한의 국제노동기준에 대한 한국기업의 각성을 촉구한다. 아울러 기업들의 태도는 국내의 비정상적 노동탄압 관행으로부터 비롯된 것인만큼, 이러한 관행을 바로잡기 위한 정부의 태도 변화 또한 시급한 일이다.

 

2014년 1월 7일

정의당 부대변인 이기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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