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당 국회의원단 긴급기자회견문]
박근혜 대통령에게 호소합니다. 국민과의 전쟁을 멈추고 대화정치에 나서십시오.
- 기자회견 일시 및 장소 : 2013년 12월 29일(일) 10:30, 청와대 앞
- 기자회견 참석자 : 심상정 원내대표, 정진후 원내수석부대표, 김제남 원내대변인, 박원석 의원, 서기호 의원
○정의당 국회의원단 기자회견 전문
어제 서울광장에는 매서운 추위에도 불구하고 10만 명이 넘는 시민들이 모여 거대한 분노의 함성을 토해냈습니다. 이토록 많은 국민들이 거리로 나와서 성난 민심을 표출하는 것은 과거 촛불항쟁 이후 가히 처음 있는 일입니다.
지금 국민들이 느끼고 있는 원망과 분노는 바로 이곳 청와대에 있는 박근혜 대통령을 향하고 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불통과 독선으로 정치실종과 민생파탄의 지난 1년을 만들었습니다. 소통과 통합의 약속은 온데 간 데 없이 사라지고 갈등과 대결만이 난무한 한해였습니다.
무엇보다 대한민국을 1년 동안 단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하게 한 것은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대선 불법개입 문제에 대해 책임을 방기했기 때문입니다. 진심 어린 사과와 국가기관 정치개입의 종지부를 찍겠다는 개혁의지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였습니다. 그러나 1년 내내 이것을 덮으려고만 함으로써 국정은 마비됐고 대통령으로서도 임기의 절반을 차지한다는 집권 첫해를 허비한 것이 과연 지혜롭고 정직한 처신이었는지 스스로 돌아볼 일입니다.
역사를 되돌아봐도 선거부정에 관한 문제는 그냥 덮고 간 전례가 없습니다. 올해 안에 이 문제를 털지 않고 이대로 가면 앞으로 남은 임기 역시 정치적 비극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제라도 특검 수용의사를 밝혀서 새해에는 이 문제로 인한 논란이 더 이상 대한민국의 정치와 민생의 발목을 잡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철도파업이 오늘로 21일째 지속되고 있습니다. 연말연시를 맞이해서 국민들의 불편과 걱정이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철도파업이 이렇게 사상 유례 없이 장기간 지속되는 것은 철도노조의 의지 때문만이 아니라, 민영화는 안 된다는 국민들의 확고한 지지가 뒷받침되고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합니다. 이것은 노조의 선동 때문이 아니라 지난 10여 년 간 추진된 민영화의 학습효과로 ‘민영화는 곧 민생파괴’라는 인식이 우리 국민들에게 널리 확산됐기 때문입니다.
그런 점에서 철도민영화는 물론이고 지금 정부가 추진하려는 의료.교육 등 우리사회 필수적인 공공부문을 시장에 마구 내놓는 것은 우리 국민들이 결코 용인하지 않을 것입니다. 공공부문 민영화 정책노선의 근본적인 재검토가 반드시 이뤄져야 합니다.
정부는 물론 대통령까지 나서서 철도민영화를 하지 않겠다고 해도 왜 많은 국민들이 믿지 않는지 박근혜 대통령은 돌아보기 바랍니다. 약속과 신뢰의 대통령이 왜 1년 만에 거짓과 불신의 대통령이 되었는지 깊이 성찰해봐야 합니다. 그리고 국민들이 납득할 만한, 민영화를 하지 않겠다는 신뢰할 만한 조치로 응답하는 것이 대통령의 도리라는 점을 말씀 드립니다.
정부는 민영화가 아니라 경쟁체제 도입이라고 이야기하는데, 국민도 노조도 공기업 개혁을 반대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자회사설립 방식이 가장 좋은 개혁방안인지에 대해서는 분명한 국민적 이견이 있습니다. 이 문제는 사회적 대화의 자리를 만들어서 논의하고, 바람직한 방향의 합의를 도모하자는 것이 국민과 노조의 일관된 요구입니다. 당연히 정부가 나서서 대화하자고 해야 할 판에, 오히려 정치권과 종교.시민사회계까지 나서서 대화로 풀자는 공감대가 형성되는 시점에 야밤에 야반도주 하듯 날치기 면허 발급한 것은 국민에게 모욕을 준 처사입니다.
박근혜 대통령에게 호소 드립니다. 대화도 안하겠다, 정치도 안하겠다는 건 대통령 안하겠다는 소리와도 같습니다. 이제 국민과의 전쟁을 멈추고 국민과 마주 앉으십시오. 강경탄압, 날치기 면허 발급을 사과하시고 대화정치에 나서십시오. 수서발 KTX 자회사 설립 추진을 일시 중단하고 철도개혁 방안 논의를 위한 사회적 대화기구를 구성하십시오. 그 길만이 철도파업 사태를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방안입니다.
민심에 귀 기울이는 것은 국민에게 굴복하는 것이 아닙니다. 지금 우리 국민들은 절망하고 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의 일방통행 식 국정운영으로는 도저히 새해를 맞이할 수도, 대한민국이 미래로 나아갈 수도 없습니다. 오늘 기자회견은 박근혜 대통령께 드리는 간곡한 호소이자 준엄한 경고입니다. 특검과 국정원 개혁방안을 수용해 묵은 과제들을 털어버리고, 철도문제 해결을 위한 사회적 대화에 전향적으로 나섬으로써 대통령이 국민들에게 져주기 바랍니다.
2013년 12월 29일
정의당 국회의원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