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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 정책논평/브리핑

  • [정책논평/브리핑] [민생정책논평] TPP, 농민,중소기업에 퍼붓는 초국적자본의 직격탄

[정책논평]

 

TPP, 농민,중소기업에 퍼붓는 초국적자본의 직격탄

- TPP 밀실 추진 즉각 중단하고, FTA 피해대책 우선 매진을 -

 

지난 15일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공청회가 열렸다. 주최자인 산업부는 공청회의 의견을 토대로 대외경제장관회의에서 TPP 협상 참여 여부를 결정한다고 한다. 그리고 국회에 보고할 예정이다.

그런데 그동안 국내에서 TPP 관련 논의는 한번도 진행된 적이 없다. 오히려 외국언론에서 한국정부의 참여 예측 보도만 무성했을 뿐이다. 이번 공청회는 행정절차법 38조의 “행정청의 공청회는 널리 공고해야한다”는 규정조차 무시하고 졸속으로 은밀하게 진행됐다. 무엇보다 첨예한 이해관계자인 농민, 노동자, 중소기업, 시민사회단체는 일체 초청받지 못했다. 전농, 전여농 등 농민단체는 공청회의 부당함을 항의하다 보안요원에 의해 장외로 끌려나갔다. 이미 결정된 내부방침을 통보하려는 요식행위에 불과하다는 방증이다.

정부가 주장하는 TPP 참여 논리는 매우 모호하고 군색하다. “해택이 크고 많다”는 포괄적이고 원론적인 주장을 앞세운다. 우선 “글로벌 시장 확대로 향후 10년동안 GDP의 2.5~2.6%가 성장한다”고 한다. 또 “일자리도 창출된다”고 강변한다. 심지어 “얻는 혜택에 비해 참여의 비용은 그다지 크지 않고, 참여를 늦출수록 비용이 늘어난다”면서, “어서 서두르지 않으면 손해를 볼 수도 있다”고 “날이면 날마다 나오는 장사가 아니”라고  한다. 야바위 장사꾼처럼 겁을 주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대학, 연구소 등 기존의 FTA찬성론자, 지지론자들조차 “TPP 참여는 보다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그렇다고 반대를 하는 것은 아니고 “어차피 하기는 해야하지만 너무 서두를 필요는 없다”는 정도다.

우선 “서둘러봐야 별다른 실익이 없을 뿐 더러 심대한 비용을 치러야한다”는 논리다. 특히 일본 이외에 대부분의 TPP 참여국들이 농업강국으로 한국의 농업분야가 입게될 경제적 피해와 정치사회적 비용은 심각하다“고 경고한다.

또 “TPP는 사실상 한일FTA나 다를 바 없는데, 대일 수출 증대는 고사하고 수입유발효과만 급증시켜 대일무역역조를 심화시키고, 특히 대일경쟁력이 뒤지는 중소기업에게 과도한 피해를 안겨준다”고 전망하고 있다.

무엇보다 중국이 걸린다고 한다. “중국이 배제된다는 감정의 골이 깊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 의미심장하다. TPP는 속을 들여다보면 미국이 주도하는 중국 배제의 경제 및 외교블록인 셈이다. 그래서 “한국의 평화 및 번영의 파트너인 중국의 배제감, 배신감을 자극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중국은 미국에 맞서 RCEP(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을 주도하고 있다. 자칫 주요 2개국(G2) 미국·중국의 ‘21세기형 무역대전’에서 한국이 중간에 끼인 박쥐 신세를 떠맡게될 우려마저 제기된다.

결론적으로 대외 시장경쟁에 가장 취약한 농업분야는 직격탄을 맞게 된다. TPP는 무역자유화에 원칙적으로 예외를 두지 않는다. 모든 무역상품에 100% 관세철폐를 매기는 게 목표다.

특히 한국 정부가 설정한 TPP 참여 예상 시점인 2014년은 농업통상의 핵심의제들이 줄을 잇는 시기다. 한중FTA 2단계 협상 초민감품목 선정, 쌀 관세화를 통한 2015년 쌀 시장 전면개방, 미국의 30개월령 이상 쇠고기 등 시장 추가 개방을 노린 한미FTA 재협상 압력 등이 정신없이 쏟아져나올 것이다.

이렇듯 TPP는 300만 농민, 중소기업을 비롯해 대다수 국민들에게 손해나 재앙으로 다가올 게 틀림없다. 이번 공청회에서 보여준 산업부,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산업연구원 등 TPP 찬성론자들이 정부홍보 매뉴얼을 마치 앵무새처럼 복기하는듯한 천편일률적인 주장과 비굴한 표정에서 확신을 얻을 수 있다.

산업부를 대표한 공무원은 "TPP를 대비해 농산물 피해를 감안하고도 2.5~2.6% 추가성장이 가능하다. 하지만 지금 현재 농업분야 피해에 대해 정확히 계량화된 분석자료는 부재하다. 그럼에도 일본은 이미 참여하고 있어 한일FTA를 체결하는 효과도 거둘 수 있는 TPP에 어서 참여해야 더 이득을 볼 수 있다. 참여를 서둘러야 한다"는 정부입장을 대독했다.

그런데 이건 도대체 말이 아닌 말이다. 거짓말이거나 비문이다. "농업분야는 산업별로 계량화된 피해분석자료가 없다면서 어떻게 농업 등 피해규모를 감안한 추가성장률을 산출했다는 말인지 이해할 수 없다.

또 FTA전문가라는 대학교수는 "최근 농산물, 농식품 수출 증가 추이라 고무적이다. 지난해 85억불인가 수출했다. 차제에 TPP를 위기가 아닌 기회로 삼아 식품을 많이 수출하면 농업에도 호기가 될 것"이라는 무지한 궤변을 서슴없이 늘어놓기도 했다.

식품산업은 농업이 아니라 식품가공업, 즉 공업이다. 그것도 대기업 정도나 되어야 식품수출 경쟁력이 있을테고 원재료도 거의 수입농산물이 차지할테니 국내 중소농의 수익유발효과와는 전혀 무관하다.

박근혜정부는 지금 농업을 산업화, 공업화, 집단화하려는 6차농산업, ICT융복합농업, 창조농업 등 현란한 ‘살농정책’의 수사를 줄기차게 남발하고 있다. 농민들의 머리로는 이해되지 않고 가슴으로는 느껴지지 않는다. 기만적이고 공허한 구호다.

정부는 이번 TPP에 있어서도 지난 FTA들과 마찬가지로 대책을 연구하지 않고 준비하지 않고 걱정하는 척만 하고 있을 게 뻔하다. 이번 공청회에서 아예 구체적이고 계량화된 농업 피해규모조차 예측해놓고있지 않다고 대놓고 털어놓고 있을 정도다.

차라리 대책이 없다면, 대책을 마련할 능력이 없다면, 솔직히 그렇다고 고백이라도 해야하는 시점은 아닌가 생각한다. 그래야 FTA이행지원기금 피해보전직불금 처럼 애초 발동될 가능성이 없게 설계해놓은 숫자놀음 허수같은 정부보조금에 농민들이 미련을 두지 않을 수 있다. 그런 내실없는 당근 정책에 더 이상 무기력한 농노처럼 길들여지지 않을 수 있다. 협동조합이나 마을공동체사업 같은 밑으로부터의 자구노력이라도 진정하게 추진해볼 수 있다.

TPP는 초국적자본과 대기업의 이익에 봉사하려는 초국적 규모와 단위의 밀실 담합행위에 다름아니다. 심지어 미국에서조차 미 의회조차 배제한 채 수백명의 미국 기업 자문역만 협정문 작업에 참여하고 있을 정도다. 이들 초국적 자본의 이익은 오로지 농민, 중소기업 등 사회적, 경제적, 정치적 약자들의 희생을 댓가로 한 것이다. TPP를 반대하는 명백하고 명쾌한 이유다.

 

2013년 11월 18일.

<정의당 국회정책연구위원 정기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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