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생정책논평/ 2013년 10월 30일(수)/국회정책연구위원 정기석]
쌀 목표가격, 3백만 농민의 “목숨 값”
- 농가의 생산비.물가상승 손실을 보전하는 현실적 대안을
- 정부의 규모화, 집단화 대응전략은 ‘살농정책’을 본격화하는 것
쌀 목표가격, 생산비.물가상승 손실을 보전하는 현실적 대안을
결국 정부는 쌀 목표가격 추가 인상을 거부했다. 29일, 이동필 농식품부장관은 기존안을 재고하라는 여야 농해수위 국회의원들의 한결같은 요구마저 공식적으로, 최종적으로 묵살했다.
이장관은 “쌀 목표가격은 기본 틀을 유지하며 검토해야 바람직하다"는 기존 입장에서 한치도 움직이지 않았다. 지난 5월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안은 쌀 목표가격을 17만4,083원으로 고작 4천원, 2.4% 인상하는 수준이다.
이에 대해 농해수위 야당 위원들은 일제히 “3無(무소신, 무능, 무책임)의 이동필장관은 사퇴하라”며 국정 감사 무기한 중단을 선언했다.
또 목표가격 23만원을 요구해 온 전농, 전여농 등 농민단체는 국감 현장에서 거세게 항의하는 등 농해수위 국감은 파행 국면에 접어들었다.
쌀 목표가격 제도는 2005년 추곡수매제가 폐지되면서 농가의 소득손실을 사후보전하기 위해 도입됐다. 목표가격이란 수확기 쌀값이 그 이하로 급락할 경우 차액의 85%를 변동직불금으로 지급할 때 기준이 된다. 지난 8년 동안 17만83원에 묶여있는 상태다.
향후 5년간 적용될 새로운 목표가격은 농민단체의 요구대로 지난 8년 동안의 생산비 증가나 물가상승률을 반영해 인상하는 게 합리적이고 상식적이다. 농민들은 지난 8년간 물가인상율(26.8%), 생산비증가율(21.2%)를 감안해 23만원의 목표가격을 요구하고 있다. 또 지난 5년 동안 쌀값은 연평균 약 3.2% 하락하고 쌀 생산비는 오히려 약 10.6% 증가하면서, 결과적으로 쌀 농가 소득이 약 13.8% 하락한 사정도 고려하기를 바란다. 여기에 물가상승률까지 감안한다면 쌀 농가의 소득손실은 배가되고 만다.
하지만 비현실적으로, 비합리적으로 낮은 수준에서 책정된 목표가격으로 인해 2008년, 2011년, 2012년의 경우에는 변동직불금이 단 한푼도 지급되지 않기도 했다.
하지만 정부는 농민의 주장에 전혀 귀를 기울이지 않고 있다. 소귀에 경읽기 형국이다. 쌀소득보전법 제10조의 현행규정 준수 타령, 1조원 이상 재정소요가 발생해서 곤란하다는 기재부 예산 핑계를 들이대기에 급급하다.
더 나아가 오히려 정부가 제시한 안이 경영비나 생산비 보다 높은 수준이라고 강변하고 있다. 미국이나 일본도 그렇게 하고 있다고 설득한다. 하지만 이는 농민단체의 산출방식에 비해 1.8배나 줄어든 결과를 보여준다. 정부의 일방적인 산출방식일 뿐이다.
정부의 규모화, 집단화 대응전략은 ‘살농정책’을 본격화하는 것
심지어 목표가격을 올리면 결국 농가는 손해를 보게된다는 이해하기 어려운 궤변도 서슴지 않는다.
“목표가격을 과도하게 인상하면 가뜩이나 쌀 소비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는 상황에서, 쌀 농사를 더 많이 짓게 되면서 수급과잉이 초래될 것이고, 덩달아 쌀값도 떨어지면서 결국 농가로 피해가 전가될 우려가 크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꺼내놓은 대안은 고정직불금 단가 조기 인상, 겨울철 논 이모작 직불금 지원, 영세·고령농 배려 등 공허하고 상투적인 수사의 나열이다.
게다가 노동시간당 쌀 소득은 타품목에 비해 높다는 논리를 개발해 전파한다. 규모화, 집단화, 6차산업화를 통해 농가 소득을 증대하려는 대응전략이다. 이는 대다수 중?소농들에게는 해당조차 되지 않는 방안이다. 2010년산 쌀에 대해 하위 50%, 약 38만1000농가에 지원된 평균 변동직불금은 겨우 31만원에 불과했다. ‘기업농’ 중심 ‘살농정책’의 의도를 노골적으로 본격화려는 의도를 드러낸 것이다.
이처럼 농정 당국의 무성의하고 비타협적이고 무책임한 태도는, 300만 농민의 성난 농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고정직불금 100만원 인상 대선공약마저 일방적으로 파기한 데 이은, 변동직불금 목표가격 4천원 인상안은 여당인 새누리당 의원들조차 설득하지 못하고 있다.
지금 3백만 농민들은 분노와 절망의 화살은 농정 책임자인 농식품부장관은 물론, 무능력한 농해수위 국회의원 모두를 향하고 있다. 농민들은 민주당이 수정 제안한 19만5901원 절충안이야말로 민주당의 한계를 스스로 증명한 것으로 성토하고 있다. 오히려 대정부 협상동력을 잃게 만든 적전 분열의 패착으로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올해는 작년에 비해 5.7%가 증가한 424만톤의 쌀이 증산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쌀값은 더 떨어지고 농민들의 시름과 절망은 더 깊어질 것이다.
만일 목표가격 변경안이 연내 처리되지 못하면 이미 편성된 1천50억원의 예산확보도 못한다. 내년 3월에는 지급해야할 변동직불금을 지급하지 못하는 최악의 장면이 벌어질 수도 있는 것이다.
야당이 제시한 19만5901원(총 지급한도 8,195억원)으로 결정되도 문제가 생긴다. 수확기 산지쌀값이 18만961원 이하로 떨어지면 변동직불이 발동하고, 16만475원 이하로 하락하면 지급한도를 넘어서게 된다. 이렇게 되면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예상한 올 수확기 쌀값 16만4707~16만8842원을 기준으로 할 때 최소 3천억원 이상의 추가경정예산 편성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따라서 쌀 목표가격은 농민단체의 요구를 최대한 반영해 합리적으로, 그것도 조속히 추가 인상되어야 한다. 현실적으로 적절한 가격으로 결정되어야 한다.
근본적으로는 물가 및 생산비 상승을 반영해 목표가격을 변경하도록 쌀소득보전 법률을 개정해야 한다. 농식품부 장관 하나 쫓아낸다고, 기재부 장관에게 매달린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지난 대선에서 “농업을 직접 챙기겠다”고 약속하고 서명까지 한 대통령이 나서야 한다. 국정의 최고책임자가 결단하는 방법말고 다른 방법은 없다. “쌀 값은 농사꾼의 목숨 값”이라 절규하는 3백만 농민의 봉기, 농정의 파국, 국정의 파행을 진정으로 막고 싶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