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논평] 한반도 긴장을 고조하고 군사주권 회복을 후퇴시킬 2013 한미안보협의회 야합 유감
- 북의 핵 사용임박 단계 선제공격 방침은 북핵 억제가 아닌 북의 핵능력 증강으로 귀결
- 전작권 전환 재연기 불가피 공감 운운은 군사주권 회복 포기와 MD 참여 촉구의 야합
한미 국방장관은 오늘 열린 제45차 한미안보협의회(SCM) 회의에서 북한 핵과 대량살상무기에 대응한 억제 전략 등의 합의사항을 담은 13개 항의 공동성명을 채택했다. 그런데 그 억제전략이란 것에 북한 핵 등의 위기 상황을 위협단계, 사용임박 단계, 사용 단계 등 3단계로 구분하고, 사용임박 단계에서 군사적 선제 조치를 취할 수 있는 전략이 포함되었다고 한다. 이에 대해 국방부 고위 관계자 등은 "북한이 핵무기 개발을 통해 달성하고자 하는 정치·전략적 목표가 결코 성공할 수 없을 것이라는 한미동맹의 강력한 메시지를 반영한 전략"이라고 설명했다고 한다.
하지만 우리는 이런 결정이 북한의 반발을 불러와 한반도 긴장을 고조시킬 뿐만 아니라, 이에 대한 북한의 군사적 대응으로 그들의 핵능력이 증강되고 한반도 비핵화만 역진되는 것으로 귀결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한다. 한미 군부는 이번 맞춤형 억제전략이라는 것이 북한이 핵을 사용하려는 의지를 실질적으로 억제할 방안이라고 평가한다. 3차 핵실험까지 하고 경제건설-핵무기 증강의 병진 노선을 천명한 터라 안보 불안감이 커지고 한반도 비핵화의 가능성에 대한 회의감이 커진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사용임박 단계라는 것을 도대체 어떻게 판단할 수 있고, 누가 판단내릴 것인가? 과거 냉전시절 첨단의 핵전력 및 탐지능력을 동시에 보유했던 미-소도 상황을 오판해 핵전쟁 일보 직전까지 간 상황이 있다는 것도 염두에 둘 일이다. 더구나 한미 당국이 사용임박 단계라는 전제를 붙이기는 했지만, 핵무기 등을 이용한 선제공격을 할 수 있다고 밝힌 전략은 북한의 이제까지의 대응 양태로 보아 더욱 호전적이고 적극적인 대응을 낳을 가능성이 크다.
우선, 핵 전략이 그렇다. 북한이 현재 보유-개발하고 있는 핵무기를 자신들의 안보와 정치-외교적 협상용 무기로서만 이용하지 않고, 남한 등을 실제로 공격하는 무기로까지 사용하려는 의지가 있는지는 불분명하다. 오히려 이번 조치로 인해 북한이 자신들의 핵무기 보유-개발 전략의 유효성을 더 살리기 위해서라도 자신들도 핵 선제공격 전략을 가질 수 있음을 천명하지 않을 지 우려된다. 그리고 선제공격에서 살아남거나 사용임박에 대한 측정을 어렵게 하기 위한 지하격납고 건설, 소형화와 병진하는 이동형 운반수단의 강화에 박차를 가하는 등의 대응을 낳음으로써 결과적으로 북의 핵능력 증진을 낳을 가능성이 크다. 이것을 군사적으로 막을 수 있는가? 단호히 말한다. 없다. 이미 영변 핵시설에 대한 외과적 수술 운운하던 1994년 여름의 해결책을 쓸 수 없음은 미국의 조야도 인정하고 있다. 유일한 해결책은 정치적 결단과 외교적 협상뿐이다. 6자회담이라는 외교적 협상을 계속 회피하던 한미 당국이 이제 북한이 반발해 북한마저 협상의 장에서 멀어지게 하려는 것인가? 단지 외교적 체면 때문이라면 이런 꼼수도 쓸 수 있겠다. 그러나 도대체 북 핵과 만성적 안보불안은 어떻게 해결하려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이번 한미안보협의회 회의의 또 하나 실망스러운 점은 양 당국이 2015년 12월로 예정된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재연기가 불가피하다는 데 공감하고. 추후 협의를 거쳐 전환 시기를 내년 상반기 중 결정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한국 정부가 전작권 전환을 다시 한 번 연기할 것을 종용한 것에 편승해 미국이 MD에 대한 한국의 적극적 참여를 유도하는 행태를 보인 점에 비추어 이면에서 어떤 합의가 진행되었는지 의심스럽다.
MD 참여는 천문학적인 예산이 소요될 뿐만 아니라, 중국 등과의 관계를 고려했을 때 우리로서는 도저히 택할 수 없는 선택지이다. 우리를 공격할 수 있는 북한의 중-단거리 미사일 억제에는 아무런 실효성이 없는 대신, 중국과 북한의 반발과 대응 전략을 낳아 우리의 안보를 오히려 위태롭게 할 소지가 높은 것이다. 북 핵 해결에 있어 중국의 협조를 강력히 추구하고 있으며, ‘서울 프로세스’라는 동북아 평화 협력을 천명하고 있는 현 정부의 정책과도 충돌할 소지가 높다.
한국의 수구적 군 지휘부와 정부가 군사적 주권을 회복하고 한반도 안보 문제 해결에서의 주도성을 강화시키는 전작권 환수에는 소극적이고 오로지 미군의 바짓가랑이에만 매달리려고 하는 작태가 안쓰럽기 그지없다. 더구나 외교-안보-경제적으로 마이너스적 요소만 가득한 MD 참여에 대해서까지 양보하며 전작권 재연기를 구걸하는 작태는 도저히 이해 불가다. 미국 역시 마찬가지다. 한국의 수구적 정부의 행태를 지렛대로 자국과 일본의 안보만 강화하고 경제적 부담을 줄이려는 미국 당국의 태도는 한국의 합리적 세력 사이에서 동맹의 현재와 미래에 대한 회의만 증폭시킬 따름이란 경고를 보낸다.
2013. 10. 2
정의당 정책위원회 의장 박원석
문의 : 김수현 정책위원회 정책연구위원(070-4640-239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