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방송(CJB) '라디오매거진 오늘' 2013년 9월 24일 인터뷰
장애인을 포함한 이동약자는 식당 앞에서 어떤 음식을 먹을까보다 경사로가 있는지부터 확인하게 되는데요. 장애인 편의증진에 있어서 경사로가 당연히 설치되어야 하는데, 이것이 불법이라고 합니다. 휠체어를 사용하는 장애인과 함께 유모차를 이용하는 이용보조기구를 사용하는 노인들까지 이용약자들을 위한 도로법개정안이 발의되었는데요. 이와 관련해서 정의당 박원석 의원님 전화연결 되어있습니다. 안녕하십니까
1. 어제 오전에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고 하는데요
어제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그리고 공익로펌 변호사님들, 법대 교수님과 함께 건물의 출입구에 경사로 등 장애인과 노약자를 위한 편의시설을 설치할 경우 도료점용료를 감면해 도로 점용허가를 받도록 유도하는 내용의 도로법 개정안을 발의하는 기자회견을 했습니다.
2. 도로법개정안 자세히 설명좀 해주세요.
현행 도로법에는 도로를 점용하려면 지자체의 허가를 받아야 하고, 점용료를 징수할 수 있는데, 5가지 경우에는 점용료 징수를 감면하도록 돼 있습니다. 그런데 점용료 징수 감면대상에 경사로 등 장애인과 노약자, 임산부 등의 편의시설은 포함돼 있지 않습니다.
이 때문에 지방자치단체에서 경사로 등을 불법 점용물로 간주해 철거하는 사례가 빈번히 발생하고 있습니다. 실제 최근 대구의 한 기초자치단체는 상점 앞에 설치된 장애인, 노인, 임산부용 경사로에 대해 점용료를 내지 않은 불법 점용시설이라며 철거해서 지역 장애인단체의 반발을 사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이같은 도로법 조항은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이하 차별금지법)이나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증진 보장에 관한법률'(이하 편의증진법)을 위배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제가 발의한 도로법 개정안에서는 장애인, 노약자, 임산부 편의시설에 대해서는 점용료를 감면하도록 했습니다.
3. 대구시내에서 이동약자의 편의를 위해 설치된 경사로를 철거했다는 이야기가 무슨 이야긴가요?
올해 2월에 대구 중구청이 대구의 번화가인 동성로의 4개 상점 앞에 설치돼 있던 장애인, 노약자를 위한 경사로에 대해 '불법 점용물'이라며 철거해서 휠체어를 사용하는 장애인들이 상점에 들어가기 어렵게 된 사례가 있었습니다.
한 장애인이 이에 대해 중구청에 민원을 제기했지만, 중구청은 도로법에 따라 경사로가 도로를 점용할 경우 사용료를 내야 하고 장애인, 노약자 편의시설은 점용료 감면대상에 포함되지 않아 철거했다는 답변을 들었답니다. 그래서 이 장애인은 지역 장애인상담소에 도움을 요청하고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서를 제출했다는 얘기를 듣고 도로법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해 개정안을 내게 됐습니다.
4. 이동약자들의 출입편의를 위한 경사로 설치를 의무화했던 기억이있는데요.
네 맞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차별금지법(18조)에 따르면 "시설물의 소유.관리자는 장애인이 시설물을 접근.이용함에 있어서 장애인을 제한/배제/분리/거부하여서는 안 된다"고 명시돼 있습니다.
또한 편의증진법과 이 법의 시행령에서는 근린생활시설(제2종), 판매시설 등의 주출입구에 장애인 등의 출입편의를 위한 경사로 설치를 의무화 하고 있습니다.
5. 지금 경사로 설치가 의무지만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건 무슨 이야기인가요.
편의증진법에는 의무화 돼 있지만, 정작 도로법은 지방자치단체가 "도로에서 시설을 신설, 개축, 변경 또는 제거하거나 그 밖의 목적으로 도로를 점용하려는 자는 관리청의 허가를 받아야"(38조)한다고 돼 있습니다.
또한 "도로를 점용하는 자로부터 점용료를 징수할 수 있다"(41조)면서, 5가지 경우에는 점용료 징수를 감면하도록 돼 있는데(42조), 여기에 경사로 등 노약자와 장애인의 편의시설이 포함돼 있지 않다는 게 문제입니다.
결국 도로법이 편의증진법에 위배되고 있는 것입니다.
도로법 42조(점용료 징수의 제한)
1. 공용 또는 공익을 목적으로 하는 비영리사업을 위한 경우
2. 재해나 그 밖의 특별한 사정으로 본래의 점용 목적을 달성할 수 없는 경우
3. 국민경제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공익사업으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업을 위한 경우
4. 주택에 출입하기 위하여 통행로로 사용하는 경우로서 영리목적이 아닌 경우
5. 「소기업 및 소상공인 지원을 위한 특별조치법」 제2조제2호에 따른 소상공인의 영업소에 출입하기 위하여 통행로로 사용하는 경우
6. 그렇다면 그런 허가 없이 의무적으로 경사로를 설치해야 하는 거네요
아닙니다. 오히려 제가 발의한 도로법 개정안에서는 경사로 등 장애인, 노약자, 임산부들을 위한 편의시설에 대해서는 도로 점용료를 감면해 경사로 설치 시 도로 점용허가를 받도록 유도하자는 것입니다. 허가를 받을 경우 지자체가 이를 '불법 점용물'로 간주해 철거하는 일이 발생하지 않을 것입니다.
7. 마지막으로 이동약자의 편의보다 도로관리가 우선시되는 이런 상황인데요. 생각보다 이런 문제들이 많은 거 같아요. 앞으로 남은 과제가 있다면요?
우선 어제 발의한 도로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하루 속히 통과돼야 할 것입니다. 그렇게 된다면 각 지자체에서 여러 지침과 하위 규정을 두어 모든 건물에 경사로를 설치하고 장애인들의 시설 접근권과 이동권을 신장하는 데 크게 이바지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한 가지 더 말씀드리면 비장애인들이 이동의 자유가 있듯이 장애인의 이동권 역시 동등하게 보장받아야 합니다. 지금도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들은 식사시간이 되면 어떤 음식을 먹을 것인가를 고민하기보다 경사로가 있는 식당을 찾아야 합니다.
우리 공동체에서 동등한 권리를 가진 구성원인 장애인들이 비장애인과 같은 권리를 행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인권 감수성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