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자회견문] 천호선 대표, 박근혜 대통령께 드리는 공개서한

[기자회견문] 천호선 대표, 박근혜 대통령께 드리는 공개서한

 

- 일시 및 장소 : 2013년 9월 12일 (목) 11시 청와대 앞

 

박근혜 대통령님!

 

대한민국 민주주의가 기로에 섰습니다. 나날이 밝혀지는 국정원과 경찰 그리고 새누리당 관련자들의 범죄행위는 국민을 아연실색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4.19혁명과 87년 6월 항쟁, 우리 국민들의 피와 땀으로 만들어낸 민주주의가 지금 여기서 무너져서는 안 된다고 국민은 촛불을 들고 있습니다.

 

이번 사건은 단순한 댓글사건이 아닙니다. 정보기관이 시민을 가장하고 인터넷 여론을 조작해 대선에 개입하려 했습니다. 국가에 의해 저질러진 중대범죄입니다. 경찰은 이를 감추려 수사를 축소하고 허위의 결과를 대선 와중에 발표했습니다. 유리한 대선국면을 만들기 위해 2007년 정상회담 회의록의 결과를 왜곡해 이용하려는 시도는 더 일찍부터 준비되었습니다. 그 중심에 김무성 총괄선대본부장 · 권영세 종합상황실장 박근혜 캠프 두 핵심인사가 있으며, 대통령이 임명한 남재준 국정원장은 정상회담 회의록을 무단 공개하였습니다.

 

이 엄청난 사태를 두고, “나는 국정원으로부터 도움 받은 일이 없다”고 말씀하시는 것은 조금도 대통령다운 태도가 아닙니다. “나는 몰랐고 내가 지시하지 않았으므로 책임이 없다”는 것은 대통령답지 않습니다. 만일 국정원이 선거에 개입하였다고 수사결과가 진실 그대로 발표되었다면 대선결과가 어찌되었을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습니다. 도움 받지 않았다고 그렇게 쉽게 말씀하실 일이 아닙니다. 대한민국 정부를 대표하는 대통령은 더 높은 책임 윤리를 요구하는 자리입니다. 때로는 과거 정권의 일이라도 책임을 져야 합니다. 지금의 사태에 대해 아무 책임도지지 않는다면, 5년 내내 박근혜정부는 정통성의 위기에 시달릴 수밖에 없으며, 결국 통치의 기반을 와해시킬 것입니다.

 

박근혜 대통령님!

 

지금 국정원을 이대로 놔둔다면, 대통령께서는 괴물을 키우고 말 것입니다. 지금 당장 국정원은 야당과 정권에 비판적인 인사들을 물어뜯어 정권에 보탬이 될지 모릅니다. 하지만 국정원은 곧 평범한 국민을 사찰하고, 여당과 고위 공직자들의 뒷조사까지 하려들것입니다. 이미 그 조짐이 보이고 있습니다.

 

그리고 국정원은 결국에는 주인에게도 달려들 것입니다. 차곡차곡 정권 주변의 정보를 모아 임기 말에는 대통령을 위협하려 할 것입니다. 그렇게 해서 본인들의 생존을 유지하려 할 것입니다. 이러한 국정원의 자체개혁은 불가능합니다. 대통령께서 괴물의 탄생을 막아야 합니다. 대통령이 의지만 가지고 있으면 국정원을 바꿀 수 있습니다. 공안기관이 공공연히 불법행위를 하면서 정당을 대신해 국정을 좌우하고 정부를 대신해 통치하는 것은 민주주의 무덤이며, 이것을 막을 의무가 대통령에게 있는 것입니다.

 

박근혜 대통령님!

 

오늘 민주주의를 지키자는 목소리는 곧 서민의 목소리를 지키자는 것이며, 민생을 지키자는 것입니다. 민주주의가 무너지면 민생이 무너집니다. 멀리 갈 것 없습니다. 유신 말기 민주주의가 사라졌을 때, 박정희 대통령은 힘없는 서민의 목소리를 들을 수 없었습니다. 동일방직과 YH의 노동자들이 이대로는 살 수 없다고 일어섰지만, 그 간절한 목소리는 짓밟히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박정희 정권은 무너지고 말았습니다.

 

민생을 위해 민주주의를 되살려야 합니다. 힘없는 서민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야당과 대화하고 시민사회와 대화하고 노동자와 대화해야 합니다. 대화하고 타협하는 민주주의 정치를 복원해야 합니다. 대통령이 공약하신 수많은 민생 정책들은 야당의 협조를 필요로 합니다. 하지만 국정원 문제로 대통령과 대화하자고 했지만 야당은 그 존재조차 부정당하고 말았습니다. 국정 운영의 한 축인 야당을 이렇게 멸시하고, 민생정책을 위해 협조하라는 것은 언어도단이 될 뿐입니다.

 

박근혜 대통령님!

 

시간이 많지 않습니다. 시간을 끌수록 국정원 대선개입에 대해 비판하는 국민들은 박근혜 대통령을 믿지 않으려 할 것입니다. 대한민국은 반으로 쪼개질 것이며, 대통령이 약속한 100% 대한민국은 허공에서 사라질 것입니다.

 

대통령답게 나서야만 합니다. 국정원 사건의 도의적 정치적 책임을 지고 해결을 약속해 주십시오.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국정원 전면개혁 방안을 제출하고 실천해 주십시오. 남재준 원장 등 국기 문란 책임자들을 해임하고 처벌해 주십시오. 그래야 국민들이 박근혜정부를 진심으로 인정할 수 있을 것입니다. 민족의 대명절 추석 전까지 결단을 내리시고, 국민들이 속 편히 명절을 보내게 해 주십시오. 대통령의 결심을 기다리겠습니다.

 

2013년 9월 12일

정의당 대표 천 호 선

참여댓글 (2)
  • 자유,정의,녹색의 나라

    2013.09.12 13:13:42
    당장은 야당과 정권에 비판적인 인사들을 물어뜯어 정권에 보탬이 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곧 평범한 국민을 사찰하고, 여당과 고위 공직자들의 뒷조사까지 하려들것입니다.
    결국에는 주인에게도 달려들 것입니다. 임기 말에는 대통령을 위협하려 할 것입니다.
    그렇게 해서 본인들의 생존을 유지하려 할 것입니다.
    국정원의 자체개혁은 불가능합니다. 대통령께서 괴물의 탄생을 막아야 합니다.
  • 쭈니할매

    2013.09.12 19:39:44
    천막에 계시는 천호선님 건강조심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