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김제남 원내대변인 (박근혜 대통령-10대 재벌 총수 오찬 관련)
오늘 박근혜 대통령과 10대 재벌 총수와의 청와대 오찬 결과는 예상했던 그대로였다.
박근혜 대통령이 경제활성화와 일자리창출을 위해 10대 재벌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투자해달라는 모호한 요청을 하는데 그친데 반해, 허창수 전경련 회장을 비롯한 재벌 총수들은 투자의 걸림돌로 제반 규제정책을 지목하고 정부가 먼저 규제완화조치를 취해줄 것을 주문했다.
특히, 재벌들은 현재 국회에 제출된 상법개정안이 안정적 기업지배구조를 위협하고 공정거래법으로 인해 외국인투자가 유치되지 못하고 있다고 하소연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제살리기와 일자리창출을 위해 투자활성화는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투자활성화가 규제정책 때문이라는 것은 어불성설에 불과하다. 지난 10여 년간 정부는 일관되게 규제완화조치를 추구해왔고, 그 혜택은 대부분 재벌대기업들에게 돌아간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벌대기업은 지금까지 국내투자에 대해 모르쇠로 일관해왔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자료에 따르면, 대부분 재벌 계열사인 50대 기업들의 이익잉여금과 현금성자산이 최근 몇 년간 급증하고 있다. 예를 들어 삼성전자의 경우 2012년 유무형자산에 대한 투자는 1조 9천억 원에 그친 반면, 현금성자산으로 약 23조 2천억 원을 쌓아두고 있다.
이러한 점들을 제대로 직시하지 않은 박근혜 대통령이 재벌들의 요구사항을 일방적으로 청취하다시피 한 이번 청와대 오찬은 박 대통령이 자신의 대선공약이었던 경제민주화의 포기를 공식적으로 선언하고 친기업적 태도를 표명하는 터닝포인트로 평가할 수밖에 없다.
박근혜 대통령은 기업의 ‘손톱 밑 가시’만 신경 쓸 것이 아니라, 서민의 ‘가슴에 박힌 대못’을 직시하고 애초 약속대로 경제민주화를 국정기조로 다잡기 위해 노력해야할 것이다.
2013년 8월 28일
정의당 원내대변인 김 제 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