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의 ‘산업부 원전 컨트롤타워’는 원전 안전의 기본을 무시한 구상에 불과하다
◈ 원전의 안전 생각한다면 원자력안전위원회를 대통령 직속으로 격상하고 독립적인 권한 확대해야 |
○ 박근혜 대통령이 오늘(9일) 원전비리와 관련해 “산업부를 중심으로 안전규제를 담당하는 원안위와 경영효율을 담당하는 기재부, 비리를 찾아내는 감사원 등이 협업체계를 구축해 더 이상 사각지대가 없도록 해야한다”고 밝혔다.
○ 이는 원전비리를 근절하기 위해 산업부에 원전의 진흥과 규제를 포괄하는 ‘원전 컨트롤타워’를 만들겠다는 것으로 원전의 안전규제와 진흥을 분리하라는 국제원자력기구(IAEA) 규정을 역행하는 비정상적인 구상이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오히려 “안전규제와 진흥을 분리하라는 IAEA 규정 그 자체의 노예가 되어서는 안 되며 원전 관련 기관들이 서로 정보를 교환하고 협업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원전의 안전을 유지하는 것이자 IAEA 규정과 취지가 다르지 않다”고 주장하는 등 원전의 안전에 대한 기본과 상식을 무시하는 발언을 일삼고 있다.
○ 원자력 안전에 관한 국제규범인 원자력안전협약은 ‘규제기관의 기능을 원자력 이용 또는 증진과 관련된 기관의 기능과 효과적으로 분리’하도록 요구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미국과 프랑스의 경우 오래전부터 원자력 안전 규제와 원전산업 진흥 기관이 독립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일본 또한2011년 후쿠시마 원전사고로 인해 뒤늦게나마 안전규제와 진흥 업무를 이원화했다.
○ 우리나라도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대통령 직속으로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가 설립되면서 원전의 안전규제와 진흥 및 운영을 분리해 운영해 왔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가 출범하면서 원안위를 미래창조과학부 산하 위원회로 이관하겠다고 밝혔다가 논란 끝에 현재 국무총리 산하로 이관되어 있는 상태이다.
○ 이에 따라 현재 원자력진흥위원회의 위원장이 국무총리인데 비해 원전의 안전규제기관인 원안위는 국무총리 산하 기구가 되어, 결국 원자력진흥위원회 아래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있는 셈이다. 이와 같이 오늘 박근혜 대통령의 ‘산업부의 원전 컨트롤타워’언급 또한 인수위 시절 구상했던 ‘진흥부처 아래 규제기관을 배치’하려는 원전마피아식 기획의 연장선에 불과하다.
○ 원전비리는 원전을 관리 감독하는 컨트롤타워가 없어서 발생하는 것이 아니다. 원안위를 비롯한 규제기관의 권한과 독립성이 약화되고, 오히려 원전마피아들이 전문가라는 명목으로 진흥과 규제기관의 주요 요직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방조 또는 확대한 현 정부의 근본 없는 원전 정책 또한 원전비리를 양산하는 데 제대로 일조하고 있는 상황임이 분명하다.
○ 원전비리를 막고 원전의 안전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핵심 규제기관인 원안위의 근본적인 구조와 인적 구성부터 바꿔야 한다. 그리고 규제기관으로서의 역할을 다할 수 있게 완전한 독립기구화 되어야 한다. 그래야만 원안위가 제 목소리를 낼 수 있다. 원자력진흥위원회 아래에서, 또 산업부의 원전 컨트롤타워 아래에서 과연 원전 안전에 대해 제대로 말 한마디 하는 게 가능하겠는가.
○ 박근혜 대통령이 진정 원전의 안전을 강조하고 싶다면, 기본도 안 된 엉뚱한 구상을 할 게 아니라 최소한 원자력안전위원회를 대통령 직속위원회로 원위치하고 독립적인 인력과 권한을 강화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할 것이다.
2013년 7월 9일
국회의원 김제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