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노란봉투법 회피하는 공공기관들, 모범 사용자 약속은 어디로 갔나?
공공기관들이 노란봉투법 적용을 피하기 위해 최대 2억원에 달하는 연구용역을 발주하고 컨설팅을 받았다고 한다. 기존 계약서와 과업지시서를 수정하고, 노동조합 갈라치기를 시도하고, 심지어 쟁의 행위를 채증하라는 조언까지 나왔다. 모범 사용자가 되어야 할 공공기관들이 대체 왜 이러나?
오늘 언론보도에 따르면 노란봉투법 대응 문건을 작성한 공공기관 17곳 중 과반인 무려 9곳이 사용자성을 지우기 위한 방안을 검토했다고 한다. 발전 공기업 5개사·한국공항공사·한국도로공사·인천국제공항공사·한국마사회 등 이름만 들어도 알 법한 공공기관들이다. 최소 2,200만원의 법률 자문부터 최대 2억2천만원의 연구용역까지 그 비용도 상당하다.
한 공사의 문건에는 "사용자로 인정되지 않도록 각별히 유의하라"는 노골적인 조언까지 담겼다. '하청 노동자의 쟁의행위를 채증해 민·형사상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하라'는 조언, "용역 계약상 실질적 지배력 인정 요소를 제거하라"는 권고도 있다. 이는 단순한 법률 검토를 넘어선 명백한 탈법 설계다.
노란봉투법의 핵심은 '실질적 지배·결정력' 기준이다. 그런데 이를 사전에 제거하기 위해 계약 구조 자체를 뜯어고치는 행위는, 법 적용을 피하기 위해 부정한 계약 구조를 사전에 설계하는 탈법행위에 다름 아니다. 또한 하청 노조의 쟁의행위를 채증하고 교섭을 회피하기 위한 전략을 조직적으로 수립한 것은 부당노동행위의 소지가 다분하다.
노란봉투법은 노동3권의 새로운 기준을 세우는 법이다. 지난 10일 법 시행 이후 교섭과 투쟁, 소송으로 사례와 판례를 쌓아 올리는 지난한 과정이 남아 있다. 그런데 공공기관이 앞장서서 법의 취지를 왜곡·역행하고 있는 것이다. 대단히 부적절하고 반노동적인 행태다. 특히 이재명 대통령이 정부와 공공기관이 모범 사용자가 되어야 한다고 연일 강조하고 있음을 고려하면 정부 방침을 전면으로 거스르는 행태이기도 하다.
오히려 민간기업들이 노란봉투법에 따른 단체교섭 의사를 밝히고 있는 와중에, 하청 노조와 교섭 의사를 밝힌 공공기관은 현재까지 지방공기업인 부산교통공사가 유일하다고 한다. 부산교통공사처럼 적극적으로 의사를 밝히진 못할 망정, 노란봉투법을 피할 궁리만 하고 있는 공공기관들을 강력히 규탄한다.
이재명 정부에 엄중히 촉구한다. 정부 방침을 거스르고 법 취지를 왜곡하는 공공기관들에 대해 즉각적인 실태조사에 착수하고, 위법·편법 행위에 대한 책임자를 문책하며,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하라.
단순한 경고나 주의 촉구로는 부족하다. 위법·편법 행위에 대한 책임을 명확히 물어야 한다. 그리고 모범 사용자로서 법의 취지에 따라 하청 노동자들과의 성실 교섭에 즉각 응하라.
2026년 3월 25일
권영국 정의당 대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