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대형마트 새벽배송 규제 해제 논의, 공정 경쟁 아닌 골목상권 사형 선고다
- 정부와 여당은 거대 자본의 ‘기계적 공정’ 뒤에 숨은 나쁜 경쟁 확산을 멈추고 유통법 개정 논의를 즉각 중단하라
- 유통법 개정 논의, 지역 경제의 실핏줄인 골목상권을 질식시키는 명백한 사형선고
- 무너진 유통 생태계 복원과 경제 주체들의 공존 도모하는 ‘결과의 정의’가 필요
- 대형마트 경영 위기는 ‘규제 역차별’ 아니라 경영진의 총체적 경영 부실 탓, 규제 완화는 이들에게 면죄부를 주는 것일 뿐
- 대형마트를 ‘또 다른 쿠팡’으로 만드는 것은 지옥 같은 속도 경쟁을 유통산업 전체로 확산시키는 악순환에 그칠 것
- 거대 기업의 독과점 횡포 막기 위해 쿠팡을 직접 규제하는 ‘온라인플랫폼법’부터 제정하라
- 대형마트 영업이익의 1%도 안 되는 상생기금이라는 푼돈으로 자영업자의 생존권과 노동자의 생명권을 매수하려는 기만적인 시도를 즉각 중단하라
정부와 여당이 이커머스 공룡 쿠팡을 견제한다는 명분을 내세워 대형마트 새벽배송의 빗장을 여는 유통산업발전법(유통법) 개정을 강행하고 있다. 이는 ‘공정 경쟁’이라는 허울 좋은 수사와 달리, 지역 경제의 실핏줄인 골목상권을 질식시키는 명백한 사형선고다.
전국 1,800여 개의 대형마트 점포가 사실상의 도심 물류 거점으로 전환되면, 신선식품과 생필품 시장을 지탱해 온 동네 슈퍼와 정육점, 청과물점 등이 보유했던 최소한의 지리적·시간적 우위마저 완전히 박탈당하게 된다. 덩치 큰 기업들의 싸움터에서 짓밟힐 중소상공인의 몰락과 노동권의 후퇴라는 부정의한 결과는 안중에도 없는가.
유통법 개정은 불평등한 시장 구조를 외면한 채 거대 자본들 사이의 세력 균형만 따지는 ‘기계적 공정’에 불과하다. 진정한 공정은 무너진 유통 생태계를 복원하고 경제 주체들의 공존을 도모하는 ‘결과의 정의’가 되어야 한다. 구조적 격차의 완화를 통해 중소상공인의 경제적 터전을 보호하는 것이 국가가 실천해야 할 본질적인 정의인 것이다.
대형마트가 겪는 경영 위기는 ‘규제 역차별’이 아니라 경영진의 총체적 경영 부실 탓이다. 규제 완화는 이들에게 면죄부를 주는 것일 뿐이다. 지난 10년 동안 대형마트는 변화하는 시장 흐름을 읽지 못한 채 규제를 성장 정체의 방패로 삼아 안주해 왔다. 전체 가구의 35%에 달하는 1인 가구가 근거리 소량 구매를 선호하는데, 여전히 교외의 대규모 매장과 대용량 묶음 판매 방식에만 매몰돼 온 것이다.
유통 구조의 근본적인 변화를 통해 합리적인 가격대를 확보하거나 오프라인 매장만이 가질 수 있는 독자적인 상품력과 경험적 가치를 구축하는 대신, 규제 완화라는 특혜에만 매달려온 결과가 점유율 하락이라는 성적표로 나타났다. 정부와 여당은 중소상공인의 경제적 터전과 노동자의 건강권을 제물 삼아 거대 유통 기업의 뒤처진 경영 실패를 보전해주려 하고 있다.
정부와 여당은 유통법 개정 논의를 즉각 중단하라. 대형마트를 ‘또 다른 쿠팡’으로 만드는 것은 지옥 같은 속도 경쟁을 유통산업 전체로 확산시키는 악순환에 불과하다. 정부는 거대 기업의 독과점 횡포를 막을 규칙부터 만들라. 쿠팡의 독과점과 노동 착취가 문제라면 쿠팡을 직접 규제하는 ‘온라인플랫폼법’을 제정하여 시장의 질서를 바로잡으라.
아울러 대형마트 영업이익의 1%도 안 되는 상생기금이라는 푼돈으로 자영업자의 생존권과 노동자의 생명권을 매수하려는 기만적인 시도를 즉각 중단하라. 정의당은 시민사회와 연대하여 기계적 공정 뒤에 숨은 차별과 배제를 걷어내고, 노동의 존엄과 중소상공인의 생존권이 보장되는 진정한 상생 질서를 확립하기 위해 끝까지 싸울 것이다.
2026년 2월 13일
정의당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