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논평] 상품이 아닌 권리로, 주거 및 주택 정책의 방향을 전환해야 합니다
2026년 현재, 청년들에게 ‘집’은 온기와 평안의 상징이 아닌 거대한 장벽입니다.
청년 10명 중 8명은 세입자입니다. 세입자 청년들은 평균 1년 6개월에 한 번씩 집을 옮깁니다. 수도권 세입자 청년들은 월 소득의 16%를 임대료로 씁니다. 월 300만 원을 버는 청년이 수도권에 집을 사려면 한 푼도 쓰지 않고 8년 가까이 돈을 모아야 합니다.
이 수치 뒤에는, 숫자와 통계로 설명할 수 없는 고단함과 불안이 있습니다.
청년들은 ‘임장 크루’를 꾸려 바쁜 시간을 쪼개 수도권 곳곳으로 나섭니다. 불안정하고 불확실한 사회, 쫓겨날 걱정 없이 살 수 있는 ‘내 집’을 마련하는 게 대다수 청년의 ‘인생 과제’이기 때문입니다. 시장과 이윤 중심의 주택 정책은 청년들이 ‘현재의 삶’을 누리지 못하게 합니다. 남들보다 치열하게 살지 않은 탓이라며 자책하고, 미래를 위해 참고 견디는 생활에 청년들은 익숙해져 있습니다.
공공도, 민간도 청년의 주거권을 지켜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서울시의 역점 사업인 ‘청년안심주택’은 ‘청년불안주택’이라는 오명을 얻었습니다. 청년안심주택은 무늬만 공공일 뿐, 대부분이 민간 임대 사업자에 의해 운영되고 있습니다. 공공의 지원을 받기 위해 무리하게 사업에 뛰어든 임대사업자들은 자금난으로 건물을 경매에 넘기고,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고 퇴거당하는 청년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서울시는 사전 검증도, 사후 대응도 제대로 하지 않은 채 책임을 방치하고 있습니다. 정부가 내놓은 1.29 주택 공급 대책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민간에 권한을 넘기는 공급 방식은 여전하며, 안전한 공공임대주택 확대에 대한 계획은 없습니다. 공공의 지원은 계속해서 사유화되고, 청년들의 희망과 노력은 건설사의 이익으로 증발합니다.
공공주택 공급은 칸막이를 늘리는 것을 넘어,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는 방식이어야 합니다.
반지하-옥탑방-고시원, 일명 ‘지옥고’라 이름 붙여진 주거 형태가 가시화된 지도 오랜 시간이 지났습니다. 여전히 5.3%의 청년은 ‘주택 이외의 거처’에 거주하고 있습니다. 운 좋게 공공임대나 청년주택에 당첨됐다 해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좁은 면적과 짧은 거주 기간, 열악한 환경 속에서 청년들은 다양한 삶의 방식을 상상하기 어렵습니다. 집이 삶을 부지하는 것을 넘어 삶을 가꾸어 나가는 공간이 될 수 있도록, 최소한의 주거 기준을 법적으로 상향해야 합니다.
‘상품’으로서의 집이 아니라, ‘권리’로서의 주거를 말해야 합니다.
자산을 축적하지 못하면 낙오된다는 공포가 아니라, 존엄한 삶의 기초를 늘 잃지 않도록 버팀목이 되어 주는 것이 사회의 역할이어야 합니다. 계엄을 딛고 새로 쓰는 대한민국이 더 단단히 시민들의 삶을 떠받칠 수 있도록, 과감한 사회적 해법을 상상할 때입니다.
2026년 2월 2일
정의당 청년위원회 (위원장 정재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