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악산 오색케이블카 허가 연장 규탄 시민대회 발언문]
- 일시 : 2025년 12월 23일(화) 오후 2시
- 장소 : 국립공원공단 본사 정문
반갑습니다. 정의당 대표 권영국입니다. 아름다운 우리의 명산 설악산을 지키기 위해 오랫동안 싸우고 계신 여러분께 연대의 인사를 드립니다.
“21세기 한국 관광에 두 개의 유령이 떠돌고 있다. 케이블카와 출렁다리라는 유령이. …(중략)… 다들 귀신에라도 홀린 것인가. 답답하고 속상하다.” 작년 5월에 나온 한 언론 기사의 머리말입니다. 흔히 보수신문이라고 부르는 중앙일보에서 나온 기사입니다.
무분별한 케이블카 설치 문제는 좌우의 문제가 아니라, 상식의 문제입니다. 절대다수의 케이블카가 적자로 운영 중입니다. 관광 효과도 없습니다. 성공 사례라는 통영의 케이블카조차도 주변 상권과 무관하거나 도리어 쇠퇴하는 현상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공사비는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유지비는 밑 빠진 독처럼 새어 나갑니다. 모두 시민의 혈세로 메워야 합니다.
무엇보다, 케이블카 건설의 가장 심각한 문제는 ‘생태계 파괴’입니다. 상부 정류장의 식생 훼손, 지형 파괴, 야생동물 서식지 파괴는 물론이고, 운영하는 과정에서도 소음과 진동이 주변에 끊임없이 영향을 주게 됩니다. 이러한 명백한 과학적 근거들이 국책연구기관과 전문기관들을 통해 수도 없이 확인되었지만, 정부는 될 때까지 한다는 식으로 계속해서 죽은 사업의 부활을 시도했습니다.
그 결과로 2012년까지 전국에 16개였던 케이블카가 10여 년 만에 40개 이상으로, 두 배 이상 늘었습니다. 출렁다리는 전국 지자체 수보다 많은 239개가 됐습니다. 전시행정에 정신이 팔린 정부와 지자체의 무능뿐만 아니라, 토건 사업자들과의 결탁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특히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사업은 정말 적폐라는 말로밖에 표현이 안 되는 것 같습니다. 희귀식물 군락이 발견되어 공사가 잠정 중단됐을 정도로, 사전 영향평가가 엉망진창입니다. 양양관광개발공사를 설립해 운영을 맡길 거라더니, 그 공사는 경제성 부족과 설립 명분 미흡으로 부적격 처리를 당했습니다. 양양 주민들에게 1인당 수백만원의 부채를 안겨줄 최악의 경제성도 문제적이고, 자료 조작 의혹까지 제기됐습니다. 수천억 들여 생태를 파괴하는 사업을 이렇게 졸속으로 해도 되는 겁니까?
정의당은 전국의 무분별한 신공항들을 반대하는 원칙을 지켜 왔습니다. 그 원칙 그대로 무분별한 케이블카 사업들에도 단호히 반대합니다. 지난 대선 때도 국회에서 열린 전국 케이블카 건설 중단 기자회견에 참석했었는데, 기억하실지 모르겠습니다. 무책임한 정치인들이 표와 돈만 보고 남발하고 있는 이 사업들을 정의당은 ‘환경파괴·생태학살 토건 사업’으로 규정하고 중단할 것을 약속하였습니다.
우리가 미래 세대에게 물려줘야 할 것은 백해무익한 케이블카가 아니라, 지속 가능한 녹색 사회입니다. 토건 사업자의 배만 불리는 무분별한 난개발 사업들에 대한 통제 방안을 마련하겠다, 토건 사업에 쓸 세금을 이동 약자를 위한 무상대중교통 정책, 녹색정책에 사용하겠다는 약속 여전히 갖고 있습니다.
앞에서는 기후를 말하지만, 바로 그 뒤에서 불필요한 케이블카와 공항 건설을 늘어놓는 정치를 여러분께서 단호하게 거부해주십시오. AI 산업 성장을 위해, 낡은 원전을 계속 돌리고 심지어 원전을 확대하겠다는 정치도 마찬가지입니다. 장거리 송전시설의 문제와 막대한 비용을 알면서도 에너지 고속도로를 건설하겠다고 말하는 정치 또한 그렇습니다.
정의당은 신공항을 반대하기에 케이블카를 반대하며, 케이블카를 반대하기에 용인 반도체 산단 전면 재검토를 요구합니다. 그것들은 모두 똑같은 원리로 작동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달 말에 공원사업시행허가 연장 기한이 다가온다고 알고 있습니다. 내년 2월에는 행정소송 결과도 나온다고 들었습니다. 새만금 신공항 건설계획이 법원에서 취소되었듯이, 설악 케이블카도 분명히 취소될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그렇게 되도록 정의당도 끝까지 함께 싸우겠습니다. 감사합니다.
2025년 12월 23일
권영국 정의당 대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