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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성명] 천막은 짓밟혀도 우리의 결의는 짓밟히지 않는다
[성명] 천막은 짓밟혀도 우리의 결의는 짓밟히지 않는다



국가폭력의 칼 끝을 보아라. 어딜 겨누고 있는가? 언제나 사회적 약자였고, 또 12월 1일의 청소년이었다. 비유적인 표현이었더라면 좋았겠지만 12월 1일, 중구청 공무원들은 정말 칼을 들고 청소년과 연대시민에게 달려들었다. 경찰 기동대 수십 명이 우리를 둘러쌌다. 무자비한 폭력이 자행되었다. 

천막을 무너뜨리는 공무원들의 손속은 그 천막 안에 사람이 있음에도 거침없었고, 그 현장에 있던 대부분의 청소년과 연대자들이 처참하게 다쳤다. 철거 계고장 하나 붙이지 않고 일어난 일이었다.

우리는 우리의 권리를 위해 서울시의회에서 바라볼 수 있는 곳에 천막을 쳤다. 우리, 청소년들의 목소리는 언제나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치부된다. 선거권 하나 없는 청소년들은 그들의 입장에서 ‘성가신’ 존재일 뿐이다. 못듣고 못본 척해서 차마 ‘그런 이들이 있는 줄은 몰랐다’라는 말은 할 수 없도록, 12월 1일 아침, 학생인권조례 존치와 학생인권법 제정을 주장하며 노동당, 녹색당, 정의당 청소년단위와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가 공동 주최해, 그 자리에 천막을 쳤다. 

그런데 중구청은 계고장도 붙이지 않고 곧바로 천막 강제 철거를 이행했다. 건물 쪽 공터라서 시민들의 통행을 조금도 방해하지 않는 곳이었다. ‘거슬린다’. 그것뿐이었다.

경찰은 활동가들을 깔고, 밀어내고, 누르고, 잡아끌어냈다. 칼을 든 중구청 공무원에게 청소년 당사자가 찔렸다. 사람이 안에 있든 없든 천막을 무너뜨린 공권력에 의해 그 안에서 사람들은 구조물에 짓눌리고 줄에 목이 졸렸다.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조금의 정당성도 없는 국가폭력에 우리가 수없이 다쳤다. 그런데도 그들은 아직 무너진 천막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사람을 두고도 그 주변에 경찰 펜스를 쳤고, 기자회견을 그 앞에서 진행하도록 했다.

우리의 목소리를 들어라. 청소년은 존엄하다. 학교 안 청소년의 기본권을 규정하는 학생인권조례를 폐지하는 것은 가장 확실한 방식의 인권퇴행이다. 그것을 규탄하기 위해 천막을 세운 이들의 목소리를 조금도 듣지 않고 국가는 다시 폭력으로 우리를 짓밟았다. 공권력은 정녕 국가폭력의 칼끝을 모든 청소년에게 겨누려고 하는가? 학생인권조례를 폐지한 다음 다시 교실 안에 차별과 혐오, 체벌 허용을 도입할 셈인가? 

청소년은 인간이다. 인간이라면 보편타당하게 누려야 하는 권리, 그것을 우리는 인권이라고 부른다. 청소년에게도 인권이 있다. 학생인권조례는 그저 ‘학생도 인간이고, 학생에게도 인권이 있다’는 사실을 명문화한 것뿐이다. 우리의 존재를 인정하라. 

그리고 우리의 목소리를 더는 짓밟지 말라. 국회는 학생인권조례를 넘어 학생인권법을 제정하라. 당연히 모든 인간이 존엄하므로 인권을 갖고 있듯이, 모든 청소년이 존엄하므로 인권을 갖고 있다. 모든 학교 안 청소년의 권리 보장을 위해 학생인권법이 제정되어야 한다. 

우리는 서울시의회 앞에서 투쟁을 이어간다. 천막은 짓밟혀도 우리의 결의는 짓밟히지 않을 것이다.

2025년 12월 2일
정의당 청소년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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