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고용노동부는 속헹님 사건에 대한 상고 결정 즉각 취하하라
고용노동부는 한겨울 비닐하우스 숙소에서 숨진 속헹님 사건에 대한 상고 결정을 즉각 취하해야 합니다. 먼 타국에 일하러 온 고인이 세상을 떠난 지 벌써 5년이 되어 갑니다. 사랑하는 딸을 잃게 만든 나라와 수년째 소송을 이어가는 유족의 마음을 더 이상 괴롭히지 마십시오.
속헹님은 캄보디아에서 온 여성 이주노동자로, 지난 2020년 영하 20도 날씨에 경기도 포천의 비닐하우스 숙소에서 잠을 자다 간경화 합병증으로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2016년 입국해 2018년부터 노동을 시작했고, 불과 3주 뒤면 귀국할 예정이었습니다.
속헹님이 일한 농장은 5인 미만 사업장이라는 이유로 최소한의 법적 보호는커녕 정부의 감독 범위에서도 벗어나 있었습니다. 고용허가제에 몸이 묶여 권리를 요구할 수도 없었습니다. 동료들의 증언에 따르면 난방시설이 작동하지 않았고, 이주노동자라는 이유로 건강검진과 치료도 제대로 받지 못했습니다. 사건을 조사한 경찰서와 고용노동부는 난방시설이 작동하지 않았다는 이주노동자들의 진술이 있었음에도 별다른 조사를 하지 않았습니다.
결국 근로복지공단은 고인이 사망한 지 500일 만에 이 사건이 산재라고 인정했습니다. 정부의 책임을 인정하고 유족에게 배상하는 일만 남았습니다. 지난달 서울중앙지법은 속헹님에 대한 국가 배상 책임을 인정했습니다. 고인의 5주기를 3개월 앞둔 시점에 나온 귀중한 판결이었지만, 고용노동부는 이 판결에 불복하고 상고하기로 결정해 또다시 유족의 상처를 헤집고 있습니다. 정부가 이래서는 안 됩니다.
5인 미만 사업장을 예외로 하는 낡디낡은 근로기준법에 대한 방치, 20년 가까이 개선을 요구해도 바뀌지 않는 고용허가제, 이주민 동료들의 증언을 외면한 부실한 조사 등, 속헹님의 죽음에 대한 우리 정부의 책임은 분명합니다.
이재명 정부 출범 직후 형제복지원, 선감학원, 삼청교육대, 여순사건 등 국가폭력 사건들에 대한 정부의 상고 취하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환영할 만한 방향성입니다. 그 원칙이 이주노동자에게도 똑같이 적용되어야 할 것입니다. 고용노동부는 상고 결정을 즉각 취하하기 바랍니다.
2025년 10월 16일
정의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