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주노동자 사업자 변경 자유 보장 촉구 기자회견 발언문]
- 일시 : 2025년 7월 29일(화) 오전 11시
- 장소 : 용산 대통령실 앞
<요약>
- 나주 석재공장 지게차 인권유린 사건, 이번에야말로 쏟아지는 여론의 비난을 잠시 피하기 위한 임시 처방이 아니라 노동권이 보장되는 제대로 된 이주노동 제도가 마련되길 촉구한다.
- 이주노동을 고용의 문제로만 바라보며 사업주 고용 보장을 위해 노동자를 일터에 묶어두는 고용허가제는 '뒤집힌 운동장'이나 다름없다. 낮은 임금 유지를 위해 노동자를 수시로 갈아치우도록 유도하고, 노동자의 사업주에 대한 복종을 강요하는 제도다.
- 근본적 해결은 이주노동자에게 노동권을 보장하는 노동허가제로 전환하는 한편, 현재 고용허가제의 사업장 변경 제도, 고용변동 신고제도, 성실근로자 제도 등 독소조항들을 개선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여섯 가지 개선 대책을 제안한다.
- 고용허가제 비숙련 이주노동자들의 노동권 보장을 위한 제도개선은 이제 시대의 과제가 되었다. 고용허가제의 문제점을 개선하는 것을 넘어 노동권을 보장하는 이주노동 제도를 만들기 위한 진지한 정책적 논의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가)노동권 보장을 위한 이주노동 제도 개선 협의체 구성을 요구한다.
<전문>
전남 나주의 석재공장 노동자가 지게차에 매달린 채 괴롭힘을 당하는 영상이 공개되고 대통령이 대책 마련을 지시하자 고용노동부와 지방자치단체까지 나서 피해 노동자의 사업장 변경을 비롯한 후속 조치를 지원하고 있다.
얼마 전, 피해 노동자가 90일 아내에 새로운 사업장을 구하지 못할 경우 출국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담당 부처인 고용노동부는 ‘고용허가제 사업장 변경 제도’에 대한 개선안을 마련하겠다고 발표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이례적인, 전향적이고 신속한 대응을 보며 그동안 수많은 이주노동자들이 노동권을 포기하고 강제로 쫓겨나는 과정에서 외면과 침묵으로 일관해 온 이전의 모습과 너무 달라 낯설다 못해 분노스럽다.
이번에야말로 쏟아지는 여론의 비난을 잠시 피하기 위한 임시 처방이 아니라 노동권이 보장되는 제대로 된 이주노동 제도가 마련되길 촉구한다.
고용허가제의 근본적인 문제는 이주노동을 ‘고용’의 문제로만 바라보고 있다는 것이다. 일하는 노동자는 없고 오로지 사업주만 존재한다. 사업주의 ‘고용’을 손쉽게 보장하기 위해서 노동자를 일터에 묶어두는 것이 지금의 고용허가제의 본질이다.
고용허가제에서 노동자와 사업주의 관계는 기울어진 운동장이 아닌 뒤집힌 운동장과 다름없다. 고용허가제는 노동자의 정주를 허용하지 않는다. 업무에 숙련될 즈음 본국으로 돌려보내고, 다시 새로운 노동자를 들여온다. 그래야 낮은 임금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고용허가제 노동자가 오랫동안 일할 수 있기 위해서 요구되는 것은 사업주에 대한 복종이다. 사업장을 바꾸지 않고 사업주가 선택해주어야 오래 일할 수 있다. 고용허가제가 예정하는 ‘성실근로자’는 결국 ‘노예노동자’와 다르지 않은 말이다. 결국 근본적 해결은 이주노동자에게 노동권을 보장하는 노동허가제로의 전환이다. 정책의 방향은 분명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동허가제로 전면적 전환 이전에 현재 고용허가제의 독소조항들을 개선하는 것도 필요하다. 특히, 국제인권기구들로부터 반복적으로 ‘강제노동’으로 지적받는 사업장 변경 제도, 노동자의 체류자격을 사업주가 결정할 수 있는 고용변동 신고제도, 사업주에게 순응하는 노동자들에게만 장기근로의 기회를 부여하는 성실근로자 제도 등 시급히 개선이 필요한 문제들에 대해 다음과 같이 개선 대책을 제안한다.
첫째, 사업장 변경 제한 사유에 대해 노동자가 아닌 사업주에게 입증책임을 전환하여 변경 사유가 없음을 입증하도록 하고, 사업장 변경 횟수에 대한 제한을 폐지하여야 한다.
둘째, 사업장을 변경하는 경우 노동자의 귀책사유가 아닌 이유로 고용허가가 취소되는 경우가 없어야 한다.
현행법에 따르면, 사업장을 변경하는 사유가 인정되는 경우 1개월 이내 사업장 변경을 신청하고, 같은 지역과 업종 내에서 3개월 내 구직활동을 통해 새로운 근무처를 구해야 한다. 만약 3개월 이내 근무처 변경을 하지 못하는 경우 체류자격을 상실하고 귀국해야 한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사용자의 귀책사유나 불가피한 사유로 3개월 내 사업장 변경을 신청하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지역 내 동종 업종이 많지 않아서 계속 구직활동을 해도 취업 사업장을 구하지 못하거나, 노동자는 현장에서 일을 하고 있는데 사업주가 고용변동 신고를 해태하여 기간이 도과되거나, 해당 사업장에서 외국인 고용TO가 사후적으로 부족해 취업허가 반려되는 경우에 노동자의 책임이 없음에도 체류자격의 취소되고 출국명령이 내려지는 경우가 많았다.
셋째, 사업주의 일방적인 신고로 노동자가 체류자격을 상실해서는 안 된다. 현행법에서는 사업주가 고용변동 신고를 하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외국인 노동자는 체류자격을 상실하게 된다. 사업주의 일방적인 신고만으로 노동자를 해고하고, 체류자격을 상실시키는 지금의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
넷째, 재고용 허가 및 성실근로자 재입국 특례 제도를 이주노동자의 노동권을 보장할 수 있도록 개선해야 한다. 이주노동자에게 책임이 없는 경우에는 재고용 및 재입국대상에서 배제되는 불이익이 없도록 해야 한다.
다섯째, 고용허가제 노동자의 노동3권 보장을 위한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 각 사업장에서 노동자의 생사여탈권을 온전히 가지고 있는 지금의 상황에서 사업장 단위의 단결권,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 행사는 요원하다. 노조 활동을 이유로 한 불이익을 방지하기 위한 정부 차원의 대책이 필요하다.
여섯째, 노동권을 보장하는 이주노동 제도를 위한 범정부 차원의 협의체 구성을 요구한다. 지난 20년 동안 우리사회에는 많은 이주민들이 유입되었고, 저출생 고령화 사회를 마주한 지금 이주민 유입과 정착이 국가백년대계로 논의되고 있다.
손쉽게 쓰고 버리는 단기순환식 이주노동제도는 그 수명을 다했다. 이제는 이주노동자들도 국내에서 장기거주하면서 우리사회에 통합될 수 있도록 하는 정책 전환이 논의될 필요가 있고, 그 중 고용허가제 비숙련 이주노동자들의 노동권 보장을 위한 제도개선은 이제 시대의 과제가 되었다. 고용허가제의 문제점을 개선하는 것을 넘어 노동권을 보장하는 이주노동 제도를 만들기 위한 진지한 정책적 논의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가)노동권 보장을 위한 이주노동 제도 개선 협의체 구성을 요구한다.
2025년 7월 29일
권영국 정의당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