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위원회 논평] 이주노동자를 물건 취급하는 노동현장, 근본적 해결이 필요하다
- 고용허가제 폐지하고 노동허가제 도입하라!
전라남도 나주시 벽돌공장에서 스리랑카 이주노동자가 벽돌 더미에 비닐에 결박된 채 지게차로 옮겨지는 모습이 담긴 영상을 공개되어 충격을 주었다. 이유를 불문하고 인간의 존엄성이 철저히 파괴된 행위이며, 명백한 인권유린이자 반노동적 폭력이다. 무엇보다 절망스러웠던 것은 벽돌에 묶인 채 아무런 저항도 하지 못하고 헛헛한 표정을 짓던 피해자의 모습이었다.
이주노동자를 물건처럼 취급해도 된다는 사업장의 차별적 인식, 자신의 인권이 파괴되는 폭력 앞에서 무기력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근본적으로 바꾸지 않고서는 이런 비극은 또다시 반복될 수밖에 없다.
첫째, 철저한 진상조사와 책임자에 대한 처벌이 필요하다.
이번 사건을 단순한 직장 내 괴롭힘이나 가해자의 일탈 행위로 치부해서는 안된다. 가해자뿐만 아니라 이를 묵인하고 방조한 사업장 관리자에 대한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 해당 사업장에서 과거에도 이러한 행위가 있었는지, 조직적 묵인이나 구조적 방임이 있었는지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
경찰에서 가해자에 대한 특수감금, 특수폭행 등 혐의로 가해자를 입건했고, 광주지방고용노동청에서 사업장에 대한 기획 근로감독을 시작했다. 철저한 진상조사를 통해 책임자와 사업장에 대한 엄중한 처벌이 필요하다.
둘째, 피해자에 대한 충분한 보호조치가 필요하다.
피해자는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며 현재 다른 공장에서 일하고 싶다고 했고 사업주도 이에 동의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피해자는 관할 고용센터를 통해 새로운 사업장을 소개받지만, 90일 이내에 새로운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면 최악의 경우 본국으로 출국해야 한다. 심각한 정신적 피해를 당한 노동자가 자신의 상처를 회복할 최소한의 시간도 보장받지 못한 채, 다시 새로운 일자리를 찾아야 하는 상황이다.
무엇보다 고용허가제 이주노동자는 한국에 머무를 수 있는 기한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다쳐도 쉬지 못하고 하루라도 더 일해야 하는 비극적 현실을 바꾸어야 한다. 피해자에 대한 사업장 변경뿐만 아니라, 피해자가 어떠한 불이익 없이 자신의 상처를 치료받고 건강하게 노동현장에 복귀할 수 있어야 한다.
일터에서 발생한 가해행위인 만큼 산업재해를 신속하게 인정하고, 산업재해 요양기간과 새로운 사업장 알선에 소요된 시간만큼 피해 노동자의 체류기간을 연장해주어야 한다. 체류기간이 연장되는 조건으로 현재 90일로 정해진 사업장 알선 기간도 필요한 경우 더 연장할 필요가 있고, 만약 해당 기간 동안 다른 사업장을 구하지 못한 경우에 업종이나 지역 변경도 가능해야 한다.
셋째, 이주노동자 노동환경에 대한 제대로 된 실태조사가 필요하다.
이번 사건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전라남도를 포함한 전국의 이주노동자 고용 사업장에 대한 전면적인 노동환경 실태조사가 필요하다. 이번 사건도 열악한 숙소에 대해 피해자가 불만을 제기한 것이 괴롭힘의 원인으로 알려졌다.
비닐하우스 기숙사에서 잠을 자다 숨진 이주노동자 사망 사건 이후 이주노동자의 숙소에 대한 개선 방안이 일부 제안되었지만, 노동 현장에서는 크게 체감하지 못했다. 지금도 많은 이주노동자들이 비닐하우스에서 쪽잠을 자고, 제대로 씻지도, 쉬지도 못하고 있다. 연일 폭염이 이어지고 있지만, 제대로 된 냉방시설이 없어 여러 명의 노동자들이 고작 선풍기 몇 대로 더위를 식히고 있다.
해당 사업장뿐만 아니라 이주노동자들이 노동하고 있는 산업현장, 특히 농축산/건설/제조업 등 이주노동자들이 일하는 열악한 사업장의 노동환경을 변화시키기 위한 전면적 실태조사가 시급하다.
넷째, 고용허가제를 폐지하고 노동허가제를 도입하라.
이 사건의 근본 원인은 이주노동자의 노동권 대신 사업주의 고용권만 보장하는 고용허가제에 있다. 사업장에서 괴롭힘을 당해도 이직을 할 수 없는, 토지에 묶여 자유를 박탈당한 중세 농노와 다르지 않은 제도이다.
고용허가제의 여러 제도는 이주노동자들이 노동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인권을 포기해야 하는 사각지대를 만들어 낸다. 이 사건처럼 영상이 증거로 남아 피해자의 피해사실을 입증할 수 있는 경우는 사실 많지 않다. 사업장에서 일상적으로 반복되는 폭언과 폭행, 괴롭힘, 열악한 노동환경, 차별적 대우를 이주노동자가 증명하기란 쉽지 않다.
신고를 하더라도 사업장을 변경하기 위해 수개월이 걸리는데 이 기간 동안 이주노동자는 어떠한 수입도 얻지 못한 채 시간만 보내야 한다. 한국에서 일할 수 있는 기간이 정해진 상황에서 이런 제도는 희망고문이나 다름없다.
사업주의 말에 복종하는 이주노동자만 더 오래 일 할 수 있게 해주는 지금의 고용허가제는 이제 그 수명을 다했다. 사업주 중심으로 설계된 고용허가제를 폐지하고, 이주노동자를 고용허가의 대상이 아닌 헌법상 권리를 가진 ‘노동자’이자 우리 사회의 동등한 구성원으로 보호할 수 있는 근본적 변화가 필요하다.
2025년 7월 26일
정의당 법률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