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7일간 노동자 7명이 죽었다
지난 13일부터 19일까지 일주일 동안 노동자 7명이 일하다 죽었습니다. 깔려 죽고, 추락해 죽고, 밤에 일하다 심장 문제로 사망했습니다. 언론에 보도된 것만 7명입니다. 보도되지 않은 죽음이 얼마나 더 있을지 상상하고 싶지도 않습니다.
모든 죽음이 다릅니다. 20대부터 60대까지, 계약직·자회사·정규직·하청노동자 등 나이와 신분을 가리지 않습니다. 서울·인천·경기·경북·충북·전북 등 죽음을 피할 수 있는 지역은 한국 땅에 없습니다. 현대제철·쿠팡·인천공항·금호건설 등 누구나 알 법한 사업장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피할 수 있었던 죽음이라는 점은 모두 같습니다. 다른 공장으로 일방적 전환 배치된 청년 노동자가 낯선 일터에서 일하다 죽었습니다. 필요인력 미충원으로 인해 연속되는 야간노동을 하던 청년 노동자가 일하다 죽었습니다.
같은 곳에서 죽음이 반복됩니다. 2010년부터 노동자 53명이 사망한 현대제철에서는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뒤에도 6명이 사망했고, 14명이 사망한 오송참사의 주범인 금호건설에선 2주 전 한 명이 죽은 이래 또다시 노동자가 사망했습니다.
누군가는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됐는데도 산재가 반복되니 법이 쓸모없다고 호도합니다. 그렇지 않습니다. 법이 누더기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법이 있음에도 솜방망이 처벌만 반복되기 때문입니다. 법 적용의 예외지대를 없애고, 법에 따라 엄정하게 처벌해서 해결할 문제입니다.
법 시행 3년간 1,600명 이상의 노동자가 죽었습니다. 그중 5%(74건)만 기소됐고 2%(31건)만 처벌받았으며 0.2%(4건)만이 실형을 받았습니다(2024년말 기준). 이것이 중대재해처벌법의 현실입니다. 법이 제대로 시행되지 못하는 동안 노동자들이 자꾸만 죽어갑니다.
사망한 노동자들의 명복을 빕니다. 유족들께는 진심어린 위로의 인사를 전합니다. 정의당은 중대재해처벌법이 경영 책임자들을 분명하게 단죄하여 산재 예방이라는 법의 취지를 다할 수 있도록 싸우겠습니다. 안전한 일터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그 누구도 일하다 죽어선 안 됩니다.
2025년 3월 20일
정의당
[13~19일 노동자 사망 현황]
- 13일 쿠팡, 경기 안성, 50대 일용직, 심장질환 사망
- 13일 학교 신축공사 현장, 경북 경산, 60대, 변압기에 깔려 사망
- 14일 현대제철, 경북 포항, 20대 계약직, 쇳물 찌꺼기 포트로 떨어져 사망
- 14일 재개발 철거현장, 서울 동대문, 50대, 무너진 단층에 깔려 사망
- 14일 금호건설 아파트 공사현장, 충북 청주, 50대 하청, 크레인 향타기에 맞아 사망
- 15일 인천공항, 20대 자회사 노동자, 주차타워 옆으로 추락해 사망
- 19일 화학공장, 전북 익산, 30대 정규직, 원료 옮기며 계단 오르다 추락해 사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