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차별금지법은 ‘먹고사는’ 문제이고 ‘죽고 사는’ 문제다
더불어민주당 전남도당 위원장을 역임하고 있는 주철현 국회의원이 차별금지법에 대한 반대 의사를 공개적으로 표명했다. 제22대 국회에 발의된 차별금지법이 단 한 건도 없고 민주당 내 그 어떤 공식적인 논의도 없는 상황에서 난데없이 반대 입장을 밝힌 것이다.
주 의원은 SNS로 공개한 입장문에서 “민주당은 차별금지법을 추진한 적이 없고, 추진하고 있지도 않다”라면서, “민주당의 최우선 과제는 내란 위기 극복과 민생경제 회복”이라고 밝혔다. “(21대 국회 당시) 당 인권위원장을 맡았기 때문에, 이재명 대표의 생각과 당의 입장을 정확히 알고 있다”라고도 했다.
갑자기 표명된 반대 입장의 저의가 무엇인진 모르겠으나, 이재명 대표의 ‘중도보수 선언’ 이후에 이번 입장이 나온 것이 시사하는 바가 크다. 불명확한 정체성 속에서 인권 의제를 ‘나중’으로 미루던 민주당이다. 이제 보수정당임을 천명했으니 공개적으로 ‘반대’ 입장으로 내달리고 있는 셈이다.
스스로 밝히고 있듯 민주당 인권위원장을 맡았던 주 의원은 지난 2022년 12월 당 인권위원회 출범식 당시 평등법(박주민 의원이 발의한 차별금지법 명칭)이 국제적·보편적 입법이 됐다며 “평등 및 차별금지법 제정 관련 범국민적 공감대 증진을 위한 활동에 더 많은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가 인권위원장 임기를 마친 게 불과 작년 10월의 일이다. 인권위원장 주철현과 인권위원장을 관둔 주철현은 서로 다른 정치인이란 말인가. 2년 2개월을 사이에 두고 한 사람의 입장이 이렇게 완전히 뒤집힐 수 있는가. 차별금지법은 발의조차 되지 못하고 있고, 우리 사회의 극심한 소수자 차별도 여전한데, 오직 주철현 의원의 입장만 바뀌었다.
주 의원은 차별금지법보다 ‘먹고사는 문제’가 우선이라고 주장했다. 이재명 대표가 작년 10월 한국교회총연합 회장을 만나 했던 발언과 상통한다.
그때 했던 얘기를 다시 하겠다. 차별금지법도 ‘먹고사는 문제’다. 일터와 삶터의 만연한 차별로 인해 취업 기회를 갖지 못하거나 공공연한 차별로 직장을 관둬야 하는 사회적 소수자들이 우리 곁에서 살아가고 있는데, 차별금지법이 어떻게 먹고사는 문제가 아닐 수 있는가?
차별금지법은 ‘죽고 사는 문제’이기도 하다. 차별에 고통받다가 세상을 떠나는 소수자들의 존재가 보이지 않는가. 이틀 뒤가 변희수 하사의 4주기다. 그의 영전에 아직도 차별금지법을 바치지 못하고 있는 현실에 울분이 터진다.
정의당은 민생과 생명과 인권을 지키는 정당으로서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해 끝까지 싸울 것이다. 더 이상 그 어떤 사회적 소수자들도 먹고사는 문제에서 차별받지 않도록, 차별에 짓눌려 세상을 떠나는 일이 없도록 할 것이다.
2025년 2월 25일
정의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