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에서 땅으로’ 세종호텔 고공농성 지지 기자회견문]
- 일시 : 2025년 2월 20일 오전 9시 30분
- 장소 : 명동역 1번 출구 앞
10m 고공 위에 사람이 있다. 바람 불고 차 지나가면 흔들리는 저 구조물 위에 일하는 노동자가 있다. 회칼 잡아야 할 손으로 구조물을 잡고 선 요리사가 있다. 겨울 추위 피할 방법 없는 저곳에 고진수 지부장이 오른 지 오늘로 일주일을 넘겼다.
고진수 지부장이 저 고공으로 올라간 이유가 무엇인가. 땅에서 승리할 방법을 더 이상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대법원이 명백한 표적해고라는 진실을 직시하기를 포기하고, 노동자가 아니라 자본가를 보호하기로 선택했기 때문이다. 정치가 싸우는 노동자들을 외면했기 때문이고, 우리의 연대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대법원이 외면한 진실을 우리가 다시 이야기하겠다. 세종호텔의 정리해고는 명백한 표적해고다. 팬데믹으로 인한 경영악화를 핑계로 12명을 해고했는데, 공교롭게도 모두 민주노조의 조합원이었다. 정리될 자리에 하필 조합원들만 있었단 말인가. 노동자 고용 유지하라고 정부에서 지급하는 고용유지지원금을 세종호텔은 왜 더 신청하지 않았는가. 대양학원은 수천억 자산을 손에 쥐고도 왜 해고회피를 위해 사용하지 않았는가. 팬데믹이 끝나고 다시 흑자로 전환됐는데, 왜 해고자들을 채용하지 않는가.
모든 정황이 표적해고를 가리키는데도 대법원은 진실을 부정했다. 정의를, 해결을 포기했다. 그렇다면 이제 정치가 나서야 할 때다. 사회적 합의를 통해 진실을 밝혀내야 한다. 일체의 대화를 거부하는 세종호텔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려면 정치가 움직여야 한다. 법의 근거는 법 조항이지만, 사회적 해법의 근거는 시민들의 뜨거운 연대다.
연대가 모이면 해결에 가까워진다. 이곳에 모인 시민들의 뜨거운 연대가 보이는가. 고진수의 시야에서는 이 뜨거움이 더욱 잘 보일 것이다. 우리는 지금 분명히 해결을 향해가고 있다. 세종호텔도 지난 주말 광장 시민들의 빛을 보았을 것이다. 고립된 것은 고공의 고진수가 아니다. 땅 위의 세종호텔이 고립된 것이다.
고진수 지부장이 땅으로 웃으면서 내려오기를 바란다. 그리하여 구조물을 잡은 고진수의 손이 회칼을 잡고, 구조물을 밟은 고진수의 발이 주방을 밟을 수 있기를 바란다. 그가 만드는 훌륭한 음식을 투쟁하는 노동자들만이 아니라 세종호텔을 찾아온 손님들도 맛볼 수 있기를 바란다.
노조파괴 공작에 맞선 투쟁 15년, 정리해고에 맞선 투쟁 3년 2개월, 두 번의 고공농성, 그리고 두 번째 고공농성 일주일. 이 지긋지긋한 투쟁을, 이제는 이겨서 끝내자. 노동당, 녹색당, 정의당이 땅에서 고진수와 함께하고 있다. 이겨서 내려올 때까지 연대할 것이다.
세종호텔은 지금 당장 정리해고를 철회하고 노동자를 복직시켜라!
정치권은 서둘러 세종호텔을 사회적 대화의 장으로 끌어내라!
2025년 2월 19일
노동당, 녹색당, 정의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