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도자료] 국가애도기간 지정, 우리는 이미 저마다의 방식으로 애도하고 있습니다
[보도자료]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국가애도기간 지정 관련 성명
“떠난 자를 위로하고 남은 자의 마음이 달래질 때까지 애도할 것입니다”

배포일시 : 2024년 12월 31일(화)


정부가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에 대한 국가애도기간을 지정했습니다. 정의당은 국가 주도의 애도기간 지정에 동의할 수 없습니다. 숱하게 반복된 참사만큼이나 집단적 애도와 실패의 경험도 우리에겐 너무나 많습니다.

유해 수습이 채 끝나지도 않았습니다. 유족들은 모든 수습이 끝날 때까지 장례절차를 진행하지 않겠다고 마음 모았습니다. 유족들이 애도를 시작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데 국가가 애도기간을 지정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습니다.

애도의 첫 번째 조건은 상실의 원인을 명확히 아는 것입니다. 바로 이 때문에 숱한 참사의 유가족들이 ‘철저한 진상규명’을 요구해 왔습니다. 상실의 원인을 알지 못하면 유족은 애도에 실패하고 맙니다.

2년 전 이태원 참사 당시 시민들이 사건의 무게를 미처 체감하지도 못한 시점에 윤석열 정부가 국가애도기간을 지정했던 사실을 시민들은 똑똑히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것은 정부 책임을 피하고 사건을 서둘러 종결시키기 위한 ‘애도의 억압’이었습니다.

지금도 일부 국민의힘 의원들이 참사를 핑계 삼아 ‘줄탄핵이 원인’ 운운하는 등 혼탁한 정쟁을 만들려 들고 있습니다. 정치 일정은 정치 일정대로 진행되어야 합니다. 항공사명을 명확하게 밝혀야 한다는 사회적 합의가 모였음에도 제주항공과 국민의힘은 꿋꿋이 지역명으로 사고를 명명하며 책임을 돌리고 있습니다. 이 사고는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입니다.

애도의 방식은 저마다 다릅니다. 누군가는 묵념으로, 누군가는 노래로, 누군가는 춤으로, 누군가는 시로, 누군가는 이야기로 망자를 애도합니다. 누군가는 사흘간 애도하고, 누군가는 일주일을, 누군가는 평생을 애도합니다. 

국가애도기간 지정은 사람마다 자유롭고 다양해야 할 애도의 방식과 기간을 획일화하는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공연과 모임 취소로 심대한 경제적 타격을 입을 예술가들과 자영업자들의 삶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 시기에 공연을 관람하거나 모임을 갖는다고 애도하지 않는 것이 아닙니다. 함께 노래 부르거나 사고에 대한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서로의 마음을 달래고 희생자들을 위로하는 것도 하나의 소중한 애도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믿습니다.

모든 시민들이 이번 참사로 인한 슬픔을 함께하고 있습니다. 공항에서 밤을 지새운 유족들을 떠올리며 각자의 거처에서 잠 못 이룬 시민들도 많고, 공항으로 달려가 자원봉사를 하는 시민들이 있습니다. 우리는 이미 저마다의 방식으로 애도하고 있습니다. 떠난 자를 위로하고 남은 자의 마음이 달래질 때까지, 충분하고 다양한 방식으로 애도할 것입니다.


2024년 12월 31일
정의당
참여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