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자료] 미등록 이주아동 출신 강태완씨 산재 사망 관련 입장문
“대한민국에서 살고 싶었던 ‘미등록 이주아동’ 강태완님의 죽음을 애도하며”
배포일시 : 2024년 11월 13일(수)
· 지난 8일 미등록 이주아동 출신 32세 노동자 강태완씨 산재로 사망, 폐쇄적인 우리 사회가 만들어낸 비극
· 한국에 정착하기 위해 선택한 직장… 미등록 이주아동에게 다른 길 주어지지 않아
· 경찰과 고용노동부는 조속하고 엄정한 수사로 죽음 경위 밝혀내야
· 한국 사회, 이주민과 함께 살아갈 채비 서둘러야… 이민사회 기본법 제정과 미등록 이주아동 출생등록 법률 개정 필요해
· 미등록 이주아동 2만명 시대, 강태완님 비극 반복되어선 안 돼
지난 8일 전북 김제의 특장차 생산업체에서 일하던 32세의 노동자 강태완님이 작업 중 끼임 사고로 사망했습니다. 그의 죽음은 이주민에게 너무나 폐쇄적인 우리 사회가 만들어 낸 비극입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우리 사회를 더 일찍 열어내지 못해 죄송합니다.
강태완님은 1998년, 6살에 몽골에서 한국으로 들어와 23년간 미등록 이주아동으로 살았습니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로는 언제든 강제출국될 수 있다는 불안감에 시달려야 했습니다. 고인의 어머니는 “한국에서 살려면 화나는 일이 있어도 무조건 참아야 한다”고 가르쳤습니다. 한국은 그에게 길을 열어주지 않았습니다.
한국에서 23년째를 살던 2021년 법무부의 자진출국 정책에 따라 잘 알지도 못하는 몽골로 향하는 비행기를 탔고, 다시 1년 뒤에 한국에 돌아와 유학생 신분이 됐습니다. 그가 한국에서 얻은 첫 ‘공식’ 신분이었습니다. 한국에 정착해 살기 위해서였지만, 유학생 신분으로는 단기 체류만 가능했습니다. 한국은 그에게 더 큰 길을 열어주지 않았습니다.
올해 3월 그가 마지막까지 일한 지금 직장에 취업했습니다. 이것도 한국에 정착해 살기 위해서였습니다. 경기도 군포에 사는 그가 전북 김제의 회사에 취업한 것은 ‘지역특화형 비자’를 얻기 위해서였습니다. 인구감소 지역에서 5년 이상 거주하면 영주권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제도입니다. 그가 인생의 대부분을 살아온 대한민국에서 계속 살아가기 위해서는 이 길이 최선이었습니다.
하지만 취업 8개월 만에, 그리고 비자를 받은 지 4개월 만에 그는 산재로 한국을 영원히 떠나게 되었습니다. 수많은 ‘만약에’를 겹쳐봅니다. 한국이 미등록 이주아동들에게 조금 더 열려 있었다면, 청년이 된 강태완님에게 조금 더 많은 길을 열어주었다면, 한국이 산재 문제에 조금 더 단호한 나라였다면….
사측 대표는 법적으로 책임질 부분이 있으면 책임지겠다고 유가족에게 약속했지만, 공개 사과나 재발 방지 대책 등을 내놓지는 않았다고 합니다. 경찰과 고용노동부는 조속하고 엄정한 수사로 죽음의 경위를 밝혀내야 합니다.
나아가 우리 사회가 이주민들과 함께 살아가기 위한 채비를 서둘러야 할 것입니다. 정의당은 지난 총선에서 이민사회 기본법 제정과 이주배경시민청 설치를 공약으로 내건 바 있습니다. 또 미등록 이주아동들의 권리 보장을 위한 출생등록 법률 개정 및 출생확인증 제도 도입을 제안했습니다.
이주인권단체 추정에 따르면 미등록 이주아동이 2만여 명에 달한다고 합니다. 꽉 닫힌 한국 사회에서 ‘유령’으로 평생을 살다가 성인이 되어 외국으로 쫓겨나거나 국가가 ‘배려’해준 단 하나의 경로만 밟는 일이 2만여 명에게 반복되어선 안 됩니다. 다시 한번 강태완님의 명복을 빕니다.
2024년 11월 13일
정의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