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자료] 세월호 참사 당시 민간잠수사 고 한재명님 애도 성명
“‘세월호 참사 민간잠수사’ 고 한재명님의 명복을 빕니다”
배포일시 : 2024년 11월 4일(월)
· 세월호 참사 당시 민간잠수사 활동 한재명님 이라크에서 산업재해로 별세
· 오직 헌신하는 마음 하나로 바친 2개월, 돌아온 것은 후유증과 국가의 무관심
· 생계로 인해 이라크 공사현장까지 가야 했던 한재명님의 현실에 분노 느껴
· 민간잠수사 지키기 위한 세월호피해지원법 개정 및 해양경찰청 지침 재변경 필요해
2014년 세월호 참사 당시 해병대 출신의 민간잠수사로 구조·수습 활동을 한 한재명님께서 지난 9월 25일 이라크의 한 공사 현장에서 산업재해로 별세하셨다는 소식이 뒤늦게 전해졌습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전원 구조 보도가 오보라는 사실을 듣고 현장으로 달려간 한재명님을 포함한 민간잠수사 25명은 두 달간 구조·수습 활동을 벌이며 미수습자 5인을 제외한 299인의 사망자 중 235인의 시신을 수습하고 활동을 마무리했습니다. 오직 헌신하는 마음 하나로 두 달을 바친 것입니다.
민간잠수사 대다수가 디스크와 트라우마 등 심각한 후유증을 겪었습니다. ‘최악의 잠수병’이라 불리는 골괴사 판정을 받은 잠수사도 8명에 이릅니다. 뼈에 혈액이 공급되지 않아 뼈가 괴사하는 병입니다.
하지만 국가는 잠수사들에게 아무것도 보상해주지 않았습니다. 두 달간의 구조작업으로 몸과 정신이 망가진 잠수사들은 다시 잠수 일을 할 수 없어 극심한 생활고에 시달려야 했습니다. 고인도 골반부터 목에 이르는 디스크와 트라우마, 골괴사를 모두 겪었습니다.
2020년 ‘김관홍법’(세월호피해지원법에 민간잠수사 보상을 포함하는 법안)이 통과되어 마침내 보상받을 길이 열리는가 했지만, 국가는 인과관계를 확인할 수 없다며 골괴사를 지원 대상에서 제외시켰습니다. 해양경찰청이 자체적으로 지급하던 치료비도 작년에 지침이 변경되어 끊겼습니다.
고인이 이라크 공사현장으로 떠나신 것도 결국 생계 때문이었습니다. 질병과 트라우마로 잠수사 일을 그만뒀지만, 일해야 생계를 이어갈 수 있었기에 다시 산업잠수사 일을 시작하게 된 것입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한재명님은 생을 달리했습니다.
국가가 만들고 구조하지 못한 참사 현장에 누구보다 먼저 달려가 구조작업을 벌이고 시신을 수습한 이들에게 국가는 너무나 박절했습니다. 충분히 보상받고 치료받으며 명예롭게 살았어야 할 이들이 한국 땅에서 먹고살 길 없어 이라크까지 가야 했던 현실에 분노를 느낍니다.
우리는 끝내 한재명님을 지키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다른 민간잠수사들을 지킬 기회는 아직 남아 있습니다. 사각지대가 확인된 세월호피해지원법을 개정하고 해양경찰청이 작년 변경한 의료비 지원 지침을 다시 고쳐 우리 시대 의인들의 삶을 지켜내야 합니다.
2024년 11월 4일
정의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