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자료] ‘칠곡 할매 래퍼’ 서무석님 애도 메시지
‘칠곡 할매 래퍼’ 서무석 선생님의 ‘스웩’을 오래도록 기억하겠습니다
배포일시 : 2024년 10월 15일(화)
‘수니와칠공주’ 멤버 서무석 선생님께서 천국 같은 1년을 지내고 오늘 오전 87년의 삶을 마무리했습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수니와칠공주는 경상북도 칠곡군에 사는 평균 연령 85세의 할머니 여덟 명이 모여 만든 ‘래퍼 그룹’입니다. 일제강점기·한국전쟁이라는 시대와 가난이라는 환경, 가부장제라는 구조 속에서 한글을 배울 수 없었던 여성들이 할머니가 되어 칠곡군 성인문해교실에서 한글을 배웠고, 우연히 듣게 된 랩에 반해 8인조 래퍼 그룹을 결성한 것이 수니와칠공주의 시작입니다.
작년 8월 그룹을 결성한 뒤 여러 곡을 발표했습니다. 어린 시절 친구들이 학교에 다닐 동안 혼자 집에 쭈그리고 앉아 설거지하고 아기를 돌본 경험을 가사로 담았고, 북한군은 피부도 빨간 줄 알았는데 전쟁통에 만나보니 “우리와 같이 불쌍한 사람”이었다는 노래도 있습니다. 수니와칠공주는 재치 넘치고 깊이 있는 랩으로 지난 1년간 전국을 누비며 공연했습니다.
고인은 랩을 하며 보낸 지난 1년이 정말 천국 같았다고 하셨습니다. 활동 5개월 차인 지난 1월 병원에서 3개월 시한부 진단을 받으셨지만, 고인은 암 투병 사실을 알리면 활동하지 못할 것이 걱정돼 가족에게만 알렸습니다. 랩과 활동이 주는 행복감으로 6개월을 더 살아내셨습니다.
고인의 지난 1년은 우리에게 너무나도 큰 울림을 주었습니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말을 현실에서 온몸으로 증명하여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희망을 선물했습니다. 시대도 환경도 구조도 나이도 고인의 열망을 막을 수 없었습니다. 고인은 노인의 삶에서도 먹고 사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사실을 우리에게 보여줬습니다.
“나는 지금 학새이야 / 나이가 만은 학생이야 / 가방 매고 학교 가 / 얼굴도 몸도 늘근 / 친구들 이개 만내 저개 만내 / 하하 호호 하하 호호 / 참으로 행복하지”
서무석 선생님께서 우리에게 보여준 ‘스웩’을 오래도록 가슴에 새기겠습니다. 선생님이 느낀 행복감이 다른 노인들에게도 전해질 수 있도록, 선생님의 삶을 귀중한 길잡이로 삼아 노인과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를 만드는 정치를 진지하게 고민하겠습니다.
2024년 10월 15일
정의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