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자료] 제주시 문화재 발굴현장 매몰 사망사고 관련 입장문
“제주시 문화재 발굴현장 매몰사고, 제주시장을 중대재해처벌법으로 수사하라”
배포일시 : 2024년 10월 1일(화)
· 지난 7월 2일, 제주시 구좌읍 문화재 발굴현장에서 매몰사고로 노동자 2명 사망해
· 피해자 유족, 발주처 제주시청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합당한 처벌 촉구
· 구좌읍 문화재 발굴현장,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른 안전조치 전혀 이뤄지지 않아
· 발굴조사 용역 의뢰한 제주시장은 중대재해처벌법상 경영 책임자에 해당
· 경영 책임자로서 안전조치 취하지 않은 제주시장을 중대재해처벌법에 따라 처벌해야
· 문화재 발굴현장 토사붕괴 반복되고 있어, 엄중한 처벌로 재발 방지해야
지난 9월 25일 민주노총 제주본부는 제주시 구좌읍 문화재 발굴현장에서 발생한 매몰 사망사고에 대해 경찰과 고용노동부의 철저한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 자리에는 위 매몰사고로 사망한 피해자의 유족이 참석해 발주처인 제주시청에 대해 철저히 조사하고 잘못이 있다면 그에 합당한 처벌을 내려줄 것을 호소했다. 중대재해처벌법의 제정취지를 고려해 국가와 지자체가 이 법을 악용하는 사례가 만들어지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사고 경위를 보면, 지난 7월 2일 제주시 구좌읍 문화재 표본조사 현장에서 2명의 노동자가 2.5m 깊이로 수직 굴착된 트렌치(도랑)의 바닥면 정리 작업 중 굴착지 축면이 붕괴되며 토사에 깔렸고, 그중 한 명이 치료 중 닷새 만에 사망했다. 당시 사고 현장을 보면 경사면이 사선이 아닌 수직으로 굴착된 상태에서 장마철 집중호우로 지반이 약화되어 언제 붕괴될지 모를 위험을 안고 있었음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사업주는 토사·구축물 등이 붕괴할 우려가 있는 장소에서 작업을 할 때 발생할 수 있는 산업재해를 예방하기 위하여 필요한 안전조치를 하여야 한다(산업안전보건법 제38조제3항). 이를 구체화한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에 따르면, 사업주는 토사 등 또는 구축물의 붕괴 또는 낙하 등에 의하여 근로자가 위험해질 우려가 있는 경우 그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지반은 안전한 경사로 하고 낙하의 위험이 있는 토석을 제거하거나 옹벽, 흙막이 지보공 등을 설치해야 한다(50조).
그럼에도 위 제주시 구좌읍 문화재 발굴 현장에서는 안전한 경사가 지켜지지 않았고 옹벽이나 흙막이 지보공도 설치되지 않았다. 수직으로 파 내려갔고, 장마로 인한 지반 약화에 대한 어떠한 안전조치도 하지 않았다.
문화재 발굴현장 산재 대부분은 매몰 사고다. 문화재 발굴현장의 토사붕괴로 인한 사고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굴착 기울기 등 기본조차 지키지 않아 같은 사고가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2023년 10월 문화재청과 안전보건공단이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 제출한 ‘2015~2022년 발굴 현장 주요 안전사고 9건’을 보면, 9건 중 6건의 원인이 토사 붕괴였다. 9건의 사고로 9명이 숨지고 11명이 다쳤다. 그러나 문화재 발굴현장 매몰 사고에 대한 처분은 발굴조사기관에 경고처분을 내리는 수준의 솜방망이 처벌에 그쳤다.
이번 제주시 구좌읍 매몰 사망사고는 제주시청(공원녹지과)이 구좌읍 상도공원을 추진하면서 문화재 조사업체와 용역계약을 맺고 문화재 발굴조사를 진행하던 중 발생한 중대산업재해다. 문화재 발굴조사 용역을 의뢰한 제주시장은 제주시 기관장으로서 중대재해처벌법상 경영책임자에 해당한다(법제2조제9호).
2022년 1월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에 따르면 법인 또는 기관이 실질적으로 지배·운영·관리하는 사업 또는 사업장에서 종사자의 안전?보건상 유해 또는 위험을 방지하기 위하여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 및 그 이행에 관한 조치, 안전보건관계 법령에 다른 의무이행에 필요한 관리상의 조치 등 안전보건확보의무를 경영책임자가 이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제4조). 또한 법인 또는 기관이 제3자에게 도급, 용역, 위탁 등을 행한 경우에는 제3자의 종사자에게 중대산업재해가 발생하지 아니하도록 앞선 조치를 취하도록 하고 있다(제5조).
즉 제주시장은 제주시가 지배·관리하는 장소(공원)에서 제주시의 발굴조사 용역을 의뢰받아 작업을 하는 종사자의 안전상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한다. 이를 위반하여 종사자가 사망에 이르게 되었다면 제주시장은 마땅히 중대재해처벌법으로 엄중한 처벌을 받아야 한다.
굴착 기울기 등 가장 기본적인 안전조치조차 지키지 않아 반복되고 있는 문화재 발굴현장 매몰 사고의 재발을 방지하고자 한다면, 검찰 등 수사기관은 안전에 대한 최종적 의사결정권을 가진 자에게 중대재해 책임이 있음을 분명하게 보여주어야 한다. 제주시 구좌읍 매몰 사고에서 발굴조사 용역을 의뢰한 기관의 장인 제주시장에 대해 중대재해처벌법으로 수사하고 위반 사실이 드러나면 엄정한 책임을 물어야 하는 이유다.
아울러 문화재청과 국회는 문화재 발굴현장에서 중대한 안전조치의무 위반으로 중대재해를 발생시킨 발굴조사기관에 대해서는 등록을 취소하도록 매장문화재보호 및 조사에 관한 법률을 개정해야 한다. 생명과 안전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없다. 국회와 수사기관은 피해자 유족의 호소에 귀 기울기 바란다.
2024년 10월 1일
정의당 법률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