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자료] 김찬휘 공동대표, 제주민주버스노조 간담회 모두발언
일시 : 2024년 3월 4일(월) 15:00
장소 : 민주노총 제주본부
지난 겨울에 함덕 해수욕장에 쉬러 간 적이 있습니다. 동백동산을 가려고 버스를 타고 선흘 정류장에 내렸습니다. 구경을 잘 하고 숙소로 돌아가려는데 아무리 기다려도 버스가 오지 않더군요. 버스 앱에도 도착시간이 표시되지 않았습니다. 1시간 가량을 허비하고 나서야 결국 앱으로 택시를 불러 돌아왔습니다. 제가 경험한 것은 제주 버스 실태의 작은 일부분에 지나지 않을 것입니다.
제주도는 민영버스가 압도적입니다. 민영이 8개사 751대, 공영은 2개사 96대입니다. 운수 종사 노동자의 수도 2022년 8월말 현재 민영은 1,409명, 공영 235명에 불과합니다. 더 문제는 이 민영버스에 투입되는 재정지원 보조금이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는 것입니다. 2017년 이른바 ‘준공영제’ 실시 이후 보조금은 2017년 328억원에서 2018년 965억원으로 3배가 증가했고, 2022년은 1204억 원, 올해 보조금 예산은 무려 1,698억 원에 달합니다.
준공영제는 국민 세금으로 조성된 공적 자금을 민간 버스자본에 갖다 바치는 제도입니다. 게다가 인건비 과대 계상, 차량 수리비 및 부속비 과대 계상, 운송수입 축소, 혹은 폐차수익금 누락 등으로 보조금의 적절성에 대한 불신도 커지고 있습니다. 국가 재정으로 표준운송원가에 이윤까지 보장하니, 밑빠진 독에 물붓기입니다. 심지어 사모펀드가 무더기로 버스를 구매해 수백억을 금융회사와 대기업에 배당을 한 사례까지 있습니다. 엄청난 보조금을 투입하지만 그에 상응하는 서비스 개선, 공공의 버스노선 조정 권한이 제대로 행사되고 있는지 의문입니다.
해결책은 버스 공영제입니다. 전남 신안군의 농어촌버스 성공 사례가 좋은 예입니다. 신안군은 2007년부터 군에서 민간 버스를 단계적으로 인수하여 공영화했고, 현재 두 노선을 빼고는 목포로 가는 광역버스건 읍면을 도는 버스건 공영입니다. 요금은 16년째 1천원으로 동결되어 있고, 어린이, 청소년, 노인은 무료로 이용하게 하여 무상교통 비율이 80%에 달합니다. 연간 운영비가 20억 원이지만, 다른 시군처럼 민간 버스에 보조금을 주지 않습니다. 즉 버스 사업주에 지원할 돈을 군민에게 쓰는 것입니다.
정선군도 2020년부터 버스공영제를 운영하는데, 일년 예산이 35억 원입니다. 하지만 준공영제 때 보조금이 25억 원이었으니 10억 원만 더 쓰면 될 일입니다. 버스공영제는 남해군, 화성시 등으로 확대되고 있습니다. 한 연구에 따르면 서울시 버스를 완전공영제로 전환하면 준공영제보다 오히려 운영비용이 절감한다는 조사 결과도 나온 적도 있습니다.
제주도의 공영 버스는 현재 지자체 직영 형태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공영버스를 지방공기업 형태로 운영하려는 사업이 포함된 시설공단 설립운영 조례안이 2020년 도의회에서 부결된 적이 있습니다. 물론 지금의 직영 형태는 별도 조례 신설이 필요없지만, 공무직 정원 규정의 제약을 받아서 정원 확대 없이는 버스공영제 확대가 불가하다는 문제점이 있습니다.
당시에도 시설관리공단 조례에 대해서도 다양한 의견이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제주도의 버스 개혁과 공영화 실시 방안에 대해 민주버스노조 노동자 분들의 많은 조언 부탁드립니다.
2024년 3월 4일
녹색정의당 대변인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