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자료] 심상정 원내대표 외, 의원총회 모두발언
일시 : 2024년 2월 27일(화) 09:30
장소 : 국회 본관 223호
■ 심상정 원내대표
(목련이 피기 전에 해야 할 일은 전세사기특별법 개정안 통과입니다)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은 법무부 장관 시절 전세사기 피해자가 쓴 책 '전세지옥'을 정책의 기조로 삼겠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말씀드립니다. 목련이 피기 전에 반드시 해야 할 일은 전세사기특별법 개정안을 통과시키는 것입니다. 전세사기 특별법 개정안의 신속한 본회의 통과를 위해, 오늘 국토교통위원회와 29일 본회의에서 국민의힘의 협조를 촉구합니다.
만 명이 넘는 피해자 중 72%가 2030 청년입니다. 성실히 일해 모은 돈으로 내집 마련을 계획하던 이들입니다. 결혼과 출산을 준비하던 이도 있습니다. 하지만 꿈꾸던 그 모든 미래가 사라졌고 다시 시작할 엄두가 나지 않습니다.
제가 주최한 토론회에 참석했던 한 청년은 "현행 제도로는 방법이 없다"는 정부 관계자의 말을 듣고 삶을 접었습니다. 하루빨리 선구제후회수를 담은 전세사기특별법 개정안을 통과시켜, 피해자들이 일상을 회복하도록 손을 잡아주어야 합니다.
선구제후회수는 이미 주택도시보증공사에서 시행하는 전세보증금반환보증사업을 피해자들에게도 확대적용하는 안입니다. 비현실적이거나 무리한 방안이 아닙니다.
그러나 국민의힘의 반대로 전세사기특별법 개정안이 62일째 법사위에서 계류중입니다. 아무리 집부자 다주택자 정당이라지만, 절망 끝으로 내몰린 세입자와 전세사기 피해자들을 이렇게까지 외면하면 안됩니다. 정부여당이라면 국민의 주거권과 재산권 보호라는 국가의 기본책무는 다해주기 바랍니다.
이와 함께 29일 본회의에서 지역공공의대법도 처리할 것을 양당에 촉구합니다.
의대 정원 확대는 반드시 필요합니다. 그러나 얼마나 늘리느냐보다 더 중요한 것은 어떻게 늘리느냐입니다.
시스템 개혁 없이 인원만 늘린다면 현재의 악순환을 막을 수 없습니다. 의료인력이 수도권으로 집중되는 것을 막으려면 지역 공공의대를 설립해 지역 인재 60% 이상을 선발하고 졸업 후 10년간 지역에서 의무복무를 하는 지역공공의대법이 반드시 동반되어야 합니다.
이번 임시국회에서 지역공공의대 설립을 포함하여 관련 법안을 처리할 것을 강하게 촉구합니다.
(가계부채 잡으려면, 전세대출 등에도 DSR 적용하고 부동산 규제 완화 중단해야)
지난해 말 기준 가계부채가 1,886조 4천억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찍었고, 그 중에서도 주택담보대출은 1,064조 3천억원으로 한 해 동안 51조원이 증가했습니다.
정부가 뒤늦게 가계부채를 잡기 위해 어제(26일)부터 주택담보대출에 스트레스 DSR을 적용했지만, 그 실효성과 진정성이 의심됩니다.
먼저 실효성 측면입니다. 가계부채 규제의 가장 효과적인 대책이 DSR 강화인 것은 맞습니다. 그런데 약 170조원의 전세대출과 1천조원이 넘을 것으로 추정되는 임대차보증금(한국경제연구원, 2023.7.)은 DSR 규제 대상에서 빠져 있습니다.
DSR 강화의 첫번째는 전세대출과 임대차보증금까지 규제대상으로 포함하는 것이 되어야 합니다. 이를 놔두고 변동금리 대출에 가산금리 조금 더하는 스트레스 DSR로 가계부채를 잡겠다는 것은 언발에 오줌누기입니다. 제가 이미 작년 11월에 DSR 규제 대상에 전세대출과 임대차보증금을 포함하는 법안을 발의했습니다. 가계부채의 근본적 관리를 위해 국회에서 법안을 조속히 처리해야 합니다.
다음으로 진정성 측면입니다. 가계부채를 늘린 것은 정부입니다. 작년 특례보금자리론, 50년 장기모기지론에 이어 올해 신생아 특례대출을 내놓으며 DSR 적용을 하지 않았습니다. 늘려줄 대출은 이미 다 늘려주고 이제와 규제하는 척 하는 꼴입니다.
또한 종부세 완화 , 재건축초과이익 환수 완화 , 전매제한 해제 , 그리고 실거주의무 폐지까지, 정부가 규제 완화를 통해 침체된 부동산 시장을 부양하려는 시도 역시 가계대출 증가로 이어집니다.
정부는 정책금융이라는 이름으로 이루어지는 편법적 대출 상품과 무분별한 부동산 시장 규제 완화를 중단해야 합니다.
부동산 시장 침체기에 마구잡이로 뿌려놓은 각종 부양책이 향후 호황기가 왔을 때 ‘집값 폭등’을 불러올 수 있습니다. 오히려 침체기일수록 정부는 공공임대주택을 싸게 마련할 수 있는 기회로 보고 공공임대주택 확대에 나서야 합니다.
■ 양경규 의원
(우크라이나 전쟁 2주년, 힘에 의한 평화는 없습니다)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이 발생한 22년 2월 24일로부터 어느덧 2년이 지났습니다. 금방 끝날 것이라는 모두의 예측과 달리 전쟁은 장기화 되면서 양측에 막대한 피해와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남겼습니다. 어제 젤렌스키 대통령은 3만 여명의 전사자를 공식화하며 이들을 추모했습니다. 부상자와 상대국인 러시아의 군인들, 양측 민간인까지 더한다면 훨씬 더 많은 이들이 2년 동안 지구에서 사라졌을 것입니다. 그 수많은 죽음이 정당화 될 전쟁명분은 이 세상에 없습니다.
가자지구에서 벌어진 팔레스타인-이스라엘 전쟁도 추운 겨울을 지나 여전히 현재진행형입니다.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학살과 장기화되는 전쟁 속에서 사망자는 3만명을 넘어서고 있습니다. 전쟁은 돌이킬 수 없는 상흔을 깊고 진하게 남긴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목도하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시작되고 팔레스타인 전쟁을 통해 뚜렷해지는 세계질서 변화의 파장은 한반도에 깊은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지금 우리가 뚜렷이 인식해야 할 것은 남북 양측 모두 지금의 교착을 힘으로 해결할 수 없다는 점입니다. "위장된 평화", "군사적 우위"를 언급하며 위력에 의한 갈등 해소를 최우선으로 두는 우리 정부나 한반도 영토를 평정하겠다며 "대사변"을 말하는 북한 정권이나 똑같습니다. 최근 북한이 대남기구들을 해산하고 대남노선에 "통일"과 "동족"이라는 언어를 빼야한다고 선언하는 한반도의 평화가 새로운 시험대에 올랐음을 의미합니다.
적대의 시대에 필요한 용기는 전쟁을 불사하는 것이 아니라 평화를 말하는 것입니다. 위력의 언어들은 그저 전쟁의 시간을 앞당길 뿐입니다. 우리 정부가 먼저 나섭시다. 정부는 지금부터라도 평화적 공존을 준비하고 9.19 군사합의를 복원해야 합니다. 한반도를 또 다시 냉전의 대리 전장으로 만들지 않기 위해 동아시아 평화 체제의 중심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한반도의 갈등을 고조하는 말 잔치로는 진정한 평화를 만날 수 없습니다. 한반도를 비핵화 지대로 만드는 일, 포기하지 맙시다. 단숨에 해낼 수 없는 일이라도 더 멀어질 필요는 없습니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팔레스타인 전쟁은 우리에게 전쟁은 일단 시작하면 끝을 맺는 것이 참으로 어렵다는 사실을 환기시켜 주고 있습니다. 얽히고 설킨 세계질서는 전쟁 장기화를 필연으로 만들고 있습니다. 위력에 기댄 정책은 항구적 평화가 아니라 항구적 재난으로 이어질 것입니다. 다행히 한반도에는 갈등을 관리할 시간과 가능성이 많이 남아 있습니다. 과열된 적의보다 냉정한 이성으로 남북 긴장관계의 해소를 위해 노력할 것을 정부와 윤석열 대통령에게 촉구합니다.
2024년 2월 27일
녹색정의당 원내공보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