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거대 양당의 실거주의무 유예 합의, 주거 공공성의 마지막 보루마저 해체
공공택지도 투기수요에 넘겨, 청약 기다리던 또 다른 실수요자만 피해
양당은 갭투기 조장법 말고, 갭투기 피해자를 위한 전세사기특별법 개정안부터 처리하라.
□ 분양가상한제 실거주의무는 갭투기 등을 이용한 투기수요를 차단하여, 정말 집이 필요한 서민들에게 주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하고, 부동산으로 인한 자산불평등을 줄이는 제도이다. 현재 분양가상한제 해당 지역은 공공택지와 강남구·서초구·송파구·용산구이다.
□ 실거주의무가 폐지·유예될 경우, 첫째, 국민의 주거안정을 위해 공공성을 갖고 활용되어야 할 공공택지가 투기수요에 노출될 것이다. 둘째, 강남3구와 용산구와 같이 이미 투기수요가 높은 지역의 집값은 천정부지로 뛰고, 이로 인한 자산불평등이 심해질 것이다. 셋째, 갭투기가 활성화되면서 전세사기 대란이 다시 발생할 수도 있다.
□ 실수요자임에도 직장 문제 등으로 당장 거주하기 어려운 예외적 경우에 대한 배려는 이미 법에서 허용하고 있다. 법이 담지 못한 실수요자들의 예외 상황이 있다면 이를 추가하여 보완하면 된다.
□ 양당은 실수요자의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실거주의무를 완화시킨다고 하지만, 그로 인해 피해를 보는 것은 높은 경쟁률 속에 청약에 참여한 다른 실수요자 서민들이다. 또한 정부의 말대로 실거주의무를 지키려고 한 서민들이다.
□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은, 종부세 완화, 재건축초과이익 환수 완화, 전매제한 해제, 그리고 이제 실거주의무 폐지와 이로 인한 분양가상한제의 유명무실화를 추진하면서, 무주택 서민이 아니라 집부자 다주택자를 위한 정책의 한 길로 매진하고 있다.
□ 더불어민주당은 그간 국토교통위원회에서 실거주의무 폐지 반대를 강력하게, 그리고 꾸준히 주장해왔음에도 갑작스럽게 마음을 돌려, 정부와 여당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민주당의 이번 결정이 당장의 표는 얻을지 몰라도, 결국은 국민의 신뢰를 잃는 일이라는 것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 양당이 실거주의무제 완화보다 먼저 논의해야 할 법안은 전세사기 특별법 개정안이다. 전재산을 잃은 무주택 세입자들이 여전히 퇴거위기와 대출상환에 시달리며 일상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양당이 전세사기 특별법 개정안 합의 처리에 대해서는 어떤 노력도 하지 않는 것에 유감을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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