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전세사기 대란을 겪고도 여전히, 규제완화 외치며
집으로 이익 보겠다는 ‘집부자·임대사업자’ 옆에 선 정부
- “주택 여러채 보유했다고 중과세 하면 안돼”, 대놓고 다주택자 편
- 공공 주거정책 부재, 참담하기 그지 없는 대통령의 인식
□ 오늘(10일) 윤석열 대통령이 ‘국민이 바라는 주택’을 주제로 한 민생토론회를 주재하며, 국토교통부의 새해 업무계획을 발표했다.
□ 윤석열 정부는 올해도 여전히 ‘주거약자의 주거기본권 보장’ 보다 ‘집으로 이익을 보려는 사람들을 위한 특혜 보장’에 주력할 모양새이다. 총선을 앞둔 상황에서 주거약자보다 집부자들이 표가 된다고 판단한 이유도 분명 있을 것이다.
□ 윤 대통령은 재개발-재건축과 임대사업 규제완화로 주택 공급을 늘려서 서민과 세입자들의 주거안정을 꾀하겠다고 한다. 그러나 주택 규제 완화는 결국 집부자와 다주택임대사업자의 배만 불려주고, 세입자의 권리는 보호하지 못한다는 것을 우리는 전세사기 대란을 통해 확인하고 있다.
전세사기 피해자들이 지난 1년 반 동안 피눈물을 흘리며, 정부에 제대로 된 대책마련을 요구하고 있는데 윤석열 정부는 보란 듯이 이를 무시하고 있다.
<재개발-재건축 규제 완화 관련>
□ 윤 대통령은 1기 신도시를 포함하여 “재개발-재건축에 관한 규제를 아주 확 풀겠다.”며 안전진단 면제, 사업요건 완화, 자금 지원 등을 약속하며, 국민의 재산권 보호에 나서겠다고 했다. 하지만 이는 희망고문과 불평등 확대로 이어질 우려가 크다.
□ 1기 신도시만 30만 가구가 넘고, 최소 30년이 걸릴 일이다. 이주 문제, 건설폐기물 문제, 기후위기 시대 녹색건축 확대 등 다양한 현실적 문제를 고려하여 신중하고 단계적으로 진행되어야 할 일이다. 정부가 규제부터 풀겠다고 나서면서 개발투기심리를 자극하고 불필요한 재개발-재건축을 유도해서는 안된다. 자칫 잘못하면 많은 국민들에게 헛된 희망만 심어주는 총선용 포퓰리즘이 될 가능성이 크다.
□ 또한 재개발-재건축은 용적률 완화와 기반시설 지원이라는 공적 자원이 투입되지만, 개발이익은 토지 및 주택 소유자에게만 집중되어 불평등을 초래한다. 단순히 토지·주택 소유자의 재산권 보호 문제로만 보아서는 안된다. 개발이익의 공적활용과 개발을 통해 늘어난 집이 무주택 서민들에게 합리적으로 돌아갈 수 있는 방안이 강화되어야 한다. 그러나 윤 대통령은 이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없다.
□ 특히 지난 연말 재건축부담금 면제금액을 3천만원에서 8천만원으로 상향하는 개정안을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이 합의하여 통과시켰다. 당시 국토법안소위에서 정의당 심상정의원만이 유일하게 반대하였다. 그런데 여기에 더해 부담금 면제비용(초과이익 제외 비용)을 확대하여 부담을 추가로 덜어주겠다고 발표했다. 국회 논의 과정에서는 전혀 보고된 바가 없는 내용이었다.
<다주택임대사업자 규제 완화 관련>
□ 정부는 전세사기로부터 안심할 수 있는 다양한 주택을 공급하겠다면서 임대사업자 대상 규제 완화에도 나섰다. 신축 소형주택 구매시 취득세를 면제해주고, 일부 임대사업자에 대해서는 임대차3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임대로 상한제(연 5%)도 면제하며, 임대보증 요건도 완화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세입자의 권리를 약화시키고 전세사기 대란을 다시 불러 올 우려가 크다.
□ 전세사기는 민간임대사업자들이 정부의 무분별한 대출과 보증제도를 활용한 갭투기로 몇백채, 몇천채의 주택을 사들였고, 정부가 이들에게 각종 세제혜택은 주면서도 관리감독은 전혀 하지 않아서 발생했다. 그런데도 정부는 임대사업자에게 또 다시 세제 혜택을 주고, 보증제도와 규제를 완화하겠다고 한다.
심상정 의원은 현재 HUG 보증은 전세가율 90% 기준으로 실제 전세가율인 70%에 비해 여전히 과도하며, 민간임대사업자의 경우 임대보증금 반환보증 가입이 법정 의무임에도 불구하고, 실제 가입 비율은 8%밖에 되지 않다는 것을 작년 국정감사에서 지적한 바 있다. 당시 정부는 이를 개선하겠다고 했지만 이번에 나온 발표를 보면 거짓말이었다.
<대통령 머릿속에 주거정책은 부재, 참담한 대통령의 인식>
□ 사실 이번 민생토론회에서 가장 참담했던 것은 윤석열 대통령의 인식이었다. 윤 대통령은 “임대주택은 다주택자의 주택에서 나오는 것”, “주택을 여러채 보유했다고 징벌적 과세를 하면 약자인 임차인이 피해”, “어떤 물건을 보유한다는 이유로 보유세, 거래세, 양도세 등을 중과세하면 안된다.”는 말을 쏟아냈다.
□ 주거는 헌법이 보장하는 국민의 기본권이고, 정부는 이에 대한 책임이 있다. 조세는 헌법이 부여하는 의무이고, 민주주의 시장경제가 유지될 수 있는 기본 약속이다.
□ 그런데 윤 대통령은 국민 주택의 책임자로서 어떻게 공공주택을 늘리고, 어떻게 집 없는 서민들의 주거안정을 도모할 것인지는 전혀 말하지 않고, 임대사업자들이 그 일을 대신해줄 것이니 그들에게 과세를 하면 안된다고 말하고 있다. 우리가 오늘 본 것이 국민의 대통령인지, 아니면 다주택임대사업자의 대변인인지 알 수가 없어 참담하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