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정 의원, 전세사기 특별법 개정안 관련 기자회견
① 개정안에 반드시 들어가야 할 4가지 내용 제안
- 선구제 후회수, 파산회생 면책, 퇴거 방지, 피해주택 관리
② 선구제 후회수 재원 2조원, 은행 사회기여로 마련해야
③ 12월 내 개정해야, 정부여당 비협조시 야당만이라도
④ 윤석열 대통령, 피해자 구제 방침 내려야
- 거부권 행사할 시에는 대통령에게 부메랑으로 돌아갈 것
정의당 전세사기-깡통전세 특별대책위원장 심상정입니다.
오는 21일 국토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전세사기 특별법 개정안 논의가 본격적으로 이루어질 예정입니다. 개정안에 꼭 담아야 할 내용과 후속 대책을 제안하고, 윤석열 대통령과 정부여당의 적극적이고 책임있는 자세를 촉구하고자 합니다.
전국에서 전세사기 피해 청년들의 눈물과 분노가 넘치고 있습니다. 미추홀구와 강서구에서 시작된 피해가 대전, 대구, 부산으로 확산되고 있고, 그 중 72%가 40대 미만 청년입니다(국토부 보고자료, 23.12.5.).
제가 만났던 청년 피해자들의 절규를 잊을 수가 없습니다. 차마 건드리지 못했던 아버지 사망보험금을 빼서 썼다고, 어머니의 연명치료를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며 우는 청년들을 만나보셨습니까? 15년간 성실히 일한 청년은 번 돈을 모두 날리고, 결혼은 미루고, 출산은 포기했다며 울부짖습니다. 더 이상 삶의 희망이 없다고 울먹이는 청년을 만난 날은 삶의 끈마저 놓아버릴까 걱정이 되어 잠을 이룰 수 없었습니다.
대한민국 올해 3분기 출산율이 0.7입니다. 정부가 저출산 종합대책을 서둘러 마련한다면서, 이렇게 청년들을 사지로 내몰 수는 없는 일입니다.
피해자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전세사기 특별법 개정안을 12월 안에 통과시켜야 합니다. 는 하루하루가 지옥입니다. 대한민국 정부와 국회는 피해자들을 지옥 속에서 건져내야 할 책무가 있습니다.
지난 6개월간 전세사기 특별법을 시행한 결과, 우선매수권 부여, LH 공공매입 후 임대, 경공매 지원 등 “가짓수는 많지만 도움이 안 된다.” 는 것이 총평입니다. 그나마 실효적인 것은 경공매 중지 정도이고, 신탁사기와 다가구주택의 경우 경공매 중지마저 작동하지 않아서 해당 피해자들은 집에서 쫓겨나고 있습니다.
결국은 그간 저와 피해자, 그리고 시민사회가 주장했던 ‘선구제 후회수’가 빠진 대책은 ‘빛 좋은 개살구’에 지나지 않음이 분명해졌습니다. 따라서 개정안에는 반드시 ‘실효성 있는 회복 방안’이 담겨야 합니다. 즉, ‘최소한의 보증금 변제’와 ‘최소한의 주거권 보장’이 들어가야 합니다.
이에 아래 네 가지 사안을 이번 개정안에 반드시 반영할 것을 주장합니다.
첫째, 보증금의 일부라도 회수할 수 있는 ‘선구제 후회수’입니다. 이를 마치 시장질서를 교란하고 법치를 넘어서는 것처럼 취급해서는 안됩니다. 이미 정부가 하고 있는 일입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임대보증금반환보증은 공공이 먼저 피해자에게 대위변제를 해주고, 2~3년에 걸쳐 주택을 경매에 넘겨서 비용의 최대 80%까지를 환수합니다. 이게 바로 선구제 후회수입니다. 이미 공공기관에서 하고 있는 ‘합리적 방안’을 피해자들에게도 확대 제공하자는 것입니다. 이를 통해 피해자들에게 보증금의 50%를 돌려주거나 또는 현실화된 최우선변제금이라도 돌려주는 것이 이번 개정안의 핵심이 되어야 합니다.
둘째, 개인 파산·회생시 3~5년간 신용카드 발급 및 대출 등의 금융거래가 제한되는데, 전세사기 피해자의 경우 이를 면제해주어야 합니다. 본인의 잘못으로 인한 파산·회생이 아니라 임대인의 사기로 발생한 일입니다. 피해자들이 신용불량자가 되는 것은 막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개인 파산·회생은 자격이 있는 사람에게만 주어지기 때문에 남발될 우려는 없습니다.
셋째, 신탁사기와 다가구주택 피해자들이 쫓겨나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신탁사기의 경우 경매 이전에 명도소송(주택인도청구소송)을 통해 피해자들이 쫓겨나고 있습니다. 신탁사기 피해주택의 명도소송을 중지·유예해야 합니다. 다가구주택은 선순위 임차인의 반대로 경매가 진행되는 경우가 있는데, 이에 대해 정부는 매입임대와 전세임대를 대책으로 내놓았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반지하나 불법건축물은 제외하고 있어 한계가 존재합니다. 다가구주택 전세임대는 무조건 가능하도록 해야 합니다.
넷째, 정부와 지자체가 피해주택의 관리를 책임져야 합니다. 임대인이 사라진 피해주택은 전기, 수도, 엘리베이터, 주차관리 등 기반체계가 마비되었습니다. 쫓겨나지만 않았을 뿐이지 피해자들은 주거라고 부를 수 없는 곳에 방치되어 있습니다. 생활불편 해소 뿐 아니라 안전사고 방지를 위해서도 책임있는 주체의 주택관리가 필요합니다.
이러한 내용을 실현하기 위한 방안 두 가지를 제안합니다.
첫째, 피해자들의 보증금 평균이 1억 3천만원입니다(한국도시연구소 외 실태조사, 2023.9월). 현재 피해자가 약 1만 명인데, 향후 최대 3만 명까지 늘어난다고 가정하고, 보증금의 절반 수준으로 보증금반환채권을 매입한다면 총 1조 9,500억원이 필요합니다. 대략 2조가 있으면 가능합니다. 그리고 주택도시보증공사가 하듯이 2~3년에 걸쳐 경매 등의 방식으로 환수한다면 60~70% 경매를 진행하면, 10~20% 차익에 해당하는 3,900억원에서 7,800억원이 공공의 이익으로 돌아갑니다. 손해 볼일이 없습니다.
문제는 재원입니다. 올해 3분기까지 은행의 이자이익이 44조원이 넘어 역대 최고입니다. 은행의 사회적기여를 강화해야 합니다. 올해 주택담보대출이 1천조원, 전세대출은 162조원입니다. 주택을 담보로 하고, 정부가 보증을 하는 손쉬운 대출로 은행의 이익이 늘었습니다. 피해자들의 83%가 전세대출을 받았습니다.
은행 영업이익 중 2%는 사회에 기여하도록 하고, 그 중 2조원을 전세사기 피해자에게 사용할 것을 제안합니다. 국가가 강력하게 사회적기여를 촉구한다면 어려운 일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둘째, 명도소송 중지를 위해서는 법무부의 협조가, 파산회생 불이익 면제를 위해서는 금융위의 협조가, 피해주택의 관리를 위해서는 지자체의 협조가 필요합니다. 주무부처인 국토부, 아니면 국무총리실에서 해당 부처와 기관들을 적극적으로 설득하고 구체적 대안을 가져와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네덜란드를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님께 요청합니다.
귀국하면, 무엇보다 먼저 전세사기 피해 청년들을 만나십시오. 그리고 이들의 피눈물을 어떻게 닦아줄 것인지 그 의지를 확실히 밝혀주십시오.
지난 6일 법안소위에서처럼 정부여당이 빈손으로 와서, 변죽만 울리고 근본적 해법 마련에 협력하지 않으면, 야당만이라도 국회의 사명을 다할 것입니다.
그렇게 만들어진 특별법 개정안에 대해, 윤석열 대통령이 혹시라도 거부권을 행사하는 일은 없으시기를 바랍니다. 전세사기 특별법 개정안에 대한 거부권 행사는, 민생에 대한 거부권이고, 국민의 주거권을 보장하고 있는 헌법에 대한 거부권입니다. 이런 거부권들은 쌓이고 쌓여서 결국 대통령에 대한 거부권으로 되돌아 갈 것입니다.
1만 명의 전세사기 피해자들 사지에 내몰려 있습니다. 이들을 구제할 수 있도록 대통령님이 방침을 내려야 합니다. 대통령님이 앞장서 주십시오. 진심으로 요청합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