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시: 2023년 10월 21일 (토) 11:00
장소: 마석 모란공원
■ 이정미 대표
정의당이라는 배를 출항한 지 어느덧 11년이 지났습니다.
11년 전 오늘, 우리는 “이 땅의 정의는 진보가 책임지겠다, 진보정의당의 이름으로 진보정치의 새로운 역사를 펼치겠다, 진보정의당의 이름으로 노동이 존중되고 국민모두가 존엄해지는 정의로운 진보시대를 열겠다”고 선언하며 힘차게 닻을 올렸습니다.
당시 노회찬 공동대표는 우리에게 물었습니다. “우리 사회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투명인간들이 우리를 찾을 때 우리는 어디 있었냐”, “이제 준비가 되었냐”며 그 투명인간들이 손잡을 수 있는 곳에 우뚝 서자며 정의당의 존재이유를 확인시켰습니다.
그러나 오늘 우리는 지나온 세월을 되새기기보다,
앞으로 나아갈 미래를 엄중하게 마주하고 있습니다.
지난 11년, 짧지 않은 시간동안 쉼없이 달려온 정의당은 고장도 나고, 수리도 필요해졌습니다. 지난 1년간 당대표로서 다시 달릴 정의당을 고쳐 세우려 했지만, 아직 국민들의 부름에 가닿지 못했음을 느낍니다. 무엇보다 앞으로 힘차게 내딛을 새로운 엔진을 장착하지 못했습니다. 정말 송구스럽습니다.
11년차 정의당 앞에는 지금까지와는 다른 수많은 난관이 펼쳐져 있습니다.
그러나 정의당이 가야할 항해의 목적지는 이미 정해져 있습니다. 그리고 그 경로는 충분히 열려 있습니다. 생태사회의 깃발을 높이 들고, 우리 사회 불평등과 기후위기를 해결하는 길에 가장 앞서 달려가자고 결심했습니다.
우리는 무엇을 하려는 정당인가,
그 중심을 튼튼히 세우고 정치의 전장에 나가야 합니다.
정치실종의 시대, 정치를 복원하라는 국민들의 요구에 절체절명의 사명감으로 정의당의 몫을 해내야 합니다. 더 넓은 연대연합의 길을 뚫어내겠습니다.
펼쳐진 난관을 뚫고 목적지로 가기 위해 필요한 것은 오직 하나, 서로에 대한 신뢰와 존중입니다.
수많은 이견도, 당을 올곧게 세우고자 불면 속에 제출된 충정입니다.
그 의견들을 충분히 듣겠습니다. 방법을 찾아 하나로 모으겠습니다.
늘 우리에겐 위기가 있었습니다. 안팎으로 여러 요인이 우리를 위협했고 그 위협을 증폭시킨 것은 우리의 가능성 그 자체를 부정하고 포기하도록 이끄는 패배주의였습니다.
하지만 단 한번도 우리당은 그 위협 앞에 굴복하지 않았습니다.
지금의 정의당 또한 그러할 것입니다.
동지들과 당원들의 지혜를 모으고, 우뚝 일어서라 격려를 아끼지 않는 지지자분들을 믿고 제게 주어진 소임을 다하겠습니다.
아무리 앞이 잘 안보이고, 무수한 갈래길이 유혹하더라도 흔들리지 않고 정의당 창당 정신을 이어가겠습니다. 이 시대 정의당이 왜 존재해야 하는지 답을 만들어내겠습니다.
함께 해주십시오. 감사합니다.
■ 배진교 원내대표
정의당 원내대표 배진교입니다.
정의당을 창당한 지 오늘로 11주년이 되었습니다. 강산이 한 번 변하는 동안 진보정당의 험난한 여정을 늘 함께 헤쳐온 자랑스러운 우리 당원 동지들께 먼저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그리고 정의당이 꿋꿋하게 설 수 있도록 격려하고 응원해주시는 많은 시민들께도 감사와 존경의 인사를 드립니다.
오늘은 그 동안의 기념식과는 달리 국회를 떠나서 노회찬 대표님이 계시는 마석 모란공원으로 왔습니다. 오는 길에 진보정치의 뿌리 전태일 열사와 백기완 선생님, 또 정의당의 다름 이름인 청년노동자 김용균의 묘소에서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오늘 이 자리에 함께한 분들 모두 비슷한 마음이시리라 생각합니다. 11년 전 창당대회에서 들었던 정의당의 깃발은 여전히 건재한가, 정의당의 출발지인 6411 정신의 종착지는 어디를 향해 있는가, 저 역시 매일매일 자문하고 있습니다.
사랑하는 당원 여러분,
정의당은 지난 1년 혁신재창당이라는 일치된 목표를 향해 쉼 없이 뛰어왔습니다. 그런 정의당을 보며 누군가는 내년 총선에서의 위기를 점치고, 혹자는 이미 실패했다고 단정 짓습니다. 하지만 그러한 세간의 평가가 일면의 사실일지언정 진실일 수는 없습니다. 한국정치 바깥으로 밀려난 수많은 비주류의 편에서 변화를 만들겠다는 꿈꾸는 현실주의자의 길을 정의당은 단 한 번도 포기한 적이 없기 때문입니다.
혁신재창당으로 일굴 정의당의 길은 분명합니다. 우리사회 절대다수이면서도 유령 취급받는 노동자들의 정당으로 다시 일어서는 것이 정의당의 현실정치 노선이라면, 종말의 미래를 막으려 발버둥 치는 기후시민을 조직화하는 일은 진보정치 새로운 10년을 열 미래정치 노선입니다. 현실과 미래를 잇는 혁신재창당으로 6411 정신을 완성할 것입니다.
존경하는 시민 여러분,
혁신재창당으로 열어갈 정의당의 새로운 진보정치를 지켜봐 주십시오. 모든 노력을 다해 보답하겠습니다. 20여년 전 진보정치가 품었던 초심 그대로. 더 많은 민주주의를 향한 꿈을 포기하지 않겠습니다. 어렵지만 다시 힘찬 발걸음을 내딛겠습니다. 함께해주십시오.
감사합니다.
■ 이현정 부대표
오늘 이 자리에 오면서 여러 사람들이 생각이 났습니다. 그 중 딱 한 분만 이야기를 하자면 우리 당의 충남도당의 당원이고 이번 923 기후정의 행진에서 기후정의 당사자로 무대에서 발언을 하기도 한 한전 kps 발전비정규직 김영훈 지회장입니다. 다들 아시겠지만 발전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석탄화력발전소가 폐쇄되면 갈 곳이 없습니다. 이 분들이 입당을 한 것이 작년 우리 당직 선거가 끝나고 얼마 되지 않아서였습니다. 그때 이정미 대표님과 함께 발전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습니다. 여러 노력들을 해왔지만 그 약속을 아직 지키지 못했습니다.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라는 이야기를 먼저 드리고 싶습니다.
그리고 지난 목요일 이번 923 기후정의 행진의 마지막 조직위원회가 있었습니다. 이때 기타 안건이 하나 제안되었는데, 바로 가덕도 신공항 공단 특별법에 대한 다른 진보정당 의원의 표결과 관련해서 조직위원회 차원의 항의 등 추가적인 조치가 더 필요한 것 아니냐는 내용이었습니다. 결국 정식으로 안건이 상정되지는 않았지만 그 과정을 보면서 기후정의 운동 진영이 진보정당들을 예의주시하고 있구나, 앞으로 더 지켜보겠구나,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고민하는 시간이었습니다.
923 조직위원회는 공식적으로 11월 8일에 해산이 됩니다. 왜 11월 8일에 해산이 되냐면 그날 조직위가 주최ㅘ는 2024년 총선 토론회가 있습니다. 그 토론회에서 기후정의 운동이 내년 총선에 무엇을 할 것인가를 함께 고민하는 그런 시간이 될 것 같습니다. 그러한 논의 과정 속에서 정의당이 좀 더 단단한 신뢰를 쌓아가고 중심이 될 수 있도록 부대표로서 노력을 다하겠다라는 약속을 드립니다. 감사합니다.
■ 조귀제 노동부대표
지금 이순간 우리 발 밑을 한번 살펴봅시다.
이름 모를 풀들도 존재 이유가 있습니다.
세상에 당연한것은 없습니다.
존재의 이유가 있습니다.
저는 정의당의 존재이유는 진보정치이고 그 중심이 노동이며, 약자와 실천적으로 연대하는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실천적이고 조직적인 노력없이 존재이유는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메세지로, 선언만으로 오래된것, 낡은것이 밀려나지 않습니다.
조직적인 전 당적인 힘을 모아 당도 지도부도 새롭게 만들고 채웁시다.
■ 심상정 의원
정의당 창당 11주년입니다. 오늘은 특별히 마석에 와서 노회찬 대표님도 모시고 기념행사를 하고 있습니다. 오늘의 이 창당 기념식이 의미를 가지려면, 정의당의 현재 모습을 가감 없이 마주하는 진솔하고 용기 있는 자리이어야 할 것입니다.
지금 정의당이 많이 어렵습니다. 부정할 수 없습니다. 우리와 동고동락하며 험한 능선을 함께 넘어왔던 동지들이 떠나갔습니다. 시민들은 정의당에 대해 느낌표 대신 물음표를 던지고 있습니다. 정의당은 무엇을 하고자 하는 정당이며 어디로 가고 있는가 묻습니다. 당은 무기력과 당황스러움으로 멈춰있습니다. 마음이 몹시 괴롭습니다. 이 말을 떼는데 참 어려웠습니다.
언제는 우리 당이 어렵지 않은 적이 있었냐는 상투적인 말로 스스로 위로할 수 없습니다. 우리 당의 이 척박한 현실을 두고 구차한 변명은 국민들로부터 더 멀어지는 길이고, 서로를 탓하고 원망하는 것은 분열을 재촉할 뿐입니다. 자기 비하로 다른 사람들로부터 업신여김을 자초하는 ‘자모인모’는 지혜롭지 않습니다.
희망으로 가는 길은 오로지 국민의 물음에 성실하게 답하는 것뿐입니다. 더 멀어진 국민들과 거리를 좁히기 위해 더 과감한 결단을 할 수 있어야 합니다. 관성과 예단으로 스스로를 협소한 과거에 가두지 말고 모든 가능성을 향해 헌신해야 합니다. 그리고 더 과감하게 더 큰 변화를 도모하기 위해선 흔들리는 바로 이 자리에서 다시 딛고 일어서야 한다는 것을 우리 모두는 잊지 말아야 합니다.
정의당이 제1의 민생정당임을 실천으로 또렷하게 보여드려야 합니다. 윤석열 정부의 거대한 퇴행에 맞서 앞장서 투쟁하는 선명한 야당으로서 책임을 다해야 합니다. 대한민국 정치를 끝내 바꿔내겠다는 우리 내부의 결기를 가지고 우리당의 가능성에 대해 국민들에게 믿음을 드려야 합니다. 사랑하는 당원 동지 여러분, 여기서부터 시작합시다.
언젠가 시간이 지나면 심상정 없는 정의당이 찾아올 것입니다. 그러나 심상정 없는 정의당은 있어도, 정의당 없는 심상정은 단 한 번도 생각해 본 적 없습니다. 그래도 정의당은 우리 사회 약자들을 위해 대한민국에 꼭 필요한 정당이라는 말을 되찾고, 20년간 제3의 길을 꿋꿋하게 걸어온 정의당이 있어 다당제 민주주의 정치개혁을 이룰 수 있었다는 말을 얻기 위해 신발 끈을 묶고, 변화하고 성찰하는 모습으로 최선을 다하고자 합니다.
우리 노회찬 대표님 듣고 계십니까? 정의당 없는 노회찬은 없었지만, 노회찬 없는 정의당은 정말 쉽지 않습니다. 당신이 그립고 또 당신에게 미안합니다. 그래도 우리가 땀과 눈물로 젊음을 바쳐 써 내려간 진보 정치 24년과 정의당 11년의 역사는 남은 삶을 바쳐도 아깝지 않을 만큼 귀중합니다. 저는 우리 후배들과 끝까지 최선을 다해보려 합니다. 잘 지켜봐 주시고 늘 응원해 주시기 바랍니다.
■ 이은주 의원
작년 오늘, 비대위원장으로 정의당 창당 10주년을 맞았던 기억이 떠오릅니다.
당이 위기라고 이야기합니다. 갑자기 도래한 위기가 아니라는 것을 우리 모두 알고 있기 때문에 지금도 치열하게 고민하고 치열하게 토론하고 있습니다.
국정감사기간입니다. 특히 국감시기에는 우리 정의당이 대변하지 않으면 들리지 않을 목소리들이 가장 많이 쏟아져 나오는 시기이기도 합니다.
진보정당 20년 그리고 11년차 정의당을 다시 한번 되돌아보면서, 일하는 시민과 목소리가 사라진 시민을 대변할 수 있는 그런 정당으로 거듭나기 위해 더 치열하게 토론하고 더 치열하게 실천하겠습니다.
■ 류호정 의원
노회찬 대표님이 앞에 계셨으면 “이제 그만 와라. 좋은 일을 가지고 와라.” 하셨을 것 같습니다.
돌아가서 당원 지지자 여러분과 함께 새로운 정의당의 길을 찾고,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그리고, 그걸 가지고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이병진 경기도당 위원장
전국에 계신 당원 여러분 그리고 지켜봐주시는 시민 여러분 항상 감사합니다.
정의당 경기도당 위원장 이병진입니다.
우선 정의당 창당 11주년을 맞아 조심스럽지만 그래도 축하와 감사의 인사를 먼저 전합니다.
저는 누구 못지않게, 아니 사실은 누구보다도 이 당을 사랑한다고 진심으로 자부합니다.
정의당의 역사와 제 청춘을 함께해 왔고, 정의당의 모든 성과와 실패들을 함께해 왔습니다.
하지만 그래서 때로는 '내가 더 열심히 살았더라면', '내가 더 잘해서 지난 선거에 당선됐더라면' 상황이 지금 보다는 좀 더 나았을까 혼자 자책하고 후회도 하면서 긴 밤을 보낼 때도 많았습니다.
우리 모두는 이 앞에 계신 분들만큼 큰 역할은 아니더라도, 저마다의 헌신으로 정의당을 함께 만들어 왔습니다.
용돈과 월급을 모아 당을 후원하고 활동비로 쓰면서,
거리에서 기꺼이 피켓을 들고 가로수에 매달려 현수막을 달면서,
사랑하는 이들에게 오늘 저녁도, 이번 주말도 당 행사에 나간다고 미안해 하면서,
그렇게 11년을 정의당과 함께 뛰어 왔습니다.
그런 이들이 이제 더 이상 희망이 없다며 정의당을 떠나기도 했고, 남은 이들은 어떻게든 정의당을 지키겠다며, 혹은 정의당을 변화시키겠다며 서로 논쟁하고 있습니다.
저마다의 생각과 고민들은 다르지만 우리는 이런 서로의 진의를 믿고 토론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러나 당은 언제부턴가 다른 생각을 가진 이들을 배척하고 악마화하기 시작한지 오래입니다.
어쩌면 진보정치의 몰락과 위기는 거기에서부터 시작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런 변화의 시기에, 그리고 진보정치를 한다는 지금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서로 다른 생각들을 나누고 수용할 수 있는 담대한 용기일 것입니다.
이제 똑같이 몰락해가는 주변의 같은 목소리나 혹은 다른 당을 지지하는 이들의 손쉬운 목소리만 듣고 이것이 현장의 목소리, 당원의 목소리라는 핑계는 그만 댑시다.
SNS에서, 소통방에서, 의견그룹에서 비판이나 의견이라는 이름으로 다른 의견을 가진 이들을 조롱하고 비하하고 전시하는 잘못된 습관부터 제발 그만 합시다.
우리는 세상을 바꾸겠다고 모였는데, 어느샌가 우리가 가진, 서로가 가진 아주 작은 것들을 지키는 것만이 더 중요해졌는지도 모릅니다.
제가 며칠 전에 생일이 지나 이제 만으로 마흔이 됐습니다.
20년 전 진보정치의 도전에 나섰던 1세대들이 헌신하고 만들어 온 것들에 대해 잘 알고 존경하고 있습니다. 그런 선배세대들에게 진보진영, 진보정치라는 옛 땅이 어떤 의미인지도 이해합니다.
하지만 학생운동마저 끝난 이후의 세대는 그 옛 땅을 경험해 본적이 없습니다. 그저 전설처럼 들으며 눈보라 치는 벌판을 서로 부둥켜안고 여기까지 따라왔습니다.
그런 세대가 벌써 마흔이 됐습니다. 그 길에서 많은 이들이 쓰려졌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쓰러진 자리에서 누군가는 ‘그래도 다시 돌아가자’며 여기저기에서 다 찢어진 깃발을 흔들고 있습니다.
그러나 단언컨대 우리가 돌아가야 할 젖과 꿀이 흐르는 가나안 땅은 없습니다. 그것은 더 이상 가나안이 아니라 전설 속에나 존재하는 아틀란티스일 뿐입니다. 더 이상 정의당의 다음 세대와 우리 모두의 미래를 아틀란티스가 있다고 믿는 검은 바다를 향하게 하지는 맙시다.
그곳에는 아틀란티스도 없고, 홍해의 기적도 일어나지 않을 것입니다.
노회찬 의원이 돌아가시고 많은 이들이 그의 유지를 잇겠다고 이야기해 왔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이미 그가 걸어왔던 그 길을 손쉽게 그대로 다시 걸으려고만 한 것은 아닌지 돌아봅시다. 우리가 나아가야할 길은 그가 걸어온 길을 그대로 가는 것이 아니라, 그가 멈춰선 곳에서 그가 그랬던 것처럼 새로운 길을 만들어 내는 것입니다.
그것이 노회찬 의원께서 남기신 당당히 앞으로 나아가라는 말의 의미라고 굳게 믿고 있습니다.
이제 우리는 우리 스스로에게 먼저 도전합시다.
깃발보다, 이름보다, 명예보다, 더 중요한 것은, 우리의 가치로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바꾸는 그런 존재가 되는 것입니다.
두려움 없이 나아갑시다. 당당하게 나아가고 떳떳하게 다시 이 자리에 섭시다. 정의당 창당 11주년을 다시 그 출발점으로 만들어갑시다. 고맙습니다.
2023년 10월 21일
정의당 대변인실
■ 류호정 의원
노회찬 대표님이 앞에 계셨으면 “이제 그만 와라. 좋은 일을 가지고 와라.” 하셨을 것 같습니다.
돌아가서 당원 지지자 여러분과 함께 새로운 정의당의 길을 찾고,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그리고, 그걸 가지고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이병진 경기도당 위원장
전국에 계신 당원 여러분 그리고 지켜봐주시는 시민 여러분 항상 감사합니다.
정의당 경기도당 위원장 이병진입니다.
우선 정의당 창당 11주년을 맞아 조심스럽지만 그래도 축하와 감사의 인사를 먼저 전합니다.
저는 누구 못지않게, 아니 사실은 누구보다도 이 당을 사랑한다고 진심으로 자부합니다.
정의당의 역사와 제 청춘을 함께해 왔고, 정의당의 모든 성과와 실패들을 함께해 왔습니다.
하지만 그래서 때로는 '내가 더 열심히 살았더라면', '내가 더 잘해서 지난 선거에 당선됐더라면' 상황이 지금 보다는 좀 더 나았을까 혼자 자책하고 후회도 하면서 긴 밤을 보낼 때도 많았습니다.
우리 모두는 이 앞에 계신 분들만큼 큰 역할은 아니더라도, 저마다의 헌신으로 정의당을 함께 만들어 왔습니다.
용돈과 월급을 모아 당을 후원하고 활동비로 쓰면서,
거리에서 기꺼이 피켓을 들고 가로수에 매달려 현수막을 달면서,
사랑하는 이들에게 오늘 저녁도, 이번 주말도 당 행사에 나간다고 미안해 하면서,
그렇게 11년을 정의당과 함께 뛰어 왔습니다.
그런 이들이 이제 더 이상 희망이 없다며 정의당을 떠나기도 했고, 남은 이들은 어떻게든 정의당을 지키겠다며, 혹은 정의당을 변화시키겠다며 서로 논쟁하고 있습니다.
저마다의 생각과 고민들은 다르지만 우리는 이런 서로의 진의를 믿고 토론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러나 당은 언제부턴가 다른 생각을 가진 이들을 배척하고 악마화하기 시작한지 오래입니다.
어쩌면 진보정치의 몰락과 위기는 거기에서부터 시작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런 변화의 시기에, 그리고 진보정치를 한다는 지금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서로 다른 생각들을 나누고 수용할 수 있는 담대한 용기일 것입니다.
이제 똑같이 몰락해가는 주변의 같은 목소리나 혹은 다른 당을 지지하는 이들의 손쉬운 목소리만 듣고 이것이 현장의 목소리, 당원의 목소리라는 핑계는 그만 댑시다.
SNS에서, 소통방에서, 의견그룹에서 비판이나 의견이라는 이름으로 다른 의견을 가진 이들을 조롱하고 비하하고 전시하는 잘못된 습관부터 제발 그만 합시다.
우리는 세상을 바꾸겠다고 모였는데, 어느샌가 우리가 가진, 서로가 가진 아주 작은 것들을 지키는 것만이 더 중요해졌는지도 모릅니다.
제가 며칠 전에 생일이 지나 이제 만으로 마흔이 됐습니다.
20년 전 진보정치의 도전에 나섰던 1세대들이 헌신하고 만들어 온 것들에 대해 잘 알고 존경하고 있습니다. 그런 선배세대들에게 진보진영, 진보정치라는 옛 땅이 어떤 의미인지도 이해합니다.
하지만 학생운동마저 끝난 이후의 세대는 그 옛 땅을 경험해 본적이 없습니다. 그저 전설처럼 들으며 눈보라 치는 벌판을 서로 부둥켜안고 여기까지 따라왔습니다.
그런 세대가 벌써 마흔이 됐습니다. 그 길에서 많은 이들이 쓰려졌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쓰러진 자리에서 누군가는 ‘그래도 다시 돌아가자’며 여기저기에서 다 찢어진 깃발을 흔들고 있습니다.
그러나 단언컨대 우리가 돌아가야 할 젖과 꿀이 흐르는 가나안 땅은 없습니다. 그것은 더 이상 가나안이 아니라 전설 속에나 존재하는 아틀란티스일 뿐입니다. 더 이상 정의당의 다음 세대와 우리 모두의 미래를 아틀란티스가 있다고 믿는 검은 바다를 향하게 하지는 맙시다.
그곳에는 아틀란티스도 없고, 홍해의 기적도 일어나지 않을 것입니다.
노회찬 의원이 돌아가시고 많은 이들이 그의 유지를 잇겠다고 이야기해 왔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이미 그가 걸어왔던 그 길을 손쉽게 그대로 다시 걸으려고만 한 것은 아닌지 돌아봅시다. 우리가 나아가야할 길은 그가 걸어온 길을 그대로 가는 것이 아니라, 그가 멈춰선 곳에서 그가 그랬던 것처럼 새로운 길을 만들어 내는 것입니다.
그것이 노회찬 의원께서 남기신 당당히 앞으로 나아가라는 말의 의미라고 굳게 믿고 있습니다.
이제 우리는 우리 스스로에게 먼저 도전합시다.
깃발보다, 이름보다, 명예보다, 더 중요한 것은, 우리의 가치로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바꾸는 그런 존재가 되는 것입니다.
두려움 없이 나아갑시다. 당당하게 나아가고 떳떳하게 다시 이 자리에 섭시다. 정의당 창당 11주년을 다시 그 출발점으로 만들어갑시다. 고맙습니다.
2023년 10월 21일
정의당 대변인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