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리핑] 노동자 살인하는 무기인 ‘손배가압류’, 노란봉투법 통과로 막아내야 한다 [이재랑 대변인]
일시: 2023년 10월 17일 (화) 17:20
장소: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장
오늘은 김주익 열사가 한진중공업 85호 크레인에서 129일 간의 고공농성 중 스스로 생을 마감한 지 20년이 되는 날입니다. 김주익 열사가 산화한 지 보름 후 동료 곽재규도 그 뒤를 따랐습니다. 앞서 2003년 1월에는 배달호 열사가 두산중공업의 78억원 손배가압류에 항의해 분신했습니다. 세 명의 열사가 목숨을 잃은 배경에는 노동자들의 숨통을 조인 자본의 악랄한 ‘손배가압류’가 있었습니다. 집과 월급을 가압류당했던 김주익 열사의 마지막 월급 실수령액은 13만 5천원이었습니다. 자녀들에게 약속한 힐리스 운동화를 살 수도 없는 돈이었습니다.
열사들이 산화한 지 20년이 지났으나 오늘날의 현실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보장되지 않는 노동3권, 그에 맞선 파업, 그리고 손배가압류로 이어지는 이 구조는 여전히 노동자들의 목숨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1989년부터 2022년까지 사측이 노조 활동으로 인한 손해 배상을 청구한 금액은 3,160억원에 이릅니다. 원청을 향한 교섭 요구와 단체행동이 쉽게 불법 쟁의가 되는 탓에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향한 손배 청구는 더욱 막대해졌습니다.
노동자들을 합법적으로 죽이는 무자비한 ‘손배가압류’를 막기 위해 시민들이 나섰습니다. 배달호 열사의 죽음으로 시작된 손배가압류 제한 논의는 2014년 손배가압류 노동자를 지원하기 위한 ‘노란봉투 캠페인’으로 이어졌습니다. ‘노란봉투법’은 노동자들과 시민들이 힘을 모아 만들어 낸 결과입니다. 노동자들의 목숨을 위협하는 무지막지한 손배가압류를 제한해야 한다는 절박한 심정이 모인 법안입니다.
노동자와 시민들의 마음이 모인 법안을 국회는 아직도 통과시키지 못하고 있습니다. 노란봉투법을 방해하는 기업들의 활동도 더욱 거세지고 있습니다. 열사들의 희생과 노동자들의 피땀이 서린 이 법안을 이대로 방치하는 것은 정치권이 역사에 죄를 짓는 일입니다. 국회는 반드시 노란봉투법을 연내에 통과시켜야 합니다.
“1970년에 죽은 전태일의 유서와 세기를 건너뛴 2003년 김주익의 유서가 같은 나라. 두산중공업 배달호의 유서와 지역을 건너뛴 한진중공업 김주익의 유서가 같은 나라” 20년 전 김주익 열사 추모제에서 피를 토하듯 외친 김진숙 지도위원의 이 문장은 그러나 ‘양회동’, ‘방영환’으로 그 이름만 바뀐 채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합니다. 이런 나라를 그대로 둘 수 없습니다. 20년 전 돌아가신 열사들의 뜻을 기리며, 정의당은 다시금 노란봉투법 통과를 위해 총력을 다할 것을 각오합니다.
노동이 민생입니다. 노동자는 국민입니다. 노란봉투법, 반드시 통과해야 합니다. 정의당이 앞장서겠습니다.
2023년 10월 17일
정의당 대변인 이 재 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