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감사 보도자료]
‘역주행, 눈가림, 후퇴’로 점철된
7대 환경파괴 정책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정의당 이은주 의원은 11일 환경부 국정감사에서 윤석열 정부 한화진 장관 체제 환경부가 지난 1년5개월간 국토의 생태 자연환경을 어떻게 파괴해 왔는지 다시 한번 확인할 예정이다. 핵심 키워드는 ‘역주행’, ‘눈가림’, ‘후퇴’다. 날짜별, 이슈별로 7대 환경파괴 정책을 정리해 봤다.
(1) 2023년 2월27일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조건부 협의
환경부로선 국치일이나 다름없는 날이다.
설악산국립공원 오색케이블카 환경영향평가 재보완서에 조건부 협의 결정을 내린 날이자, 전국의 국립공원에 케이블카 설치를 가능케 하고 국립공원 난개발의 빗장을 연 날이다.
강원도는 1982년부터 끊임없이 설악산 개발의 문을 두드렸지만, 멸종위기야생동물 Ⅰ등급인 산양의 주서식지와 식생보전등급 1등급 아고산 지대 훼손, 풍속에 의한 케이블카 안전성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서 결코 열리지 않던 문이었다.
2019년 환경부가 양양군의 환경영향평가서에 대해 ‘부동의’ 결정을 내린 것도 이 때문이었다.
그런데 양양군이 이번에 제출한 환경영향평가 재보완서를 검토한 5개 환경 전문기관들이 여전히 케이블카 설치에 반대하거나 부정적인 검토 의견을 밝혔고, 환경훼손에 대한 저감방안 또한 충분하지 않았는데도 조건부 협의해 줬다.
이은주 의원은 “국립공원이 있기에 환경부가 존재하는 건데, 국립공원 중에서도 최상위 생태계 우수지역인 설악산에 케이블카를 허가하면서 보호지역 시스템 자체를 스스로 해제해 버리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비판했다.
(2) 2023년 3월6일 제주 제2공항 조건부 협의
제주 제2공항 건설사업 전략환경영향평가서를 조건부 협의한 날이다.
환경부는 2년 전인 2021년 7월 ▲항공기·조류 충돌 영향 및 서식지 보호 방안 미흡 ▲항공기 소음 영향 평가 미흡 ▲법정보호종 보호 방안 미흡 ▲숨골 보전가치 미제시 등을 이유로 사업을 반려한 바 있다.
이번에 국토부가 다시 제출한 전략환경영향평가서에서도 2년 전 반려 결정을 뒤집을 만한 저감방안은 나오지 않았다. 오히려 전문 검토기관들은 환경적 측면과 안전 측면에서 공항 건설이 적절치 않다는 의견을 제출했지만, 환경부는 입지타당성이 인정된다며 조건부 협의해 줬다.
(3) 2023년 5월1일 3차 국립공원계획 변경 고시
3차 국립공원계획 변경이 고시된 날이다.
환경부는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여의도 면적의 12배에 해당하는 면적이 국립공원 구역에 편입됐다”고 홍보했는데, 실내용을 들여다보니 핵심 보호지역 해제와 국립공원에 새로 편입되는 산림에 개발행위를 허용하는 내용이 들어있었다.
전남 신안군에 흑산공항을 건설하기 위해 다도해해상국립공원 부지를 국립공원에서 해제한 게 대표적이다.
흑산공항은 2016년부터 국립공원위원회에서 사업 타당성 심의를 받던 사업이었고, 2018년에는 사업성이 없다는 결론이 났다. 그런데 이번 국립공원위원회에서는 사업 타당성을 심의하는 절차는 밟지 않고 국립공원에서 해제해 버리는 편법으로 사용해 흑산공항 건설을 가능케 했다. 국립공원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환경부는 3차 국립공원계획에서 국립공원에 새로 편입되는 산림에 임도 설치, 숲가꾸기 같은 개발행위도 허용했다. 앞으로 국립공원에서 산림청이 벌이는 개발행위를 통제하기 어려워진다는 얘기다.
(4) 2023년 5월23일 공원자연보존지구 줄어든 팔공산국립공원
팔공산이 23번째 국립공원으로 된 날이다. 국립공원을 신규 지정한다의 의미는 단순히 국립공원의 개수가 늘어나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국립공원 보전과 생물다양성 증진의 핵심인 공원자연보존지구의 비율이 얼마나 확대됐느냐가 가장 중요하다.
그런데 팔공산은 국립공원으로 승격되면서, 되레 공원자연보존지구는 도립공원일 때보다 4.6% 더 줄고, 개발이 가능한 공원자연환경지구는 3.8% 더 늘어났다. 공원자연환경지구는 공원자연보존지구의 완충공간으로, 허가받은 개발을 할 수 있다. 하지만 환경부는 팔공산이 국립공원으로 되면서 자연보존지구가 얼마나 줄어들었는지는 뒤로 숨겨놓고, 5,233억원의 경제적 효과가 추정된다고만 홍보했다.
출처 : 국립공원 위원회
출처 : 환경부 보도자료
▲제138차 국립공원위원회 심의안건(위)에는 팔공산도립공원이 국립공원으로 승격되면서 공원자연보존지구가 4.6% 줄어든다는 내용이 들어있지만, 환경부 보도자료(아래)에는 확정된 용도지구별 면적만 나와 있다.
(5) 2023년 8월4일 “4대강 보 존치” 발표
환경부와 대통령 직속 물관리위원회가 “금강 ·영산강 5개 보를 철거하지 않고 모두 존치하고, 최대한 활용해 정상화하겠다”고 발표한 날이다.
7월20일 감사원은 “충분한 기초자료에 근거한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분석 결과가 금강?영산강 보 처리방안에 적절하게 반영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기 바란다”고 환경부에 통보했다. 감사원 결과 어디에도 기존 보 처리방안을 재심의하라는 통보는 없었지만, 환경부는 바로 다음날 국가물관리위원회에 보 처리 방안 재심의를 요청했고, 8월4일 국가물관리위원회는 보 처리방안을 취소 의결했다. 이어 9월21일 4대강 보 처리 방안 관련 과제를 삭제한 국가물관리기본계획 변경안이 확정됐다.
10년짜리 법정계획을 불과 한 달여 만에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분석 결과”도 없이 바꿔버린 것이다. 전임 정부의 국가물관리기본계획의 절차적 정당성에 시비를 건 윤석열 정부가 또다시 절차적 정당성이 결여된 국가물관리기본계획 변경안을 만든 셈이다.
아울러 한화진 장관은 지류·지천 대규모 준설과 20여개의 댐 건설을 밝혔다. 기후위기와 생물 다양성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댐과 보 등 구조물을 철거하고 있는 국제적 추세와도 배치된다.
(6) 막개발 마지막 보루 환경영향평가 무력화
지난해 8월 환경부는 덩어리 환경규제를 완화하겠다면서 ‘스크리닝 제도’ 도입을 발표했다. 환경영향평가를 하기 전에 실시 여부를 검토해 결정하겠다는 내용으로, 평가를 안 해도 되는 사업을 골라내겠다는 것이다. 스크리닝 제도가 논란이 일자, 환경부는 ‘스크리닝’이란 용어 대신 ‘간이평가’로 이름만 바꾼 채 제도 변경에 나섰다.
올해 3월 의원입법 형식으로 발의된 환경영향평가법 개정안은 간이평가 대상으로 분류된 경우 의견수렴 절차, 평가서 작성, 환경부 장관과의 협의절차 등을 생략할 수 있도록 했다.
그간 환경영향평가제도는 사업자가 평가서를 작성하다 보니 멸종위기종 누락 등 부실한 평가가 만연하다는 지적이 계속됐었다. 환경영향평가제도를 보다 실효성 있게 강화해야 했지만 환경부는 제도 자체를 무력화시키는 정반대의 정책을 내놓은 것이다.
(7) 일회용품 규제 등 자원순환정책 후퇴
환경부는 지난해 6월10일부터 전국적으로 시행하기로 돼 있었던 일회용컵 보증금제를 12월 시행으로 한 차례 유예시켰다가, 다시 제주도와 세종시만 시범 시행하는 것으로 후퇴했다. 최근 “지자체 여건에 맞게 자율적으로 시행하는 내용의 자원재활용법 개정안이 국회에 발의돼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고 밝히며, 자원순환정책의 완전한 후퇴를 예고했다.
이은주 의원은 “한화진 장관 취임부터 지금까지 1년5개월이 환경훼손, 환경파괴, 정책 역주행의 시간이었다”며 “국내에선 환경파괴 정책만 펼치면서 국제사회에는 생물다양성보전협약에 적극 동참하겠다, 2030년까지 육·해상에 30%의 보호구역을 확보하고 30% 이상의 훼손 생태계를 복원하겠다고 빈껍데기 약속만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