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시: 2023년 9월 19일 (화) 17:00
장소: 평양공동선언 5주년 기념식(63빌딩 그랜드볼룸)
안녕하십니까. 정의당 대표 이정미입니다.
우리는 평화의 길이 항상 전진하는 것이라고 생각해 왔습니다.
분단 체제로 인한 수많은 갈등 속, 수많은 희생이 존재했지만, 정권이 바뀌고, 그 정권의 국정운영 기조가 바뀌어도 평화를 향한 꿈만큼은 결코 꺾이지 않을 것이라고 믿어왔습니다.
박정희 정권의 7.4 남북 공동성명이, 노태우 대통령의 남북 기본 합의문이,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의 정상회담이 그랬듯이, 문재인 대통령의 9.19 평양 공동선언에서도 "서로 상처 입히던 과거를 끝내고, 이렇게 함께 새로운 시대를 만들어 나가고 있구나" 하는 희망을 만들어 왔습니다.
하지만 이번 정권은 수십 년간 쌓아온 한반도 평화라는 결실이 얼마나 연약한 가지 위에 맺힌 열매인지 다시 한 번 깨닫게 해주었습니다.
대화 중단과 강 대 강 대결, 다른 누구도 아닌 대한민국 대통령의 입에서 튀어나온 핵무장론까지. 단 1년 사이에 이렇게나 많은 후퇴와 후퇴가 거듭될 수 있다는 사실에 놀랍기까지 합니다.
가짜 평화 운운하는 강 대 강 패권 질서야말로 한반도 평화를 위협하는 가장 무서운 외교입니다.
마음에도 없는 가짜 전쟁을 준비해서 동북아 평화 질서를 어지럽히고, 전쟁 공포를 조장해서 정부의 실책을 덮으려고 하는 뻔한 시도라는 것은 온 국민이 다 알고 있습니다.
좁은 한반도에서 상대를 없애야 할 국가로 규정하고, 오직 충돌만을 위한 동맹을 구걸하며, 전 국민을 업은 채 분쟁의 불구덩이로 뛰어드는 정부 정책은 절대 평화를 실현할 수 없을뿐더러 용납되어서도 안 됩니다.
"평화는 거짓, 전쟁은 평화"로 바꾸어 부르는 이들에 맞서서, 진짜 안보는 한반도 평화와 통일에 있음을 다시 한 번 선언해야 합니다.
말문이 트여야, 서로의 마음이 트이고, 길이 열려야 개성공단과 이산가족 상봉이 이루어집니다. 남과 북이 손을 맞잡아야만 평화로운 한반도를 함께 그려나갈 수 있습니다.
지금 같은 어려운 상황에서도 강 대 강 대립의 패권 질서를 벗어날 대안은 분명히 존재합니다.
보수 정권도 함께 표방했던 ‘그린 데탕트’가 바로 그 대안입니다.
이념, 사상, 국가를 불문하고 다가오는 기후 재앙에 대한 공동 대응을 시작으로 말문을 틔워나가고, 미세먼지, 태풍, 가뭄 등 초국적인 재난을 예방하기 위한 생태협력을 공고히 해서 분단 체제를 생태평화공동체로 전환해야 합니다.
평양 공동선언이 남긴 합의는 5년 임기의 정권이 결코 부정할 수도, 되돌릴 수도 없는 소중한 평화의 한걸음입니다.
이제 그 이상을 마음에 깊이 새기며 한반도 평화의 생태전환이라는 비전 아래 또다시 한 걸음 더 나아가야 합니다.
그 가는 길이 굽이치고 힘들지라도, 평화의 물결을 꺾고 왜곡하려는 자들이 있을지라도 그 강줄기는 결국 평화와 통일의 바다를 향해 닿을 것입니다.
그 사실을 굳게 믿고 저도 함께 나아가겠습니다.
감사합니다.
2023년 9월 19일
정의당 대변인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