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대 세수결손, 경제사령탑을 교체해야 합니다>
9월 18일 기획재정부가 2023년 세수 재추계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이에 따르면 올해 국세수입은 예산 400.5조원 대비 59.1조원 미달합니다. 사상 최대 세수펑크입니다. 오차율은 마이너스 14.8%로, 3년 연속 두 자릿수 오차율을 기록한 것은 33년 만에 처음입니다. 앞선 2년은 그나마 초과세수로 인한 오차였다면 이번에는 결손으로 인한 오차라 문제는 비교할 수 없이 심각합니다. 돈이 남는 것과 모자라는 것은 원인도 결과도 다릅니다. 윤석열 정부의 대규모 부자 감세 정책은 경기침체를 해소하지도 못했고 오히려 재정위기를 키웠습니다.
8월 30일 발표한 2024년 예산안에서도 정부는 무책임하게 재정기능을 포기했음을 보여줍니다. 고용·지방·교육·R&D 분야 예산은 22조원 축소했습니다. 연평균 4.1%의 물가상승률에도 못 미치는 2.8%의 최소 지출증가율로 국민에게 부담을 떠넘겼습니다. 경제가 어려운데 정부가 지출을 줄여 허리띠를 졸라매고 정부 대신 국민이 빚을 내라고 떠밀고 있습니다.
대기업과 부자의 세금을 깎아주며 기대한 낙수효과는 작동하지 않았습니다. 세금의 규모는 경기와 투자에 미미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얼마나 더 증명해야 합니까. 정부가 대내외 경제여건의 급격한 악화를 세수 감소의 이유로 드는데, 결국 경기 변화는 세금의 수준이 주요인이 아니라 금리와 세계시장 여건에 의한 것임을 인정하는 것과도 같습니다.
세금을 깎아주면서 재정건전성을 말하는 모순적인 윤석열 정부는 재정건전성 확보마저도 실패했습니다. 상반기 관리재정수지 적자는 83조원으로 문재인 정부 평균보다도 큽니다. 내년도 세입예산에서는 정부 스스로 세운 재정준칙 원칙인 관리재정수지 적자 3%를 포기했습니다. 강요된 긴축재정으로 재정의 경기안정화기능은 방기하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내년부터 실제 감세 효과는 약 2.5배 확대되고 국세 감소폭은 더 커질 것입니다. 당장 내년 국세 감소에 따라 지방교부세가 23조원 감소합니다. 이에 따른 지방재정의 공백을 어떻게 해결하겠다는 것인지 대책은 전무합니다. 그저 지자체의 자체재원을 활용한다는 무책임한 계획 뿐입니다.
윤석열 정부의 기재부는 세수 추계에서 역대급 무능과 무대책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지난 2년간 기재부는 110조원 이상 세수 오차로 감사원의 감사까지 받았습니다. 그런데도 지난해 말 법인세 예납 추이와 경제성장률 예측치의 부정적 변화에 근거하여 충분히 세수 재추계가 필요하다는 것을 예견할 수 있었음에도 400조원이라는 비현실적인 세입예산을 고수했습니다. 올해 5월과 8월 세수 재추계 내역도 공개하지 않고 8월 것을 지금에 이르러서야 공개했습니다. 국민에게 잘못을 숨기는 행태입니다. 심지어 이런 천문학적 세수오차의 책임이 있는 세제실장은 올해 7월 관세청장으로 영전까지 했습니다. 스스로 세운 대책조차 이행하지 않아 문제가 반복되는데, 책임자는 승진하는 희한한 조직입니다.
기재부는 세수오차가 경제 상황 때문이라고 강변합니다. 일견 수긍할 수 있는 주장이지만, 그러한 경제상황과 세입구조를 자초한 기획재정부의 책임을 외면해서는 안 됩니다. 세수오차의 주된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는 양도소득세와 법인세 세수의 높은 비중은 어디서 야기된 것입니까? 수출대기업에 의존하고 양극화가 심화된 경제 구조를 개혁하지 못한 결과 특정 기업과 계층으로부터 세수를 의존하게 된 구조가 정착된 데서 비롯한 것입니다. 여기에 보편 증세를 거부하고 보유세에 대한 과세를 억제하고 금융자산에 대한 불균형한 과세 등으로 인해 세수의 경기연동성이 지나치게 커졌습니다. 국민부담률이 낮은 현재의 대한민국 상황은 결과적으로 세수 오차의 영향력을 확대시킬 위험을 현저히 높입니다. 이런 문제가 해소되지 않는다면 대규모 세수오차와 이에 따른 재정 악영향은 반복될 수 있습니다.
세입예산이 60조원 펑크났는데 국회에 제대로 된 보고나 승인 절차 없이 이렇게 기재부의 입장 발표 하나로 슬그머니 넘어가는 것은 제대로 된 국가라 할 수 없습니다. 2024년 기금 재원 조달 계획에 따르면 기재부는 내년 원화로 표시된 외국환평형기금 채권을 약 20조원 규모로 발행합니다. 이는 21년만의 발행으로 세수 결손을 메울 방법으로 ‘공공자금관리기금’ 활용을 위함입니다.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기금운용계획안을 보면 공공자금관리기금 일반회계 예탁 규모는 81조 8천억원입니다. 국고채 발행액 중 상환액을 제외한 50조 3천억원의 순발행을 빼면 명목상 빚 없이 마련할 돈 30조원 가량을 만드는 것입니다. 외평채를 18조원 발행해 발생한 외평기금 여유재원을 공공자금관리기금으로 넘겨 국채 발행 없이 적자로 잡히지 않는 예산을 확보하는 방식입니다. 공자기금은 일정 비율 행정부 재량으로 일반회계전환이 가능한데 국회 의결도 필요치 않아 정부에서는 꼼수로 이를 활용하려는 것입니다.
그러나 외국환평형기금은 본질적으로 외환시장 변동성에 대응하기 위한 비상재원입니다. 급격한 환율등락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최소 수십조원의 자금이 필요하기 때문에 외국환평형기금을 일반예산으로 돌려쓰는 것은 위험을 감수하는 행위입니다.
세수펑크에 대응해 빚으로 잡히지 않는 예산을 만들어 장부상 건전재정을 만드는 것은 재정당국의 잘못을 가리기 위해 국민을 속이는 행태입니다. 세입경정 추경을 통해 국회의 승인과 검증을 거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재정 민주주의의 정신에 부합하는 방식입니다. 공무원들의 책임 회피를 위해 민주적 절차를 훼손할 수는 없습니다.
60조원 세수결손은 윤석열 정부의 경제 실패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입니다. 낙수효과는 없었고 경기는 경기대로 곤두박질치고 세수는 사상 최대 펑크를 기록했습니다. 재정건전성 신화에 사로잡힌 정부는 긴축으로 스스로의 역할을 제약하고, 기후위기와 R&D예산은 줄이면서 미래를 부자감세와 맞바꾸고 있습니다.
윤석열 정부에게 요구합니다. 먼저 현 경제상황에 대한 반성부터 해야 합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와 최상목 경제수석을 위시해 경제사령탑을 전면 교체하고, 전향적 경제노선을 반영하는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는 인사를 하시기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장기적 재정위기를 야기하고 양극화를 심화시킬 부자 감세를 당장 철회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