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시: 2023년 9월 13일 (수) 19:00
장소: 국회 의원회관 제9간담회실
안녕하십니까.
오늘 무거운 심정으로 진행을 맡은 정의당 대표 이정미입니다.
오늘 원내외 진보4당이 긴급히 한자리에 앉았습니다.
내일은 민주당 의총이 있고, 이번 9월 정기국회에서 선거제도를 결정하라는 국회의장의 요구가 있습니다.
맞습니다. 늦어도 너무 늦었습니다.
그러나 시간을 흘려보내는 그동안의 과정이 개악의 명분쌓기가 아닌가라는 의구심이 점점 현실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논의과정 역시 민주적 절차를 무시하고 양당 간의 밀실협의만으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선거제 개악은 대한민국 정치 모두의 패배입니다. 이대로는 안 된다는 절박한 마음으로 오늘 진보4당 연석회의를 긴급 개최하자는 제안을 드리게 되었습니다.
선거제 개혁은 여기 진보4당의 과제가 아니라 국민의 열망입니다.
70여 년간 이어진 거대 양당 독주 체제, 서로를 무너뜨리기에만 골몰하느라 일하는 사람들의 권리, 사회적 약자의 삶을 보듬는 민생정치가 사라진 적대적 대결 정치에 진절머리가 난 시민들의 명령입니다.
그러나 거대 양당은 앞에서는 정치개혁을 외치다가도, 결정적 순간에는 자신들의 자리보전만 하면 그만이라는 식의 배신과 배신이 거듭해 왔습니다.
19대 국회에서는 정치개혁 앞세우다 결국은 비례의석을 53석에서 47석으로 잘라먹고 지역구 의원들의 기득권을 보장받는 개악으로 합의했습니다.
20대 국회에서는 촛불 민심을 받들어 정치개혁 투쟁에 나섰던 시민들과 소수정당을 배신하고 비례위성정당으로 그 성과를 무력화시켰습니다.
서로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 사생결단 싸우다가도 결국 자신들의 기득권 지키기에는 한몸처럼 움직이는 거대 여야의 적대적 공생관계가 바로 지금 오늘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최악과 차악의 굴레 속에 시민들을 볼모로 삼고 더 나은 내일, 더 나은 대안을 위해 머리 맞대는 정치를 실종시키는 이 지긋지긋한 악습이 무한 반복되고 있는 것입니다.
민주당에게 진심으로 한마디 하겠습니다.
170석 거대 야당으로도 부족합니까. 홀로 커다란 덩치를 지키는 것이 국민의 삶에 이득이 될지, 다당제 민주주의를 선도하여 무도한 정치 권력에 더 넓은 정치 전선을 펼쳐 함께 싸우는 것이 이득이 될지, 이미 21대 국회에서 민주당 스스로 입증하지 않았습니까.
국민의 세비로 정개특위도 구성하였고, 공론조사도 벌였습니다.
국민공론조사에서 이미 정답을 제시하였습니다.
이 모든 과정과 결과들을 다 무시할 거라면 국회는 그동안 왜 일을 했습니까.
당장 눈앞의 이익에 눈이 멀어 국민과의 약속을 헌신짝처럼 내던지고 신념도 신의도 없는 정치인들로 전락할 것인지 똑똑히 지켜보겠습니다.
무능함과 부패를 서로의 실책으로 가리며 살아남으려는 이들에게 더는 민주주의의 기본 질서를 맡길 수는 없습니다.
거대 양당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수많은 유권자의 표를 사장시키는 선거제 개악, 여기 모인 정당들이 똘똘 뭉쳐 막아내야 합니다.
비례성과 대표성을 강화하는 선거제로의 개혁만이 이미 최악으로 치달은 정쟁을 멈출 유일한 방안입니다. 51%에 밀려 사라지는 49% 국민의 목소리를 받아 안고, 거대 양당이 국회에 드리운 불통의 장막을 무너트릴 마지막 기회입니다.
여기 모인 진보정당의 대표들은 자신의 영달이 아니라, 대한민국 정치의 변화, 시민들의 보다 나은 삶을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던져 살아온 사람들입니다.
그래서 비록 수는 적지만, 그 외침은 작지 않습니다.
오늘 우리들은 이번 국회에서 선거제 야합을 막아내지 못한다면, 더 이상 한국 정치에 개혁과 혁신이 설 길은 없다는 심정으로 모든 것을 다 동원해 싸울 각오로 만났습니다.
저와 정의당 또한 당의 명운을 걸고 싸우겠습니다.
2023년 9월 13일
정의당 대변인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