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리핑] 역사를 마음대로 주무르는 군, 이제 소련과 함께 싸운 미국도 용공 세력으로 몰 참인가 [이재랑 대변인]
일시: 2023년 8월 30일 (수) 15:55
장소: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장
육군사관학교 내 홍범도 장군 흉상 철거·이전을 둘러싼 논란이 거세지고 있습니다. 특히 군 당국의 황당한 역사적 인식이 논란을 더욱 부추기고 있습니다. 별다른 여론의 공감대 형성 없이 홍 장군의 ‘공산당’ 입당 경력만을 침소봉대하고 있는 데다 ‘의혹’을 확정적 입장으로 제시한 것도 문제입니다.
국방부는 홍 장군이 ‘자유시 참변과 연관되어 있다는 의혹’, ‘봉오동과 청산리 전투에 빨치산으로 참가했다는 의혹’, ‘소련 공산당 가입 및 활동 이력 논란’ 등의 내용을 담은 입장문을 28일 배포했습니다. 학계의 정설과도 배치되는 의혹과 논란을 내던져놓고 심지어 “굳이 외부 학계와 협의는 필요 없을 것 같다”고까지 답했습니다.
‘공산당’이라는 단어에 눈이 뒤집힌 국방부가 역사적 맥락이라는 것을 아예 소거해버린 채 역사 수정에 뛰어들었습니다. 홍 장군의 공산당 입당은 독립군의 생존을 위한 측면으로 봐야 합니다. 자유시 참변 당시엔 홍 장군은 현장에 있지도 않았고, 국방부가 마치 공산주의 활동의 연장선상인 양 묘사한 ‘빨치산’ 활동은 그저 ‘파르티잔’, 즉 유격대 활동을 뜻할 뿐입니다.
국방부 논리대로 소련과 엮였으므로 공산주의자라고 몰 것 같으면 아예 소련과 한편에서 싸운 미국도 공산주의 세력이라고 얘기해야 할 판입니다. 국방부의 논리가 얼마나 부실하면 한 기자가 “이게 얼마나 부끄럽고 천박하냐”고 한탄할 지경이겠습니까.
근거도 논리도 빈약한 의혹으로 독립 영웅을 용공 세력으로 몰고 있습니다. 그 덕에 극우 단체 일각에서는 아예 홍 장군을 파묘해 북한으로 보내야 한다는 헛소리까지 일삼고 있습니다. 군이 이렇게 막 나가는데 정부는 제지하기는커녕 오히려 이를 부추기는 듯한 행보를 보입니다. 윤석열 정권의 이념 전쟁이 이젠 독립군의 뿌리까지 흔드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참담하고 천박한 군의 역사수정주의, 윤석열 정권의 이념 전쟁, 국민적 분노만 치솟게 하고 있습니다. 국방부는 홍범도 흉상 철거 이전 백지화해야 합니다. 극우의 망령에 주화입마 해버린 윤석열 대통령, 혼자만의 십자군 전쟁을 그만두어야 합니다. 나라를 불행으로 몰고 가는 윤석열 정권의 이념 전쟁, 강력하게 규탄합니다.
2023년 8월 30일
정의당 대변인 이 재 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