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자료] 2024 정부 예산안 관련 정의당 입장 발표 기자회견
일시 : 2023년 8월 30일(수) 09:40
장소 :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장
■ 김용신 정책위의장 모두발언 요지
정부 2024년 예산안은 무책임하고 부실한 미래포기 예산입니다.
1. 가계에 지출 부담 떠넘기는 <무책임 예산> 입니다.
- (23년 4.1% 물가상승률에도) 턱없이 못 미쳐. 의무지출은 2.3% 증가로 더 심각
- 경제 어려운데 정부가 지출 줄여 허리띠 졸라매면, “정부 대신 가계가 빚내라” 것
2. 국세 수입 33.1조원 감소 <부실 예산> 입니다.
- 올해 예산 대비 국세 수입 40∼50조 감소 전망. 경제침체 부실 대응과 감세 결과
- 감세 효과 올해는 6.0조에서 내년은 14.4조로 약 2.5배 증가. 국세 감소 더 커질 것
3. 교육, 지방, 고용, 미래 <4포 예산> 입니다.
- 유아·초중등 교육_지방교육재정교부금 6.9조 감소
- 지방재정 지원_지방교부세 8.5조원 감소(부동산교부세 반토막. 재산세 14% 감소)
- 고용장려금(8,029), 실업소득(5,302), 고용서비스(1,543), 직업훈련(1,191) = 1.6조 축소
- 교육(1.7조), 산업·중소기업(1.3조), 과학기술·통신(0.9조) 기타(1.0조) = R&D 5.0조 축소
■ 기자회견 전문
재정도 파탄 민생도 파탄, 2024 정부예산안
어제 발표된 2024년 정부 예산안에 대해 정의당의 입장을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1. 파국적 긴축 예산, 그래도 피할 수 없는 재정 파탄
20년만의 최저 증가율, 657조원의 2024년 정부 예산안은 윤석열 정부의 파탄적 재정운용을 상징합니다. 복합위기의 시대에 선진국들은 정부의 역할을 확대하고 기후위기와 산업전환, 교육과 복지에 사력을 다해 재정을 투입하고 있는데 대한민국은 자신의 역할을 포기하고 파국적 긴축을 선택했습니다. 어떤 미사여구를 갖다 붙인다 한들 결국 총예산의 규모가 정부의 의지와 역할을 웅변하는 것입니다. 경기침체에서 국민들을 보호해야 할 정부가 부담을 국민들에게 떠넘기겠다고 선언한 예산안입니다.
긴축을 긴축대로 했는데도 적자는 적자대로 나게 생겼습니다. 예상 재정수입은 612조원에 머물러 통합관리재정수지 45조원, 관리재정수지 92조원에 달하는 적자를 떠안게 됐습니다. 이유는 분명합니다. 경기침체와 부자감세에 따른 세수결손 때문입니다. 나라살림연구소 추산 5년간 89조원에 육박하는 감세가 내년 세입부터 본격적 영향을 미칩니다. 여기에 올해 발생할 최소 40조원의 세수결손까지 합치면 책임져야 할 적자 규모는 더욱 불어납니다. 재정준칙을 만들어 지키겠다 한 관리재정수지 적자 3% 선조차 스스로 포기해 버렸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의 ‘건전재정’ 선언은 시작부터 파산입니다.
운석열 정부가 기대했던 낙수효과는 없었습니다. 경제침체와 재정악화의 그림자만 짙게 드리우고 있습니다. 현실은 감세가 긴축을 강제하고, 긴축재정이 성장률 저하를 야기하고, 성장률 저하가 세수부족을 야기하고, 세수부족이 긴축재정을 강제하면서 또다시 성장률 저하로 이어지는 만성적 재정위기의 패턴으로 향하고 있습니다. 89조원 감세로 부자들은 웃었지만 경기침체의 고통은 평범한 국민들이 떠안게 될 것입니다.
2. 연구개발과 교육재정 축소, 미래를 포기하는 나라
윤석열 정부의 무자비한 긴축은 대한민국의 미래부터 희생시켰습니다. 연구개발 예산이 무려 16.6%, 5조원이나 감액됐습니다. 사상 초유의 삭감입니다. 대한민국 기술이 세계적 수준에 도달할 수 있었던 건 국가의 대규모 R&D 투자에 힘입은 바가 컸습니다. 그렇기에 정당을 막론하고 역대 정부는 재정이 어렵더라도 이런 시도를 자제해 왔는데도, 이 정부는 아랑곳하지 않았습니다.
연구개발 분야는 단기 성과를 쫓기보다 국가가 실패를 인내하며 꾸준히 확대해야 할 예산입니다. 여기에 합리적 이유도 없이 '이권카르텔' 딱지를 붙여 총액을 일괄로 무차별적으로 삭감해버리는 것은 대한민국의 혁신 동력을 포기하는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교육예산도 크게 줄었습니다. 유아 및 초중등교육의 근간인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이 7조원, 전년도에 비해 10% 삭감됐습니다. 전체 세입규모에 비례하는 교부금의 특성상 내년도 세입예산 축소의 타격을 그대로 받은 탓입니다. 경기와 세수에 따라 교육재정이 크게 출렁이는 구조에서 윤석열 정부의 긴축재정의 여파가 국가의 백년지대계인 교육까지 휘청이게 하고 있습니다.
3. 안이한 기후위기 대응, 더 큰 대가를 치를 것
이번 예산안은 기후위기 대응도 뒷전입니다. ‘20대 핵심과제’에 '기후위기 대응'은 들어가지도 못했습니다. 댐 건설과 하천관리 등 치수 예산만 늘었을 뿐 온실가스 감축과 관련한 예산은 제자리걸음입니다. 어제 발표된 국가재정운용계획에서 온실가스 감축은 '중장기적 문제'이지 '시급을 다투는 문제'가 아닙니다. 탄소감축 목표의 75%를 다음 정부로 떠넘겨 버리는 탄소중립기본계획에서 예견되었던 일입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최소 GDP의 2.5%를 투입하는 대규모 재정계획이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대한민국으로 치자면 연간 50조원을 써야 한다는 이야기입니다. 독일만 하더라도 2022년에만 52조원, 2026년까지 247조원 기금을 추가 편성해 기후위기에 대응하고 있습니다. 미국은 인플레이션 감축법만으로도 500조원에 달하는 재정을 기후위기에 투입합니다.
그런데 대한민국은 어떻습니까. 2024년 환경부 전체 예산이 14조원에 불과하고, 이마저도 치수예산에 편중돼 있습니다. 탄소중립기본계획의 재정계획도 연평균 18조원 재정투입에 그칩니다. 엄청난 규모의 재생에너지 전환투자와 그린리모델링과 같은 감축계획이 필요한 때 윤석열 정부는 민간주도·시장중심을 외치며 자신의 역할을 거부합니다. 국민의 미래도 함께 포기하는 안이한 예산운용입니다. 상상초월 기후재난이 동시다발적으로 우리를 덮칠 때, 이미 때는 늦습니다. 기후적응은 물론이거니와, 감축을 위한 예산을 훨씬 늘려야 합니다.
4. 토건예산 증가, 일자리예산 축소...개발시대 예산으로 회귀
연구개발 예산까지 희생시킨 윤석열 정부가 끝까지 지켜내고 증액한 예산이 있습니다. 바로 토건예산입니다. 긴축을 고려하는 정부라면 타당성을 평가하기 용이하고 사업시점을 조정할 수 있으며, 복잡한 이해관계와 개발 난립으로 그 효용성을 가장 의심받는 SOC사업부터 조정하는 것이 상식적입니다.
그러나 이 정부는 그러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1조원을 증액했습니다. 이렇게 토건예산은 늘리면서 고용, 실업, 직업훈련 예산은 1.6조원 삭감했습니다. 사람에게 더 투자해야 할 시대에 인프라 투자에 열을 올리고 있습니다. 선거를 의식한 과거지향적 발상입니다.
그나마 잼버리 사태로 그 민낯이 드러난 새만금 SOC예산을 대폭 축소한 것은 바람직한 결정입니다. 나아가 새만금 사업의 전면 재검토와 가덕도 신공항을 비롯 우후죽순 들어서고 있는 각종 신공항 사업들의 재검토로 이어져야 합니다. 새만금만의 일이 아닌 것입니다.
이제 특정인에게 혜택이 집중되는 토건인프라 중심의 지역개발을 넘어 생태계를 보전하고 지역민에게 고루 이익이 되는 새로운 지역균형개발 모델로 나아가야 합니다. 안타깝게도, 윤석열 정부에게는 이러한 상상력은 결여되어 있습니다. 그 토대가 될 지방교부세는 8.5조원 삭감됐습니다.
5. 약자복지 확대? 여전히 불충분
윤석열 정부는 내년 예산에서 약자복지를 획기적으로 확대했다고 자랑합니다. 그러나 기준중위소득 증가에 따른 복지 확대는 2020년에 중위소득 기준을 현실화하기로 한 원칙을 준수한 결과에 불과하지 치적이라고 내세울 일이 아닙니다. 정부가 적법하게 정부를 운용하는 건 의무의 영역입니다. 물론 코로나 핑계로 원칙을 저버린 문재인 정부는 비판받아야 마땅합니다.
누구나 위기에 처해도 존엄한 삶을 유지할 수 있는 생계급여를 보장하는 것은 국가의 의무입니다. 1인 가구 71만원, 많이 올렸다고 해도 여전히 부족합니다. 더 끌어올려야 합니다. 지나치게 엄격한 지급기준도 완화하고 부양의무기준은 전면 폐지해 사각지대를 없애야 합니다.
크게 늘렸다고 하는 중증장애인 복지도, 뜯어보면 최중증 발달장애인 돌봄에 편중되었고, 장애인 기존 돌봄 영역은 거의 확대하지 못했습니다. 장애인 돌봄 문제의 핵심은 평균 4시간에 불과한 불충분한 서비스와 최저임금 수준의 수가인데 여기에는 변화가 없습니다. 확대한다는 발달장애인 돌봄도 전체 필요인원의 5% 수준입니다. 하려면 제대로 해야 합니다.
한편 재정긴축이라는 조건 속에서 복지를 확대했으니 다른 영역에서는 그 대가를 치를 수밖에 없습니다. 국가재정운용계획상 보건, 복지, 고용의 지출 증가는 7.5%인데, 의무지출 증가가 대부분인 사회복지 예산의 증가율은 13.7%였습니다. 다른 보건과 고용 영역의 지출 증가는 크게 제약되었다는 이야기입니다. 감세로 긴축재정을 하는 정권의 복지확대는 늘 다른 영역의 희생을 동반할 수밖에 없음을 주지해야 합니다.
6. 23조 지출구조조정 삭감예산 하나하나 검증해야
정부는 재정도 아끼면서 복지도 늘리고 국가의 미래에도 투자하겠다고 합니다. 홍보자료만 보면 이보다 더 나은 예산안은 없다고 느껴질 정도로 자화자찬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그러나 정부는 그 이면을 보여주지 않습니다. 이번 예산안은 ‘역대급’ 긴축예산입니다. 크게 늘어난 예산이 있다면 이를 위해 삭감된 예산이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정부 자신도 이권카르텔과 보조금 예산을 삭감해 23조원의 지출구조조정을 결행했다고 자랑합니다. 그렇다면 어디에서 예산을 깎았는지 관련자료를 삭감근거와 함께 별도로 제출해야 합니다.
정부는 국민들에게 무엇이 이권카르텔인지, 무엇이 나쁜 보조금인지 소상하게 알릴 의무가 있습니다. 왜냐하면 그 예산 삭감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국민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정부는 국민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것만 보여줄 수는 없습니다. 모든 것을 다 드러내 보이고 국민들이 판단할 수 있게 해야 합니다.
지난해 단행된 24조원 지출구조조정도 기재부는 끝까지 삭감 리스트를 온전하게 공개하지 않은 전례가 있습니다. 더 이상 이런 예산 은폐행위를 용납해서는 안 됩니다. 정부가 23조원 지출구조조정 내용을 공개하지 않는다면, 정부제출 예산안의 스프레드시트와 증액예산 및 삭감예산 리스트를 의무적으로 공개하는 법안을 추진할 수밖에 없음을 경고합니다.
7. 정의당의 요구: 부자감세 철회, 기후예산 확대, 삭감사업 공개
한마디로 2024년 예산안은 모순으로 가득 찬 윤석열 정부의 재정파탄의 상징입니다. 현재의 위기의식도 국민에 대한 책임감도 미래에 대한 고려도 찾아볼 수 없습니다. 그나마 지키고자 했던 재정건전성의 굴레조차도 벗어던진 세수결손 위기 속 궁여지책의 산물일 뿐입니다. 이런 예산안이 나온 건 부자감세에 대한 절대적 집착에 기인합니다.
그렇기에 윤석열 정부는 재정정책의 실패를 인정하고 부자감세부터 철회해야 합니다. 감세와 재정건전성, 지출확대를 동시에 달성할 수는 없습니다. 적어도 하나는 포기해야 합니다. 이것은 산수의 영역입니다. 가장 바람직한 선택지는 부자감세 철회입니다.
예산안에서는, 긴축 속에서 대한민국의 미래를 지켜야 합니다. 정부에 말씀드립니다. 연구개발 예산을 복구하십시오. 기후위기 대응 예산은 경천동지할 수준으로 확장합시다. 세입변동에 따른 교육예산의 급감은 제도적 개선이 필요합니다. 새만금을 비롯한 각종 개발인프라 사업은 전면적으로 재검토해야 하고, 일자리 위기 시대에 고용예산 삭감은 어불성설입니다. 늘렸다고 하는 약자복지는 여전히 충분치 않습니다. 문턱과 사각지대를 없애기 위한 예산과 제도개선이 절실합니다.
마지막으로 정부는 23조 지출구조조정의 상세내역을 국민들에게 즉각 공개해야 합니다. 국민들은 어떤 예산이 어떤 이유로 삭감되었는지 알 권리가 있습니다. 납세자이자 주권자이기 때문입니다.
정기국회와 예산 심사 국면에서 정의당은 말씀드린 윤석열 정부의 예산안의 문제를 꼼꼼히 따져 묻고 지적하고 논쟁하고 싸울 것입니다. 부자감세와 긴축재정의 굴레에서 약자들의 삶과 국민의 미래를 지키겠습니다.
정의당 정책위의장 김용신·국회의원 장혜영(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및 기획재정위원회)
2023년 8월 30일
정의당 원내공보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