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리핑] 아버지의 비극이 아들에게 고스란히 전가되는 나라, 우리 정치는 무엇을 위해 싸우고 있는가 [이재랑 대변인]
일시 : 2023년 7월 12일 (수) 16:00
장소 :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장
지난 5일 전남 영암군의 한 조선 관련 업체에서 취부공으로 일하던 노동자가 추락해 숨진 사건이 있었습니다. 당시 도구 적재 선반을 해체하던 고인은 혼자서 작업을 하고 있었고, 고인이 일한 곳엔 갑작스러운 추락사고 등에 대비할 수 있는 안전시설물도 갖춰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비극이 더욱 가슴 아픈 건 고인의 아버지 역시 고인과 같은 사인으로 돌아가셨다는 겁니다. 미장공이었던 고인의 아버지는 2003년 11월 29일 한 건설 현장 고층에서 일하다 추락해 숨졌습니다. 선진국 반열에 들어섰다고 자랑하는 대한민국이지만, 아버지의 죽음이 아들에게 대물림되는 노동 현장의 비극은 20년 동안 전혀 해결되지 못한 것입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2022년 전국 산업 현장에서 노동자 874명이 숨졌고, 그중 322명(36.8%)는 고인과 고인의 아버지처럼 추락 사고로 사망했습니다. “아, 목숨이 낙엽처럼”이라며 노동자의 죽음을 한탄한 김훈 작가의 외침은 2023년 여전히 공허한 메아리로 떠돌고 있습니다.
정치는 이 비극을 막을 수 있습니다. 불법하도급을 막고, 노동자들에게 위험한 일을 강요하는 기업을 압박하고, 안전 기준 강화해야 합니다. 중대재해처벌법을 내실화하여 비용과 노동자의 안전을 견주는 현 상태를 끝내야하고, 노란봉투법을 통과시켜 안전 관리의 책임을 방기하는 원청에 책임을 물을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러나 오늘도 쉴새없는 정치권의 공방엔 노동자들의 삶이 담겨있지 않습니다. 정부는 노동 문제와 싸우는 것이 아니라 노동자들과 싸우며 비극의 해결을 하염없이 유예하고 있습니다. 이런 현실 속에서 정부가 추진하는 규제 완화는 노동자 생명줄 자르는 일일 뿐입니다. 부자가 겪은 비극 앞에서 오늘날 우리 정치는 대체 무엇을 위해 싸우고 있는지 되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빌며, 정의당은 정치권의 일부로서 오늘의 비극을 막지 못한 책임을 깊이 통감합니다. 또한 다시는 이런 비극이 발생하지 않도록 정치가 할 수 있는 최선을 찾아 총력을 다하겠습니다. 정의당은 노동자 지키는 정치를 끝까지 포기하지 않을 것입니다.
2023년 7월 12일
정의당 대변인 이 재 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