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브리핑] 윤석열 대통령 “반국가세력” 발언, 민주국가 대통령의 발언이 아니다 [이재랑 대변인]

[브리핑] 윤석열 대통령 “반국가세력” 발언, 민주국가 대통령의 발언이 아니다 [이재랑 대변인]

일시 : 2023년 6월 29일(목) 16:40
장소 :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장

28일 보수단체인 한국자유총연맹 창립 기념식에 참석한 윤석열 대통령이 사실상 전 정부를 겨냥해, “왜곡된 역사의식, 무책임한 국가관을 가진 반국가 세력들은 핵무장을 고도화하는 북한 공산집단에 대해 유엔 안보리 제재를 풀어달라고 읍소하고, 유엔사를 해체하는 종전선언을 노래 부르고 다녔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종전선언에 대해선 “우리를 침략하려는 적의 선의를 믿어야 한다는 허황된 가짜평화 주장이었다”며 맹비난했습니다. 

대통령의 인식과 발언에 충격을 금할 수 없습니다. 종전선언과 더불어 한반도 평화를 염원했던 모든 국민들은 대통령의 발언 앞에서 한순간에 ‘반국가 세력’이 되었습니다. 제대로 된 사실에 근거하지도 않은 비난을 퍼부은 것도 이해하기 힘든 일인데 더욱 심각한 것은 발언의 수위와 그에 담긴 인식입니다. 

정책적 방향이 다를 수 있습니다. 이견이 존재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상대 집단을 ‘반역분자’로 몰아가는 건 차원이 다른 문제입니다. 자신과 의견이 다른 자들을 ‘적’으로 본다는 것입니다. 그러니 야권과 시민사회, 노동조합은 대화가 아닌 ‘진압’의 대상으로 대하는 게 당연한 논리적 수순입니다. 대통령은 대한민국의 민주 정치를 중세 시대 종교 전쟁마냥 해석하고 있습니다. 자유민주주의와 가장 거리가 먼 자들이 자유민주주의를 참칭하는 것이 오늘날 한국 정치의 비극입니다. 

더군다나 박인환 경찰제도개선 위원장이 “문재인 전 대통령은 간첩”이라고 주장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습니다. 극우적 인사들이 요직을 차지하고 망언·망발을 일삼는 상황에서 이런 발언이 이어지니, 당연히 대통령 역시 극우적 인사들과 생각을 같이 하는 게 아니냐는 의심을 살 수밖에 없습니다. 대통령의 발언은 정치의 금도를 아득히 넘어선 수준입니다. 

이번 대통령의 말은 도저히 민주주의자의 발언이라고 보기가 힘듭니다. 그럼에도 윤석열 대통령을 ‘수구꼴통’이라고는 하지 않겠습니다. 저열한 대통령의 인식과 발언에 수준을 같이하지 않겠습니다. 다만 대통령은 명심해야 합니다. 생각과 방향이 다를지언정 국익을 도모하고 나라를 사랑하는 데에 여야가 따로 있지 않습니다. 혼자만이 애국자라는 그 오만과 편견에서 벗어나야만 진정한 민주주의 사회에 함께 도달할 수 있습니다.

대통령은 발언을 철회하고 사과해야 합니다. 평화를 염원하는 국민들을 ‘반국가 세력’으로 모독한 대통령에게 깊은 유감의 뜻을 표합니다. 

2023년 6월 29일
정의당 대변인 이 재 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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